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자사주 소각 레이더] 2. 두산의 가장 신속한 '12% 소각'…'규제 프리·ROE 점프·AI 독점력'

- RSU 유보 제외 자사주 사실상 '제로(0)'…초과 자본 축소의 정석

  • 기사등록 2026-05-26 13:31:29
기사수정
[더밸류뉴스=권소윤 기자]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3차 상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대기업 지주회사들의 자본 구조 재편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 중 가장 기민하게 움직인 곳은 두산그룹(회장 박정원)이다.


두산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바로 다음 날(2/26) 이사회를 열고 기보유 자사주 12.2%(256만 8528주)를 연내 전량 소각하겠다고 전격 공시했다. 결의일 종가 기준 약 3조12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예외 조항이나 우회 전략 대신 가장 신속한 정공법을 택했다. 이어 지난달 1일 공시('㈜두산 기업가치 제고 계획')를 통해 연내 소각 주식 배분을 보통주 195만6424주 및 우선주 61만2104주(합산 256만8528주)로 최종 명시했다.


시장에서는 두산의 이번 행보를 단순한 주주환원을 넘어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제외에 따른 재무 유연성 △자체사업의 차세대 AI 소재 공급 독점 △초과자본 축소를 통한 ROE 목표치 달성이 맞물린 복합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 '지주사 지위 반납'의 역발상…규제 사각지대서 확보한 재무 유연성


[자사주 소각 레이더] 2. 두산의 가장 신속한 \ 12% 소각\ …\ 규제 프리·ROE 점프·AI 독점력\ 두산이 12.2% 자사주 소각을 추진함과 동시에 전자BG 부문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두산은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현재 공정거래법상 법적 지주회사 지정에는 제외된 상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 중 하나는 '지주비율 50% 이상(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절반 이상)'이다. 이는 지주회사가 보유한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지주회사 자산총액의 절반을 넘어야 함을 의미한다.


두산은 지난해 상반기 두산로보틱스 지분을 담보로 5500억원을 차입하며 전체 자산 규모가 1.2조원 규모로 급증했다. 반면 취득 당시의 장부가액 기준으로 산정하는 자회사 합산 가치는 동일하게 유지됐다. 결국 지난해 9월 두산은 지주비율이 50% 밑으로 하락하며 지주사 지정에서 제외됐다. 


두산이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에서 제외된 것은 2009년 첫 체제 전환 이후 2015년, 2021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자체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지주사 특성상 구조조정과 확장 과정에서 자산 변동이 활발했던 영향이다. 이에 두산은 자본 효율성에 따라 지주사 지위를 유연하게 활용하는 역발상 전략을 취해왔다.


자본시장 관점에서 법적 지주사 제외는 규제 완화라는 실리적 이점을 제공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에 해당하지 않으면 자회사 지분 의무 보유 비율(상장사 30%, 비상장사 50%)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 더불어 지주회사 본체의 부채비율을 200% 이내로 유지해야 하는 행위 제한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이는 두산이 자체 사업 역량을 확대하거나 대규모 차입을 통해 글로벌 M&A(인수합병) 및 신규 증설 등 구조개편을 추진할 때 재무적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배경이 된다.


◆ 분자를 키우는 자체사업…전자BG '베라 루빈' 독점 공급 기대


[자사주 소각 레이더] 2. 두산의 가장 신속한 \ 12% 소각\ …\ 규제 프리·ROE 점프·AI 독점력\ 두산 매출액 비중. [자료=두산 1분기 보고서]자사주 소각을 통해 자본이라는 '분모'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장기적인 주가 재평가로 이어지려면, 기업이 실제 벌어들이는 이익인 '분자(영업이익)'의 성장세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 두산의 분자를 키우는 핵심 동력은 자체사업 부문인 '전자BG(비즈니스그룹)'가 견인하고 있다.


김장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시장 성장과 반도체 수요 증가에 힘입어 전자BG의 연간 매출이 86.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95.5% 급증했다"며 "고부가 하이엔드 제품 비중이 늘어나면서 영업이익률 역시 14%p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 또한 "AI 반도체 시장의 호조로 ㈜두산 전자BG 중심의 연간 매출이 이미 2.3조 원을 돌파한 상태"라며 이익 창출력을 높게 평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전자BG의 독점적인 기술력과 공급 모멘텀에 주목하고 있다. 이주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전자BG의 핵심 투자 포인트로 북미 주요 고객사(엔비디아)향 NWB(네트워크 보드)용 CCL(동박적층판)의 견조한 수요와 800G 스위치 및 광모듈향 매출 확대를 꼽았다. 특히 차세대 AI 인프라인 '베라 루빈(Vera Rubin)'향 컴퓨트 트레이용 CCL의 단독 공급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 같은 하이엔드 CCL 제품은 저가형 제품과 달리 기술력 기반의 가격 책정이 가능하다. 저가형 제품은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에 취약해 마진(이익률)이 훼손되기 쉬운 반면, 하이엔드 제품은 기술 장벽 덕분에 제품의 스펙 상승과 세대 전환에 맞춰 판가 자체를 인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개월간의 원재료 매입 가격 변동을 추후 판가에 온전히 전가할 수 있는 구조다. 전방 업황 변동 시에도 마진이 손상될 우려가 낮다.


두산은 현재 전방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증평, 태국으로 이어지는 명확한 NWB 생산라인 증설 로드맵을 가동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그동안 경쟁사 대비 감점 요인이었던 생산 능력(CAPA) 확장성과 고객사 다변화 우려가 동시에 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 분모 축소로 ROE 10% 정조준…'고배당기업' 세제 혜택 시너지


[자사주 소각 레이더] 2. 두산의 가장 신속한 \ 12% 소각\ …\ 규제 프리·ROE 점프·AI 독점력\ 두산의 주주환원 및 재무 목표 이행 계획.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두산은 지난 2월 26일과 4월 1일 공시를 통해 보통주 195만6424주와 종류주식 61만2104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확정했다.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 등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유보할 보통주 약 63만 주를 제외하면 금고 속 자사주를 사실상 전량 소각하는 셈이다.


대규모 자사주 소각은 회계상 자기자본(Equity) 총액을 줄여 자본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이익 규모가 유지되더라도 분모인 자본이 축소되므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직접 상승하는 효과를 낸다. 이에 두산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2025~2026년 ROE 4~6% 달성, 내년 ROE 8~10% 라는 재무 목표를 공시했다. 명확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사내 초과자본을 소각하여 자본 효율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동시에 수급 체질 개선을 위한 현금배당 확대 기조도 명확하다. 두산은 지배회사 소유주지분 당기순이익의 25% 이상을 배당성향으로 유지하고, 배당총액을 직전 연도 대비 10% 이상 증가시키는 것을 결정했다. 두산의 이익배당금액은 이미 전년 대비 100% 증가한 717억원을 기록해 조세특례제한법상 고배당기업 요건을 충족했다.


이는 법적 지주사 규제는 피하면서, 주주들에게는 고배당 세제 혜택(배당소득 분리과세) 특권을 제공해 장기 투자 자금을 유입시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주식 소각을 통한 자본 효율화와 성장 자산(전자BG·하이액시엄 수소 사업)에 대한 균형 있는 자원 배분이 맞물리며, 두산의 이번 행보는 지주사 밸류업의 가장 정석적인 포트폴리오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vivien9667@thevaluenews.co.kr

[저작권 ⓒ 더밸류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밸류뉴스'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광고성 정보 수신

제휴 콘텐츠, 프로모션, 이벤트 정보 등의 광고성 정보를 수신합니다.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6-05-26 13:31:29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더밸류뉴스TV
그 기업 궁금해? 우리가 털었어
유통더보기
더밸류뉴스 구독하기
버핏연구소 텔레그램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