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신화' 주인공이다.
1970년대 강남 개발에 따라 건설된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산업화 상징'이자 '꿈의 주거공간'으로 지금도 남아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성공으로 HDC현산은 1군 건설사로 점프했고 지금도 'HDC현산=아파트 경기 바로미터'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의 서울·수도권 아파트 공급이 발표되면 HDC현산 주가는 급등한다. HDC현산이 보유하고 있는 '아이파크' 브랜드는 프리미엄 아파트 대명사이기도 하다.
이런 역사를 가진 HDC그룹(회장 정몽규)이 잇따른 붕괴 사고를 계기로 대변신에 나서면서 향후 성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기업집단 31위,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 보유
HDC그룹은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31위를 기록했다. 전년비 두 단계 하락했다. 그룹 매출액 5조9083억원, 영업이익 3126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17.11%, 97.22% 증가했다(이하 K-IFRS 연결). 계열사는 HDC(지주사), HDC현대산업개발, HDC현대EP, HDC랩스(이상 상장사), HDC아이파크몰, HDC영창, HDC아이앤콘스(이상 비상장사) 등 35개로 전년과 동일했다.
이 가운데 주력사는 단연 HDC현산이다. 지난해 기준 HDC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을 살펴보면 HDC현대산업개발이 4조908억원으로 압도적 1위이다. 그룹 전체 매출액의 약 70%를 차지한다. HDC현산의 실적에 따라 HDC그룹 전체 매출액이 출렁이고 있다. 이어 HDC현대EP 1조81억원, HDC랩스 6063억원, HDC아이파크몰 1395억원, HDC영창 642억원 순이다.
◆아이파크, 아파트 브랜드 파워 바탕으로 쇼핑몰 브랜드에도
HDC현산이 보유한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는 아파트 브랜드 평가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최근 아파트 브랜드 평판 조사에 따르면 아이파크는 힐스테이트(현대건설), 자이(GS건설), 푸르지오(대우건설)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HDC현산의 지난해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주택(아파트 포함) 57.3%, 기타 42.7%로 구성돼 있다. 주력이 아파트 공사임을 알 수 있다.
이같은 아파트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HDC현산은 건설업계에서 '1군 건설사'로 인정받고 있다. 1군 건설사란 국토교통부가 건설사의 공사 능력, 재무 현황, 신인도를 종합평가해 발표하는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1~10위를 유지하는 건설사를 말한다.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HDC현산은 10위를 기록했다. 1위 삼성물산, 2위 현대건설, 3위 대우건설, 4위 현대엔지니어링, 5위 DL이앤씨, 6위 GS건설, 7위 포스코이앤씨(옛 포스코건설), 8위 롯데건설, 9위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 10위 HDC현산 순이다. HDC현산은 지난해에는 시공능력평가 11위를 기록했다. 앞서 2021년 6월 광주 학동 아파트 붕괴 사고 여파가 컸다.
HDC현산이 아파트 시장 키플레이어로 자리잡은 계기는 앞서 언급한 1970년대 '압구정 현대아파트 신화'와 관련 있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1970년대 후반 1차 건설이 시작돼 1987년까지 14차까지 약 15만여평 대지에 총 6335세대가 지어졌다. 단독 주택에 익숙하던 한국인들에게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의 편의성을 처음 알렸고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더불어 아파트 투기 광풍을 촉발한 시발점이 됐다. HDC현산의 출발이 당시 압구정 아파트 공사를 담당했던 현대건설 주택사업부이며 1986년 한라건설에 역합병돼 현대산업개발(현 HDC현대산업개발)로 모습을 드러냈고 1999년 현대그룹에서 분리됐다. HDC현산의 대표 브랜드 '아이파크'는 2001년 3월 론칭돼 성공을 거두었고 이제는 쇼핑몰에도 사용되고 있다. 서울 용산역에 위치한 복합 쇼핑몰 '아이파크몰'이 아이파크 브랜드를 사용해 운영되고 있다.
◆학동 아파트 붕괴 사고, 광운대 역세권 개발 성과 내며 신용등급↑
그렇지만 HDC현산은 2021년 6월 광주 학동 아파트 붕괴 사고로 위기를 맞았다. 6월 9일 학동 제4구역에 2500세대가 들어설 아파트 재개발 구역의 5층 건물이 해체 과정에서 붕괴되면서 사망자 9명, 부상자 8명의 총 17명 사상자가 발생했다. 7개월이 지난 2022년 1월에는 화정 아파트 외벽이 붕괴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학동 사고로 HDC현산은 16개월 영업정지처분을 받았다. 부실 시공 8개월,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 8개월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8월 현재 HDC는 대응에 성과를 보이고 있다. 16개월 영업정지처분 가운데 하수급인 관리의무 8개월은 4억원 과징금 납부로 대체했다. 학동 사고 1심이 진행중이고 올 하반기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화정 아파트는 6월 철거를 시작해 최종 복구까지 2~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시작된 광운대역세권 개발이 탄력을 받고 있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은 사업비 4조5000억원의 초대형 프로젝트이다. 광운대역 인근 14만8166㎡ 부지에 최고 49층 아파트와 오피스텔 주거단지와 호텔, 사무실, 쇼핑센터 등 복합시설을 조성하게 된다. 수도권광엽급행열차(GTX) C노선을 비롯한 교통호재를 갖고 있다. HDC현산측은 "단순히 부동산 개발에서 나아가 도시 개발 사업 모델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여기에다 공릉역세권 개발사업(약 2000억원), 청라의료복합타운 개발사업(2조4000억원), 잠심 스포츠마이스 복합공간 조성사업(2조1600억원)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다 통영에코파워 신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전력 수급의 안정화를 위해 HDC그룹이 진행하는 민자사업으로 HDC(60.5%), 한화에너지(26.5%), 한화(13%)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런 성과가 가시화하면서 최근 HDC현산의 신용등급 전망이 신용평가 3사(한기평·한신평·나기평)로부터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상향됐다. 최근 정부가 수도권 아파트 공급 확대 정책을 발표하자 HDC현산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정몽규 회장→HDC(33.6%)→HDC현산(41.5%), 장남은 카이스트 교수
HDC그룹의 지배구조는 정몽규 회장→HDC(33.6%)→HDC현대산업개발(41.5%)·HDC현대EP(48.3%)·HDC랩스(39.0%) 로 이어진다.
HDC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몽규 회장은 1999년 부친 고(故) 정세영(1928~2005) 현대자동차 의장과 함께 HDC현대산업개발을 현대그룹에서 분리해 HDC그룹을 세웠다. 정세영 의장은 고(故) 정주영(1915-2001) 현대그룹 창업주 동생이다. 정몽규 회장은 M&A(인수합병)를 통해 석유화학, 유통, 악기제조, 에너지 사업에까지 진출했다. 2019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2020년 무산됐다. 광주 화정 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HDC현산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정몽규 회장은 슬하에 준선(카이스트 교수)·원선·운선의 세 아들을 두고 있다. 아직까지 3형제 모두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장남 정준선 카이스트 교수는 HDC자산운용(6.2%), 개인 회사 제이앤씨인베스트먼트(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차남 정원선은 더블유앤씨인베스트먼트(100%), 삼남 정운선은 에스비디인베스트먼트(100%) 지분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