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2026년을 종합금융그룹 체제 완성 이후의 첫 전환점으로 규정했다. 지난 3년간 자본 기반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비하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만들겠다는 판단이다. 성장의 속도보다 방향과 깊이를 먼저 고르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서울시 중구 명동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사 사옥 전경. [사진=우리은행]
임 회장은 신년사에서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전제로 깔았다. 환율과 금리 변동성, AI 확산, 초고령사회 진입 등 금융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를 언급하며, 단기 실적 중심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의 올해 경영 목표를 ‘미래동반성장을 주도하는 금융그룹’으로 설정하고, 생산적 금융·전사적 AX·시너지 창출을 3대 전략 축으로 제시했다.
첫 번째 선택은 생산적 금융이다. 임 회장은 기업금융을 우리금융이 가장 자신 있고, 가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영역으로 짚었다. 단순 여신 확대가 아니라 기업 성장 단계 전반을 투자와 금융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통해 중장기 수익 기반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포용금융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병행해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놓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두 번째는 AX다. 임 회장은 AI를 일부 업무에 적용하는 수준을 넘어, 심사·상담·내부통제 등 핵심 기능 전반에서 업무 방식 자체를 바꾸는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디지털 자산 제도화 흐름과 맞물려 데이터와 AI 역량을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신사업 확대로 고객 접점을 넓히겠다는 방향이다. 비용 절감보다 구조 혁신에 방점이 찍혀 있다.
마지막은 시너지다. 은행·보험·증권을 모두 갖춘 종합금융 체제가 완성된 만큼, 계열사 간 협업을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업권별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그룹 차원에서만 가능한 결합 솔루션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종합하면 임종룡 회장의 2026년 메시지는 확장보다 정교함에 가깝다. 외형 성장보다 구조를 먼저 다지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 차별화를 만들겠다는 판단이다.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진짜 경쟁력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과 깊이에 있다는 인식이 이번 신년사 전반에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