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타이어코드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HS효성(대표이사 조현상 안성훈)이 1조 5000억원 규모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 매각을 통해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7월 효성그룹에서 독립해 출범한 HS효성은 1년 만에 '가치경영'과 과감한 사업 재편으로 주목받고 있다. 매출 7조원, 글로벌 거점 90여곳, 임직원 1만여명 규모로 성장한 HS효성은 전통 강자인 타이어코드 사업을 정리하고 전기차용 탄소섬유, 수소, AI 등 미래 모빌리티 소재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적 전환을 단행하는 중이다.
특히 수익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인 스틸코드 부문을 과감히 매각해 확보한 자금을 차세대 성장동력에 재투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은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사업 정리가 아닌 미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전략적 결단으로 평가된다.효성그룹 지배구조 현황. [자료=2025 공정거래위원회]
◆출범 첫해 매출 3조3112억·영업익 2197억 달성...1.5조 빅딜 성사 임박
HS효성첨단소재가 출범 첫해 매출 3조3112억원, 영업이익 219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3.4%, 26.2% 증가한 성과를 달성했다. 특히 올해 1분기에도 49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독립 경영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 같은 견고한 실적을 바탕으로 HS효성은 그룹 내 최대 규모인 1조 5000억원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 매각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 20일 마감된 본입찰에는 스틱인베스트먼트, JKL파트너스, 베인캐피탈 등 국내외 주요 사모펀드 5곳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HS효성첨단소재 최근 분기별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추이. [이미지= 더밸류뉴스]
HS효성의 스틸코드 사업은 북미 시장 점유율 1위, 유럽 시장 3위를 차지하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알짜 사업이다. 연간 EBITDA 1400억원을 기록하는 이 사업부는 차체 무게를 지탱하는 핵심 소재로 전기차 시장 확대와 함께 성장 잠재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매각 과정에서 12개 이상의 투자자가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으며, 중동 국부펀드와 유럽, 중국 등 해외 전략적 투자자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EBITDA의 약 10배에 달하는 높은 밸류에이션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S효성 주요품목 매출 비중. [자료= HS효성 사업보고서]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HS효성은 부채비율 230%를 크게 개선하고 신사업 투자를 위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조현상 부회장이 추진하는 '가치경영' 전략의 핵심적인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탄소섬유·아라미드 신소재로 글로벌 톱3 도전...베트남·중국 생산거점 확장으로 글로벌 공급망 다각화
HS효성은 스틸코드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탄소섬유, 아라미드 등 첨단 소재 사업 강화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독자 기술로 개발한 탄소섬유 'TANSOME'은 철보다 강도가 10배 이상 높으며, 수소연료탱크, 전선심재, 태양광 단열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회사는 2028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전주 공장의 탄소섬유 생산능력을 연간 2만4000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베트남 남부 효성비나코어 머티리얼즈에도 533억원을 출자해 내년까지 연산 5000톤의 추가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HS효성의 아라미드 및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HTC) 이미지. [이미지= HS효성]
아라미드 섬유 'ALKEX'는 강철보다 5배 강하고 내열성·내약품성이 뛰어나 방탄장비, 자동차, 통신, 석유·가스,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HS효성은 2022년 기준 아라미드 섬유 생산능력을 연산 3700톤까지 확대했으며, 2028년까지 2만4000톤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해외 시장 확대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인도 나그푸르 산업단지에 1740억 루피(약 2.8조원) 규모의 폴리머 섬유 공장 건설 MOU를 체결해 EV 타이어 보강용 소재를 현지에서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태국 타타스틸과 저탄소 강선재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해 친환경 스틸타이어코드 생산 기반도 마련했다.탄소 섬유 시장 규모 성장률 추이(2023~2033년). [자료=프리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신사업 영역에서는 벨기에 유미코아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실리콘 음극재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AI·데이터 인프라 사업에도 진출해 저전력 ARM 서버 시장 공략에 나서는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탄소섬유·수소·AI' 삼각편대로 독립경영 출사표
조현상 부회장은 출범 1년 만에 전통 사업 매각을 통한 과감한 포트폴리오 재편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으로 재계에서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 1조 5000억원 규모의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 매각을 단행한 것은 단순한 자산 정리가 아닌, 탄소섬유·수소·AI라는 미래 성장 삼각편대로의 전략적 전환을 위한 선제적 투자였다는 평가다.
HS효성첨단소재 주요품목 매출 비중. [자료= HS효성첨단소재 사업보고서]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2차전지 소재, 반도체 소재, AI 데이터 인프라 등 차세대 성장동력에 집중 투자될 예정이다. 특히 수소 저장용 압력용기와 도시항공모빌리티(UAM)에 핵심적으로 활용되는 탄소섬유 'TANSOME'의 생산능력을 2028년까지 2만4000톤으로 확대해 세계 톱3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현재 세계 시장점유율 10% 수준에서 대폭 상향된 야심찬 계획이다.
조 부회장이 올해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의장을 맡아 수행하고 있는 '민간 외교관' 역할도 이 같은 글로벌 신사업 확장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지난 4월 캐나다 토론토 ABAC 2차 회의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무역을 통한 지속적 번영을 강조한 것은 HS효성의 친환경 소재 기술을 글로벌 시장에 알리는 기회이기도 했다.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민간의 목소리를 각국 정상에게 직접 전달하는 역할은 HS효성의 수소·탄소섬유 기술력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어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평가된다. 실제로 OECD 기업산업자문위원회(BIAC) 이사와 한국·베트남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활동을 통해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는 HS효성의 베트남 탄소섬유 공장 투자와 인도 폴리머 섬유 공장 건설 등 해외 진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HS효성첨단소재 최근 3년 국내외 매출 비중. [이미지=더밸류뉴스] ESG 경영에서도 신사업 전환과 연계된 전략적 접근을 보이고 있다. 에코바디스 플래티넘 메달과 DJSI 코리아 2년 연속 편입은 단순한 인증 획득을 넘어 친환경 소재 기업으로의 정체성 확립을 의미한다. SBTi 승인을 받은 온실가스 42% 감축 목표는 태국 타타스틸과의 친환경 강선재 공급 계약처럼 실제 사업에서 구현되고 있다. 탄소배출량을 60% 절감할 수 있는 전기로(EAF) 기반 철강재 사용은 기존 제품 대비 10% 이상 높은 마진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돼 수익성 개선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이달 30일 서울 마포 본사에서 열리는 출범 1주년 기념 행사는 조 부회장이 추진해온 '가치경영' 철학의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AI·데이터 인프라와 수소 경제 진출 계획을 구체화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전통 소재 기업에서 미래 모빌리티 소재 전문기업으로의 대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조 부회장의 리더십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