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업황 부진으로 실적 둔화를 겪었던 삼성SDI(006400)가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 성장과 글로벌 완성차 고객사 확대를 바탕으로 반등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구간이 지나가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수혜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기업분석 전문 버핏연구소는 지난 21일 발간한 독립리서치를 통해 “이차전지 산업이 공급과잉과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캐즘’ 구간 초반에 진입했지만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 경쟁력과 ESS 성장세를 기반으로 ‘승자의 기쁨’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버핏연구소 독립리서치는 국내 최초의 개인투자자를 위한 독립리서치로 2012년 9월 발행을 시작했다.
버핏연구소 독립리서치가 발행한 '삼성SDI, 이차전지 최악 업황 지나고 ESS 쑥쑥'. [자료=버핏연구소]
◆ 메르세데스-벤츠 공급 계약…독일 완성차 ‘빅3’ 고객 확보
이차전지 산업 발전 시나리오. [출처=삼성SDI 사업보고서]
삼성SDI는 올해 4월 메르세데스-벤츠와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계약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7년, 수주 규모는 약 10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SDI는 BMW·폭스바겐에 이어 벤츠까지 고객사로 확보하며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빅3’를 모두 고객사로 확보하게 됐다. 기존 BMW 의존도가 높다는 시장 우려를 완화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삼성SDI가 공급하는 제품은 하이니켈 MCM(니켈·코발트·망간) 각형 배터리다. 각형 배터리는 안전성과 공간 효율성이 높은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지만,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는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SDI는 ‘프리즘 스택(Prism Stack)’ 기술을 통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가스 배출 벤트 구조를 적용해 안전성을 강화했다.
◆ 전기차 업황 바닥 통과 분석…리튬 가격 안정세도 긍정적
이차전지의 유형. [자료=버핏연구소]
버핏연구소는 이차전지 산업이 최악의 국면은 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완성차 업체들의 재고 감소와 배터리 셀 재고 정상화, 소재 업체들의 감산 효과 등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SDI의 소형전지 공장 가동률은 2025년 말 50%까지 하락했지만 올해 1분기 65%로 반등했다. 2022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가동률이 처음으로 상승 전환한 것이다.
실적 역시 개선 흐름을 보였다. 삼성SDI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3조5763억원, 영업손실 155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2.5% 증가했고 영업손실 규모는 64% 감소했다.
리튬 가격 안정세도 업황 회복 기대를 높이고 있다. 국제 리튬 가격은 2022년 ㎏당 70달러 수준까지 급등했지만 현재는 22달러 수준으로 안정됐다. 원재료 가격 안정은 배터리 원가 부담 완화와 전기차 가격 경쟁력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 ESS, 삼성SDI 새 성장축 부상…AI 데이터센터 수혜 기대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 점유율. [자료=버핏연구소]
삼성SDI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는 ESS 사업이 꼽힌다. ESS 매출 비중은 지난해 약 10% 수준이었지만 내년에는 25%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시장이 핵심이다. 미국 정부는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노후 전력망 교체, 탄소중립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ESS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에는 비상 전원과 전력 저장 기능을 수행하는 ESS 설치가 필수적이다.
IRA 시행 이후 미국 내 태양광·산업용·데이터센터 ESS 투자가 급증하면서 시장 성장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SDI는 미국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JV) ‘스타플러스 에너지’를 통해 미국 현지 생산 체계 구축도 추진 중이다.
◆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재무구조 개선 기대
삼성SDI 글로벌 사업장 현황. [자료=삼성SDI 홈페이지]
삼성SDI는 올해 2월 투자 재원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 중인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15.2%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지분 가치가 약 10조~11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삼성SDI는 이차전지 캐즘 영향으로 지난해 584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이번 지분 매각으로 차입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11조원 규모인 이자발생부채도 사실상 해소 가능성이 거론된다.
버핏연구소는 “삼성SDI는 디스플레이 중심 사업 구조에서 이차전지 기업으로 체질 전환에 성공한 사례”라며 “프리미엄 배터리 경쟁력과 ESS 성장세가 중장기 기업가치의 핵심 변수”라고 평가했다.
삼성SDI 연혁과 이차전지 사업 일지. [자료=삼성SDI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