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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원본과 복제품은 같은 존재인가…봉준호 감독 ‘미키17’이 던지는 '복제인간' 질문

- 복제인간 일상화된 2054년 배경으로 '진짜 인간이란 무인가?' 질문 던져

  • 기사등록 2025-03-02 11: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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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승윤 기자]

“죽는 건 어떤 기분이야?”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이 지난달 28일 개봉했다. 영화의 주인공 ‘미키(로버트 패틴슨)’는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는 존재로 주변인물들에게 위의 질문을 계속해서 받는다. 그는 어떤 이유로 죽음을 반복하는 것일까? 미키의 정체를 파헤치러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IFC몰에 있는 CJ CGV 여의도점을 찾았다.


[리뷰] 원본과 복제품은 같은 존재인가…봉준호 감독 ‘미키17’이 던지는 \ 복제인간\  질문봉준호 감독 신작 '미키17' 포스터. 

◆두명의 복제인간이 동시에 존재한다?


영화는 얼음 골짜기에서 조난당한 미키를 비추며 시작된다. 곧 동료이자 친구인 ‘티모(스티븐 연)’가 줄을 타고 내려오지만 골짜기 중간에 떨어진 화염방사기만 챙기고 미키는 구하지 않는다. 티모는 미키에게 “넌 구할 필요 없잖아. 이 줄도 여기까지 밖에 안 와”라고 얘기한다. 이게 무슨 미친 소리인가 싶지만 티모가 “너 어차피 계속 프린트 될 거잖아”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사실 미키는 17번째 복제인간이다. 이제 영화의 제목이 이해될 것이다.


[리뷰] 원본과 복제품은 같은 존재인가…봉준호 감독 ‘미키17’이 던지는 \ 복제인간\  질문미키(로버트 패틴슨)가 얼음 골짜기 밑에 조난당해 있다. [사진=워너 브라더스]

영화의 배경은 2054년 니플하임 행성이다. 인간들은 황폐화된 지구를 떠나 미드가르드 행성에 거주 중이었지만 이곳도 살기 어려워져 새로운 행성 개척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미키는 이 프로젝트의 단원 중 하나로 ‘익스펜더블’을 맡고 있다. 익스펜더블(expendable)은 영어로 ‘소모용의’라는 뜻으로 실험동물 같은 존재다. 방사능, 바이러스, 투약시험 등에 투입돼 연구의 대상이 되고 죽으면 미리 저장한 정보를 가지고 새로운 인간을 복제한다.


죽음을 기다리던 미키17은 골짜기에 사는 괴물의 도움으로 구출된다. 어렵사리 기지로 복귀해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고 그곳에서 미키18을 만난다. 동료들이 본부에 그가 죽었다고 알렸고 18번째 미키를 복제한 것이다. 두 미키는 크게 당황한다. 이곳에서 두 명 이상의 익스펜더블이 존재하는 것은 불법이다. 만일 발각될 시 모두 제거하고 해당 익스펜더블은 더 이상 생성하지 않는다. 두 미키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쳐 나갈까?


◆’미키17’이 해석하는 ‘테세우스의 배’ 역설


‘미키17’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테세우스의 배’ 역설과 관련 있다. 아테네에 테세우스라는 영웅이 있었다. 그가 한 전쟁에서 승리하고 사람들은 그가 전장에서 사용했던 배를 보관하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며 배는 노후화되기 시작했고 부품들은 하나씩 교체됐다. 많은 세월이 흐르고 배의 모든 부품이 교체됐다. 하지만 외형은 기존의 배와 똑같다. 이 배를 테세우스의 배라고 할 수 있을까?


[리뷰] 원본과 복제품은 같은 존재인가…봉준호 감독 ‘미키17’이 던지는 \ 복제인간\  질문미키17(오른쪽)이 미키18과 처음 조우하고 있다. [사진=워너 브라더스]

영화의 내용에 따르면 그 배는 기존 테세우스의 배와 다르다. 두 미키는 똑같이 생겼지만 전혀 다른 사람처럼 행동한다. 미키17은 소심하고 온순한 반면 미키18은 공격적이고 화가 많다. 서로가 다른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듯 같은 상황에서 다른 생각을 하고 상반된 반응을 보인다. 두 미키도 서로가 다른 존재라고 인지하고 있다. 처음 둘이 만났을 때 서로에게 죽음을 떠밀었고 미키18이 자신의 여자친구와 숙소로 갔을 때 미키17이 심하게 질투했다. 둘이 같은 존재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키17’은 복제인간의 윤리적 논쟁에 대해 답변한다. 복제인간은 원래의 인간과 같은 존재인가? 복제인간을 원래 인간의 편의를 위해 이용해도 괜찮은가? 먼저 복제인간은 또 다른 인격체다. 몸이 분리되는 순간 두 존재는 각자의 자아를 갖는다. 부품이 교체된 테세우스의 배는 더 이상 테세우스의 배가 아니듯, 복제된 인간은 더 이상 그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 존재를 누군가의 편의를 위해 이용해서도 안된다. 이는 인간을 수단으로 여기는 행위와 같다. 만약 원래의 인간과 복제품이 같은 존재라 하더라도 그 말은 두 존재의 인격 또한 같다는 뜻이기에 수직관계가 될 수 없다.


영화는 먼 미래를 그리고 있지만 사실 생물 복제는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1996년 영국 스코틀랜드의 한 연구소에서 세계 최초 복제 양 '돌리'가 탄생한 이후 관련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미국 텍사스주의 유전자 복제 전문 업체 '비아젠 펫츠'는 2015년부터 개와 고양이 복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지난해 1월 한 유튜버가 1년전 죽은 반려견을 복제한 뒤 데려와 논란이 됐다. 


어쩌면 복제인간도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인간도 복제가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을 때, 우리는 그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당신은 그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영화관을 나설 무렵 기자의 머리에 많은 질문들이 스치고 있었다. 


lsy@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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