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플랫폼 정책포럼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정보통신법학회가 공동 주최한 ‘플랫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과제’ 세미나가 22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경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박사가 ‘AI시대 플랫폼의 가치와 정책방향’을, 선지원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플랫폼 산업의 규제 현안과 개선 방안’을 주제로 각각 발제했고 학계와 연구기관, 플랫폼 업계 및 정부 관계자들이 토론에 참여했다.
디지털플랫폼 정책포럼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정보통신법학회가 지난 22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플랫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과제’ 세미나를 개최해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현장에서는 인공지능(AI) 경쟁이 기술과 모델 개발을 넘어 실제 서비스와 수익을 창출하는 단계로 이동하면서 국내 플랫폼의 역할과 경쟁력을 높일 정책 방향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플랫폼 간 격차가 확대되면서 일률적인 사전규제보다는 실제 경쟁제한 행위와 이용자 피해를 중심으로 대응하고 AI 산업 육성과 이용자 보호를 함께 고려한 유연한 규율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 이경선 박사 AI 경쟁 ‘모델’서 ‘가치창출’로…“플랫폼 정책 프레임 바꿔야”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이경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박사는 AI 등장 이후 플랫폼을 둘러싼 산업 환경이 빠르게 달라진 만큼 정책의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2년 말 챗GPT 등장 이후 글로벌 빅테크가 AI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확보하는 동안 국내에서는 과거 플랫폼 시장을 전제로 한 규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2026년의 플랫폼 생태계가 2020년, 2022년과 동일하지 않다”며 “이제는 AI 시대의 플랫폼을 바라보는 시각과 플랫폼 정책을 바꿔야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경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박사가 22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개최된 ‘플랫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과제’ 세미나에서 ‘AI시대 플랫폼의 가치와 정책방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국내외 플랫폼의 기업가치 격차도 사례로 들었다. 이 박사가 지난 11일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알파벳과 네이버의 시가총액 격차는 지난 2020년 약 27배에서 올해 175배로 확대됐다. 애플과 카카오의 격차 역시 같은 기간 71배에서 426배까지 벌어졌다. AI 파운데이션 모델 등장 이후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산업구조가 형성되면서 국내 기업과 글로벌 빅테크 사이의 자본력 차이도 더욱 커졌다는 설명이다.
AI 경쟁의 무게중심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모델 성능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단계를 지나 AI를 실제 서비스에 적용해 경제적 가치와 수익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경쟁은 AI 역량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할 것인가를 넘어서 어떻게 서비스화하고 산업적인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로 넘어가고 있다”며 “늘어난 토큰 소비가 얼마나 경제적 가치와 수익으로 연결되는가로 AI 경쟁이 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은 AI 기술을 실제 산업과 이용자에게 확산시키는 통로로 제시됐다. 플랫폼을 이용하면 기업이나 소상공인이 자체적인 기술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더라도 AI 서비스를 빠르게 도입할 수 있고, 서비스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다시 모델 개선과 인프라 투자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 박사는 “플랫폼은 AI를 활용하고 확산하는 굉장히 핵심 통로”라며 “피드백 데이터를 통해 산업에 맞는 특화된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책 방향도 이에 맞춰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박사는 “국내 플랫폼의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플랫폼 정책의 핵심 목표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인프라·모델·데이터·플랫폼·서비스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입법 중심의 논의에서 벗어나 자율규제 중심의 유연한 플랫폼 규율체계와 신뢰 기반을 확립해야 한다”며 기업의 규모보다는 실질적인 경쟁제한 행위와 생태계의 혁신 여부를 중심으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선지원 교수 '플랫폼 덩치 크다고 규제부터?'…이용자 선택권·실질적 피해 따져야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선지원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빠르게 변하는 플랫폼 산업에서 기존 규제 방식이 실제 이용자 후생으로 이어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AI 확산으로 플랫폼의 서비스와 이용자의 행위가 복잡해지는 데 반해 규제는 여전히 플랫폼의 규모와 영향력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선지원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2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개최된 ‘플랫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과제’ 세미나에서 ‘플랫폼 산업의 규제 현안과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선 교수는 “정말로 이용자 후생을 위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규제 정책이 입안되고 집행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은 본질적으로 이용자와 사업자를 ‘중개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데다 최근에는 다양한 기술과 사업자가 얽히면서 가치사슬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률적으로 어떤 식으로 규제를 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존재”라는 게 선 교수의 진단이다.
플랫폼의 규모가 크다는 사실만으로 경쟁제한성을 판단하는 접근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선 교수는 플랫폼이 거대하다는 이유로 경쟁이 제한된다는 주장이 이어져 왔다면서 “과연 이게 옳은 명제인지, 정말로 실증된 이야기인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AI 네이티브 플랫폼이 등장하고 기존 플랫폼도 AI 기반 서비스로 전환하는 만큼 시장의 구조와 위험을 구체적으로 따져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해외 규제 환경의 변화도 언급했다. 유럽연합(EU)이 디지털서비스법(DSA)과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플랫폼 규제를 강화해 왔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부 규제를 유예하거나 기업 지원과 데이터 활용을 강화하는 방향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선 교수는 개별 정책보다 “유럽연합이 이런 방향으로 정책 변화를 하고 있다는 전체적인 맥락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 방식에서는 실제 집행 가능성과 산업 혁신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플랫폼 운영자와 규제기관 사이에 정보 비대칭이 존재하고 해외 사업자에는 국내 규제의 집행력이 제한될 수 있는 만큼 일방적인 ‘톱다운’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률적인 규제가 플랫폼 서비스나 알고리즘·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기술 발전 속도와 실제 위험의 발생 정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 AI 시대 플랫폼 경쟁력 해법은…“성장·혁신 고려한 유연한 규율 필요”
발제에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AI 시대 플랫폼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이용자 보호와 공정경쟁을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이 논의됐다. 특히 기존 플랫폼의 시장점유율과 규모를 중심으로 한 정책에서 벗어나 AI 생태계에서 실제로 가치가 만들어지고 축적되는 구조까지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22일 개최된 ‘플랫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과제’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경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박사, 선지원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김용환 네이버 박사, 황혜선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이성엽 고려대 교수·한국정보통신법학회장, 황용석 건국대 교수·정보통신정책학회장, 박성식 놀유니버스 대외협력 대표, 김성옥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박사, 구희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플랫폼·OTT 정책팀장) [사진=더밸류뉴스]
특히 AI 시대에는 국내에서 만들어진 기술과 데이터, 서비스의 가치가 어디에 축적되는지가 플랫폼 경쟁력과 연결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글로벌 AI 기업이 이용자 접점을 확보할수록 국내에서 발생한 데이터와 수익이 해외 생태계로 이동할 수 있어 국내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플랫폼 규제 역시 기업의 규모보다 실제 시장에서 발생하는 효과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플랫폼이 다양한 산업과 참여자를 연결하는 만큼 같은 규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서비스별 거래구조와 산업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규제를 추가하기에 앞서 기존 제도의 효과와 규제 공백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실제 경쟁제한이나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는 영역을 중심으로 규율하되 기술 변화가 빠른 분야에서는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자율규제 등 유연한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중시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일방적인 톱다운 방식보다 다양한 시장 주체가 참여하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책임 있는 자율규율 기반을 보완하고 국내 플랫폼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도 발굴할 계획이다.
AI 확산으로 플랫폼의 역할이 단순한 서비스 중개를 넘어 기술과 데이터, 이용자를 연결하는 핵심 축으로 확대되면서 정책의 무게중심도 변화하고 있다. 국내 플랫폼의 성장 기반을 확보하는 동시에 공정경쟁과 이용자 보호를 담아낼 수 있는 규율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향후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