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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마지막 기회 앞둔 케이뱅크…프리미엄이 아닌 신뢰가 답이다

- 세 번째 상장…케이뱅크에 남은 시간은 1년뿐

- 업비트 예치금이 만든 성장…금리 21배 인상 후 리스크로 돌아섰다

- 적정 밸류…축소된 구주 매출이 신뢰 만든다

  • 기사등록 2025-11-21 16:3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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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윤승재 기자]
  1.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1호 케이뱅크(대표이사 최우형)가 세 번째 상장 도전에 나섰다. 이번 도전은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에게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운명을 건 한판 승부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은 전임 경영진이 두 차례나 코스피 상장 문턱을 넘지 못한 탓에 구원투수로 영입됐다. 그의 임기는 다음달 31일 만료되는데,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마치지 못하면 구원투수 역할이 실패로 끝나게 된다. 


[기자의 눈] 마지막 기회 앞둔 케이뱅크…프리미엄이 아닌 신뢰가 답이다최우형 케이뱅크 행장. [사진=케이뱅크]

  1. 2026년 7월이 중요한 이유는 케이뱅크가 2021년 7월 베인캐피탈(Bain Capital)·MBK파트너스 등 재무적투자자(FI)들로부터 7250억원을 유치할 때 맺은 계약 때문이다. 계약에 따르면, 2026년 7월까지 상장에 실패하면  투자자들이 보유 지분을 강제로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각요청권(Drag-along)이 행사된다.

    이번 상장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지난 10일 케이뱅크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고 NH투자증권·삼성증권을 주관사로 택했다. 이번 상장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몸값 부풀리기 유혹을 이겨내고 시장의 신뢰를 되찾는지에 달려 있다.


◆ 카카오뱅크 고평가의 교훈


케이뱅크가 경계해야 할 가장 큰 위험은 몸값 부풀리기다. 카카오뱅크는 2021년 상장 당시 주가순자산비율(PBR) 5배, 공모가 3만9000원을 고집하며 인터넷은행 프리미엄을 강조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카카오뱅크 주가는 2만2000원 안팎으로 공모가를 크게 밑돈다. 상장 당시에는 성장성을 반영한 프리미엄이었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할증된 진입가로 남았다. 과도한 밸류에이션 탓에 투자자들의 신뢰가 훼손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케이뱅크는 예비심사 청구서에서 비교기업으로 카카오뱅크와 해외 인터넷은행들을 선정했다. 평균 주가순자산비율을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4~5조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재무적투자자가 높은 가격을 고집할 경우 수요예측이 부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 기한이 내년 7월로 제한된 점은 기관투자자에게 반드시 팔아야 하는 딜로 보일 수 있다. 기자가 아쉽게 보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케이뱅크가 성장 스토리를 내세워 다시 한 번 고평가를 시도할 경우에 시장은 이를 재무적투자자들의 출구전략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기자의 눈] 마지막 기회 앞둔 케이뱅크…프리미엄이 아닌 신뢰가 답이다상장 당시부터 현재(21일)까지의 카카오뱅크 주가. [자료=네이버증권]

◆ 업비트 의존, 성장의 양날이 된 이유


케이뱅크가 단기간에 몸집을 키운 배경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와의 제휴다. 2025년 1분기 기준 업비트 고객 예치금은 5조3631억원으로 전체 예금 잔액(27조8000억원)의 19%를 차지한다. 이 자금이 수신 성장을 이끌었지만 성격은 단기 자금에 가까워, 시황에 따라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핫머니라는 점이 리스크다. 


지난해 7월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이후 부담은 더 커졌다. 법 시행으로 거래소 예치금에도 일종의 예치금 이용료를 지급해야 하는 구조가 자리잡으면서, 케이뱅크는 업비트 예치금 금리를 연 0.1%에서 2.1%로 끌어올렸다. 조달비용은 단숨에 21배 뛰었다. 그 결과 2025년 1분기 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20% 감소한 1085억원, 당기순이익은 161억원으로 68.2% 급감했다. 예금은 늘었지만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 성장은 제한됐고 예대마진은 오히려 악화했다. 예대마진이 흔들리는데도 예치금 금리를 2%대에서 쉽게 내리지 못하는 구조라면 이 제휴는 더 이상 성장의 레버리지라기보다 고금리 부채에 가깝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기자의 눈] 마지막 기회 앞둔 케이뱅크…프리미엄이 아닌 신뢰가 답이다케이뱅크가 업비트 예치금 금리를 0.1%에서 2.1%로 올려 조달비용이 21배 증가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상장 과정에서 케이뱅크는 업비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코인원 예치금 비중이 0.3%에 불과한 카카오뱅크처럼 특정 거래소 집중도를 완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예치금 금리가 연 2.1%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순익이 잠식될 수 있어 재계약 시 금리 슬라이딩 조항이나 수익공유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단순히 업비트와의 제휴 연장을 기정사실로 두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야 상호 윈윈이 가능한지 시장에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 


◆ 신뢰 회복을 위한 현실적 몸값


최우형 행장이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은 명확하다. 


첫째, 과도한 밸류에이션을 피해야 한다. 4년 연속 흑자 달성과 재무적투자자들의 매각 물량 축소, 정부의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움직임 등 호재는 분명하다. 그렇다고 카카오뱅크 사례처럼 인터넷은행 프리미엄에만 기대해 과욕을 부린다면, 일반 투자자들의 공분을 부를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성장 스토리가 아니라 그 성장에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지다.


둘째, 공모 구조를 단순하게 만들고 구주 매출을 최소해야 한다. 상장 기한이 내년 7월로 제한된 만큼, 재무적투자자들도 구주 매출 축소나 공모가 조정 등에서 더욱 유연하게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 케이뱅크는 이번 상장에서 총 공모주식 수를 기존 8200만주에서 약 6000만주로 줄였다. 신주와 구주를 대략 절반씩 배분하는 구조를 유지한다는 전제를 놓으면 구주 매출 물량은 약 4100만주에서 3000만주 수준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기존 주주의 매각 물량이 1100만주 가량 감소하는 구조다. 과거 공모 규모 자체가 컸던 탓에 구주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는 인식이 강했고 그 점이 투자자 수요를 위축시켰다는 평가가 나왔던 만큼, 이번에는 물량과 가격 모두에서 과열 신호를 차단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기업가치는 기대뿐만 아니라 실적의 질과 지속성으로 결정된다. 케이뱅크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1034억원을 기록했지만 전년 대비 15.5% 감소했다. 수익 구조는 여전히 주택담보대출과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 등 일부 영역에 쏠려 있다는 점도 위험요인이다. 기업대출과 비이자 수익 비중을 키우고 있지만, 포트폴리오가 충분히 다변화됐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고평가 시도는 곧바로 실적 변동성에 대한 우려로 되돌아올 수 있다. 


◆ 밸류에이션이 갈림길


케이뱅크는 국내 1호 인터넷은행으로 출범해 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앞당겼지만, 그 자체만으로 높은 평가를 요구하기는 어렵다. 인터넷은행도 결국 실적과 구조적 안정성이 검증돼야 기업가치가 지속될 수 있으며, 시장 신뢰를 기반으로 할 때에만 성장의 선순환이 가능하다.


최우형 행장이 카카오뱅크처럼 지나치게 높은 주가순자산비율을 내세워 개인 투자자들에게 또 하나의 악몽을 안겨주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상장은 단지 자본 조달이나 재무적투자자들의 투자 회수에만 그쳐서는 안된다. 케이뱅크가 과열을 경계하는 태도로 현실적인 몸값을 제시해, 신뢰받는 금융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지 평가받는 무대다. 시장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프리미엄이 아니라 감내할 수 있는 가격에 합리적인 성장 스토리를 제시하는 은행이다. 


[기자의 눈] 마지막 기회 앞둔 케이뱅크…프리미엄이 아닌 신뢰가 답이다더밸류뉴스 금융증권부 윤승재 기자. [사진=더밸류뉴스]


eric9782@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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