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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예지 기자의 이벤트 투자] 되돌아본 롯데 '왕자의 난'과 투자 기회

  • 기사등록 2016-02-14 2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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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차예지 이데일리 기자]

지난해 여름 롯데가(家)에서는 경영권 분쟁인 「왕자의 난」이 불거집니다. 이 분란으로 롯데그룹 주가가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이를 목격한 저는  워렌 버핏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 투자가 떠올랐습니다.


버핏, 계산대에서 카드 사용을 지켜보다


버핏은 젊은 시절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에 투자를 합니다. 1963년 말 여행 관련 서비스와 신용카드의 선두 기업이었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대형 사기를 당하게 됩니다. 뉴저지 저장창고의 샐러드오일을 담보로 창고증권을 발행했는데 사실 거기에는 샐러드 오일이 없었던 겁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엄청난 금액의 사기를 당하고 수억 달러를 책임져야 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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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버핏연구소]


이 사건으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주식이 폭락하자 여기에서 버핏은 투자 기회를 발견합니다.  그는 이 위기가 일시적인 상황인지 직접 확인에 나섰습니다. 오마하의 단골 스테이크 전문점과 다른 가게들에서 사람들이 여전히 아멕스 카드를 사용하는지 지켜본 것입니다.
버핏(아래 사진)은 가게 주인들이 여전히 아멕스 카드(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를 받는 것을 보고 이 회사 주식이 투자 가치가 있다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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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렌 버핏


1964년 버핏은 주당 65달러에서 35달러로 반토막이 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 약 1,300만 달러(약 130억원)를 투자했습니다. 그 후 2년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주식은 세 배가 되었고 5년 뒤에는 주당 189달러가 되었습니다. 버핏은 원금의 3배 이상을 벌었죠.


'왕자의 난'으로 롯데 고객이 떠났는지 확인하다


이 사례를 떠올린 저는 버핏을 벤치마킹해 롯데에 투자하는 것을 생각해봤습니다.  롯데를 여전히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걸까?  이것이 궁금해지더군요.  왕자의 난이 연일 주요 뉴스로 보도되던 지난해 8월 초 서울 소공동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점을 찾아가봤습니다. 


'기자 정신'을 발휘해 영화를 관람하며 손님들 분위기를 살펴 보고 직원에게 "손님 숫자에 변화가 있느냐"고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직원은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하더군요.

인근 롯데백화점 본점의 의류 매장도 둘러봤습니다. 영캐주얼 브랜드의 점원에게도 질문을 했는데 역시 비슷한 답변이었습니다. 롯데마트를 자주 이용하는 어머니에게도 여쭤봤으나 특별히 변화가 없는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여전히 롯데의 빼빼로를 사먹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빼빼로 마니아입니다^..^


「흔들리는 롯데 왕국…출렁이는 '주가' 무너진 신뢰」(노컷뉴스 2015.8.5.)
「롯데그룹 주가 폭락에 불매운동…후폭풍 확산」(KBS 2015.8.6.)
「'집안 싸움' 롯데그룹 주가 '뚝뚝'」 (파이낸셜뉴스 2015.8.9.)
「마, 우린 롯데 안 좋아합니더” 부산 갈매기들 싸늘해졌다」 (중앙선데이 2015.8.9.)
「롯데가 분란에 롯데쇼핑 주가는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매일경제 2015.8.10.)


쏟아지는 기사만 봐서는 롯데 불매운동에 회사가 망할 것만 같았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은 여전히 롯데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새삼 롯데가 대단한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때부터 롯데 주식을 매입했습니다.  금액은 크지 않지만 실제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이번 이벤트를 직접 경험하는 차원에서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심 주가가 반등하기를 기대하면서... 

그런데 역시 주가는 제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더군요 v..v 

롯데케미칼은 그해 7월 2일 종가 30만원에서 일주일만에 25만원대로 급락했습니다. 롯데쇼핑도 7월 마지막날 종가가 25만원대였으나 다음달 중순에는 20만원선을 간신히 지킬 정도로 떨어집니다.  특히 황제주인 롯데칠성이 많이 싸졌다는 생각에 220만원대 초반에 매수했는데 210만원 아래로 떨어지더군요. 롯데칠성은 지난해 5월 장중 299만원까지 갔던 주식입니다. 


은근히 걱정 되더군요.   말이 쉬워 역발상 투자이지...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기왕 시작한 김에 결과를 지켜보자는 생각에 롯데칠성을 208만원에도 샀습니다. 더 떨어지더군요. 「바닥인줄 알았는데 지하실로 들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버핏은 버핏이고, 롯데는 상황이 다른데.. 괜히 어설프게 따라했다가 큰일 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금액이 많지 않아서 그대로 지켜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9월이 되자 롯데그룹주는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신기하더군요. 덕분에 제가 매입한 롯데칠성, 롯데칠성 우선주, 롯데푸드, 롯데케미칼, 롯데쇼핑이 수익을 내게 됐습니다.
롯데케미칼(아래 사진)은 23만원에 매수해 9월과 10월에 나누어 팔아 각각 20% 가량의 수익을 냈습니다. 롯데쇼핑도 20만원 초반에 매수해 26만원에 매도, 15% 가량의 수익을 냈습니다. 나머지 종목들도 괜찮은 수익을 얻었습니다. 물론 금액 자체는 많지 않습니다.


롯데케미칼


다시 찾아온 투자 기회?


왕자의 난이 사실상 종료된 이제 다시 이 이벤트를 되돌아봅니다. 왕자의 난은 언제 그랬느냐는듯이 대중의 관심사에서 멀어진 것 같습니다. 그때 화끈하게 투자할 걸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는 투자를 어렵게 생각하지만 실은 사안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면 수시로 찾아오는 것이 투자 기회가 아닌가 합니다.

이제 경제 위기론이 위기론이 불거지면서 한국 주식 시장의 주식들이 다시 하락세입니다. 지구종말론을 접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되돌아보면 자본주의는 그간 숱하게 위기를 겪었지만 언제나 거뜬히 이를 극복하고 한걸음씩 전진해왔습니다. 우리는 다시 한번 이벤트 투자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차예지 이데일리 기자]


 


ihs_buffet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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