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1510원을 돌파하며 금융시장에 공포가 번지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해외 자산이 많은 보험사는 앉아서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 이에 금융당국도 연일 “철저히 관리하라”며 긴급 점검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일 14개 보험사 CFO를 소집해 중동 사태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최악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수립할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특히 해외 대체투자 부실화와 환헤지 비용 증가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갉아먹지 않도록 보수적인 자산 관리를 당부한 상태다.
이런 폭풍우 속에서도 신한라이프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 지난 18일 공시된 사업보고서를 뜯어보면, 신한라이프생명보험(대표이사 천상영)은 이미 환율과 금리라는 두 마리 괴물에 대비해 방어막을 쳐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중구 신한라이프 본사. [사진=신한라이프]
◆ ‘금리 폭풍’에도 자산 가치 1조 지켰다…이익 방어력 개선
보험사 재무건전성의 핵심 지표 중 하나가 ‘자기자본 경제적 가치 변동(△EVE)’이다. 이는 금리가 요동칠 때 내 회사의 자산 가치가 얼마나 깎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다. 숫자가 낮을수록 시장 위험에 덜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신한라이프의 △EVE는 지난 2024년 말 3조8485억원에서 지난해 말 2조8479억원으로 떨어졌다. 1년 만에 위험 노출액을 약 1조원이나 줄인 것이다(바젤III IRRBB 표준방법 기준). 시장이 아무리 흔들려도 자산 가치가 맷집 좋게 버틸 수 있도록 체질은 바꿨다는 의미다.
단기 수익성 방어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순이자이익 변동(△NII)’도 좋아졌다. 이는 금리가 변할 때 앞으로 1년간 이자 수익이 얼마나 줄어들 수 있는지를 뜻하며, 역시 낮을수록 안정적이다.
신한라이프의 △NII는 지난 2024년 말 445억원에서 지난해 말 301억원으로 144억원 개선됐다. 경쟁사들이 금리 향방에 일희일비하며 실적이 널을 뛸 때, 신한라이프는 이 리스크마저 착실히 지워나가고 있었다.
결국 장기적인 자산 가치(EVE)와 단기적인 수익성(NII) 리스크를 동시에 줄였다는 것은, 자산·부채 종합관리(ALM)가 일회성 처방이 아닌 시스템적으로 완벽히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신한지주 2025년 4분기 기준 비트레이딩 포지션에 대한 시장위험 변동. [이미지=더밸류뉴스]
◆ 환율 자물쇠 채우고, 외화 비상금은 ‘11배’ 쟁여둬
수십조원의 해외 자산을 굴리는 신한라이프에게 환율 상승은 큰 위협이다. 환율이 오르면 해외에서 벌어온 달러 수익을 원화로 바꿀 때 손해가 날 수 있다. 이를 막는 게 ‘환 헤지(Hedge)’다.
신한라이프는 해외 투자 시 미리 환율을 고정해두는 '백투백(Back-to-Back) 헤지' 전략을 쓴다. 환율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든 손실이 확정 범위 안에 갇히도록, 선제적으로 '자물쇠'를 채워두는 전략이다.
이러한 방어벽은 지표로도 증명된다. 지난해 말 기준 외화유동성비율은 1111.7%를 기록하며 전년 1272.3% 대비 낮아졌지만, 여전히 외화로 나가는 돈보다 들어오는 돈이 11배 이상 많은 압도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자본 건전성 측면에서도 지난해 말 지급여력비율(K-ICS)은 잠정 206.0%로,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를 상회하고 있다. 원화유동성비율 역시 지난해 말 보험사 최저 기준 100%의 세 배가 넘는 367%를 나타내어 비상시 현금 동원 능력이 충분함을 입증했다.
결과적으로 고환율과 금리 불확실성이 지속된 열악한 시장 환경 속에서도 5077억원의 연결 당기순이익을 거둔 것은, 신한라이프가 구축한 탄탄한 유동성과 리스크 관리 체계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천상영 신한라이프 대표이사. [사진=신한라이프]
◆ ‘시어머니’ 지주사의 깐깐함, 위기에서 ‘해자’가 되다
이런 성적표 뒤에는 신한금융지주의 그룹 차원 리스크 관리 체계가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ALM위원회를 통한 내부이전금리(FTP) 관리 및 의사결정 체계를 운영하며, 그룹 전반의 이자율·환율 위험을 통합 관리한다.
현장에서는 때로 "너무 까다롭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보수적인 관리 문화가 환율 1500원 시대에 신한라이프를 가장 안정적인 보험사 중 하나로 만든 일등 공신이 됐다.
천상영 신한라이프 대표는 지난 1월 취임사에서 “성과는 눈앞에 보이는 결과지만, 성장은 그 성과를 끊임없이 유지할 수 있는 체력과 내실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며 “시장 변화에도 흔들림 없는 재무 기반을 바탕으로 신한라이프를 ‘밸런스가 좋은 회사’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유준석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신한지주는 안정적인 이자이익 기반 위에 비은행 부문의 실적 정상화가 더해지는 구조”라며 “비은행 자회사 정상화와 자본시장 부문 성장이 실적으로 가시화될 경우, 경쟁사와의 밸류에이션 격차 빠르게 축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1510원 환율 쇼크는 신한라이프에게 위기가 아닌, 그동안 준비해온 ‘ALM 실력’과 천 대표가 강조한 ‘기반이 튼튼한 회사’로서의 면모를 시장에 뽐내는 기회가 되고 있다. 100년 기업을 향한 신한라이프의 견고한 방어력이 고환율 장기화 국면에서도 흔들림 없이 유지될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