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인 기초 유분 시장의 수익성 하락으로 롯데케미칼의 재무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2022년 76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2023년(3477억원), 2024년(9145억원), 2025년(9431억원)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냈다.
롯데케미칼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매출액 역시 2022년 22조2761억원을 기점으로 하락세다. 이는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에 따른 구조적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이 맞물린 데다, 중동 산유국의 자체 화학 설비 증설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친 결과다.
롯데케미칼이 꺼내 든 카드는 과감한 ‘한계사업 정리’와 ‘포트폴리오 고도화’다. 적자가 지속되는 비핵심 자산은 과감히 정리하거나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미래 먹거리인 전지소재 분야에 집중 투입한다는 전략이다.
◆ 석유화학 비중 줄이고 배터리·수소 중심 '첨단 소재'로 사업 재편
롯데케미칼은 기존 범용 석유화학 사업의 비중을 줄이기 위해 대산 공장에 이어 여수 공장까지 핵심 설비의 합리화 작업을 진행했다. 범용 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위해 전지 소재 공급망 내 입지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완공 예정인 미국 양극박 공장을 통해 핵심 소재의 북미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추려 한다.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
우선 올해 연말 미국 켄터키주에 롯데알미늄과 합작한 '롯데알미늄 머티리얼즈 USA' 양극박 공장(연산 3만6000톤 규모)을 연내 준공하는 등 관련 사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롯데케미칼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구 일진머티리얼즈)는 롯데그룹 화학군 내에서 '미래 먹거리'인 2차전지 소재를 담당하는 핵심이다. 특히 초극박, 고강도, 고연신의 물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하이엔드 전지박 기술력과 양산 역량을 주목받아, 현재 북미 합작 고객사의 ESS용으로 단독 채택되는 등 질적 성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롯데케미칼 매출액 비중. [자료=롯데케미칼 사업보고서]또 롯데케미칼은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일환으로 60MW 규모의 울산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추가 가동을 앞두고 있으며, 2030년까지 총 6조원을 투자해 청정 암모니아 600만톤을 생산하고 국내에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생산-운송-활용’으로 이어지는 수소 밸류체인 완성을 위한 구체적인 행보로, 탄소중립이라는 글로벌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유가 변동성에 의존하던 기존 석유화학 중심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여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 2030년 스페셜티 비중 60% 목표...철저한 재무 건전성 관리
롯데케미칼은 오는 2030년까지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의 매출 비중을 전체의 6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20일 열린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은 이 같은 미래 성장 기반 구축 전략을 공식화했다. 이훈기 롯데케미칼 사장은 "기존의 범용 제품 중심 사업 구조로는 더 이상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다"며, "2030년까지 고부가 스페셜티 비중을 60%로 확대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에너지 소재와 친환경 제품군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재편해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케미칼이 지난 20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 오디토리엄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롯데케미칼]단순히 제품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 사업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전지 소재, 수소 에너지, 리사이클 등 고부가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다만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만큼, 신규 투자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범위 내에서 집행해 재무 건전성을 최우선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더불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해 7월 지급한 중간 배당(500원)에 이어 결산 현금 배당 500원을 더해 보통주 1주당 총 1000원의 배당을 최종 확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석화 산업의 불황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의 변신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라며 “신사업 분야에서의 조기 수익성 확보가 향후 반등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