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기차 시장 둔화로 실적 부진을 겪은 삼성SDI가 안전성을 입증받은 각형 배터리 기술을 앞세워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신규 시장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실적 반등에 나선다.
배터리는 일반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기보다 전기차 제조사를 주요 고객으로 삼는 산업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면서, 이를 고객으로 둔 배터리 업계 역시 실적 부진이라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유럽 시장의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미국의 관세 장벽 등 대외적인 변수까지 겹치며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삼성SDI는 지난해 매출액 13조2667억원, 영업적자 1조7224억원을 기록했다.
삼성SDI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올해 역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향후 정책과 관세 방향에 따라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주력 제품인 각형 배터리와, 사업 방향 다각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나가고자 한다.
◆ 하반기 흑자 전환 목표...사업 구조 다각화로 중장기 성장 모멘텀
지난 18일 열린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지난해 배터리 업계가 직면했던 혹독한 시장 환경을 되짚으며 올해의 극복 전략을 제시했다. 삼성SDI는 전기차에 집중됐던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여 중장기 성장 기반 확보에 집중키로 했다.
삼성SDI 매출액 비중. [자료=삼성SDI 사업보고서]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ESS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배터리 기업들의 신규 수요 창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최 사장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성장이 올해를 기점으로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하며 각형·전고체 등 핵심 배터리 기술의 특허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기술 경영을 이어가겠단 방침이다.
본원적인 폼팩터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이 가장 필요로 하는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하반기 실적 반등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 고난도 각형 배터리 기술 '프리즘 스택'...'초격차' 기술 확보
배터리는 생김새에 따라 건전지 모양의 원통형, 주머니 모양의 파우치형, 그리고 네모난 상자 모양의 각형으로 나뉜다. 이 중 각형 배터리는 단단한 알루미늄 케이스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 충격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모양이 납작하고 반듯해서 여러 개의 배터리를 모아 빈 공간 없이 차곡차곡 쌓아 올리기가 매우 용이하다.
배터리는 형태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네모난 상자 모양의 각형 배터리, 주머니 모양의 파우치형 배터리, 건전지 모양의 원통형 배터리다. [자료=삼성SDI]
특히 삼성SDI는 배터리 내부의 소재를 두루마리 휴지처럼 둘둘 감는 대신, 전극과 분리막을 여러 층으로 쌓아올린 '프리즘 스택(Prism Stack)'으로 빈 공간을 줄이고 에너지 밀도를 높였다. 여기에 내부에 가스가 차면 밖으로 빼내는 안전장치인 벤트를 달아 불이 번지는 현상을 막는 등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했다.
이 같은 기술력의 차이는 객관적인 숫자로도 명확하게 나타난다. 삼성SDI는 미국에서만 각형 배터리 관련 특허를 1200건 이상 확보했는데, 이는 중국·일본 경쟁사 대비 약 2배 수준으로 알려졌다.
◆ '인터배터리 어워즈' 수상… 다양한 산업으로 쓰임새 넓힌다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 기술력은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받았다. 전시 참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배터리 어워즈 2026'에서 관련 기술로 수상하며, 각형 배터리와 적용 제품들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삼성SDI는 이번 행사에서 전기차에 들어가는 주력 각형 배터리 제품들을 전면에 내세워 관람객들에게 소개했다. 이와 함께 각형 배터리 기술을 응용하여 갑자기 정전이 발생해도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는 무정전전원장치(UPS)도 함께 선보였다.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이 열렸다. 삼성SDI는 이번 전시에서 AI 시대 고품질 배터리 혁신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이미지=삼성SDI]더불어 에너지를 대용량으로 저장해 두는 '삼성배터리박스(SBB)' 풀 라인업을 공개하며 산업 전반으로의 확장 의지를 다졌다. 이는 검증되고 튼튼한 각형 배터리의 형태를 바탕으로 기존의 전기차 시장을 넘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16일 미국 메이저 에너지 업체와 1조 5000억원 규모의 ESS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각형 배터리의 안전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구체적인 수주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삼성SDI는 독보적인 각형 배터리 기술력을 무기로 다가오는 AI 시대의 다양한 에너지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