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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채종일 기자]

"시장의 패러다임이 통째로 뒤바뀐 2024년이었다."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평가다. 12.3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정치적 리스크가 금융시장을 강타했고,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글로벌 경제 질서가 재편되는 와중에도 AI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부상했다. 미증유의 위기와 기회가 공존했던 한 해였다.


한국 금융시장의 신뢰도는 12월 초 비상계엄 사태로 큰 타격을 입었다. 이틀 만에 47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고,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선을 돌파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IRA 정책 변화와 보편 관세 부과라는 새로운 도전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AI 기술의 상용화는 글로벌 증시에 강력한 상승 동력을 제공했고 미 연준의 금리 인하는 시장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보유액이 1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투자 지형도 크게 바뀌었다. 더밸류뉴스가 2024년 자본시장을 뒤흔든 8대 이슈를 짚어봤다.


◆트럼프 2기 시대 개막...글로벌 시장 지각변동 예고


2024 미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강력한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암호화폐 시장은 트럼프의 당선 소식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 7월 트럼프 총격 사건 이후 지지율 상승만으로도 암호화폐 가격이 치솟았던 점을 고려하면, 실제 당선 이후의 시장 반응은 예견된 것이었다는 분석이다.


아듀~ 더밸류뉴스 선정 \ 2024년 자본시장 8대 뉴스\ 트럼프가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사진=Donald J Trump 공식 유튜브]

IRA 정책의 변화 가능성은 국내 산업계에 가장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조 맨친 상원의원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조금뿐만 아니라 IRA 전반의 재검토 가능성을 제기하며, 특히 배터리 산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10~20% 보편 관세 부과 공약이다. 대미 무역흑자국인 한국의 경우 이러한 관세 정책의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 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은 최대 30%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정부와 업계는 대응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자본시장 패러다임의 변화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다. 민주당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명목이다. 또 자산 총액이 2조원 이상인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 이사 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2명으로 확대 등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재계와 여당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주의 권리 강화가 경영자의 의사결정을 방해해 기업 경쟁력과 성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이유다. 또 해외 투기 자본에 먹잇감으로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액주주들이 이익을 침해 당했더라도 많은 비용을 들여 변호사를 고용해 소송할 확률보다 헤지펀드 등이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상법 개정안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이라는 절충안을 제안했다.


아듀~ 더밸류뉴스 선정 \ 2024년 자본시장 8대 뉴스\ 상법 개정안 찬·반 비교. [자료=더밸류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정책 토론회를 열고 재계 및 개인 투자자들과 의견을 교류했다.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8개 경제단체도 지난 27일 ‘밸류업과 주주보호의 주요 쟁점과 과제’ 세미나를 개최하며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시장 신뢰도에 큰 타격


지난 3일 새벽,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인 4~5일 이틀간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총 8400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기록했으며 코스피, 코스닥 시장의 시가 총액은 이틀간 47조원 가까이 떨어졌다. 코스피 시총 2000조원 선도 붕괴했다.


아듀~ 더밸류뉴스 선정 \ 2024년 자본시장 8대 뉴스\ 지난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환율도 급등했다. 지난 12월 3일 1402.9원에 주간장을 마무리했던 원/달러 환율은 4일 오전 0시 17분에 1446.5원까지 급등했다. 오전 1시 경 비상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자 1420원대로 하락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 이슈 등으로 인한 시장 불안정으로 환율은 지속적으로 올랐다. 지난 27일에는 2009년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 선을 돌파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증시의 신뢰도 저하, 이후 탄핵 찬반에 대한 갑론을박 등으로 인해 시장 불안정성이 계속되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혼란이 시장 참여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 위기론


지난 11월,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4달 만에 175조원이나 폭락하며 ‘삼성전자 위기론’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은 반도체와 메모리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금리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감소하고 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은 빠르게 차세대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을 개발하고 있는데 반해 삼성전자는 이에 뒤쳐지고 있다.


아듀~ 더밸류뉴스 선정 \ 2024년 자본시장 8대 뉴스\ 2023년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점유율 및 비트 출하량. [자료=Yole 인텔리전스]

이외에도 미·중 무역갈등, 애플·TSMC·화웨이 등 스마트폰 부분 경쟁사의 도약, 이재용 회장의 공백 기간 삼성의 리더십 공백과 경영권 승계 문제 등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1년을 결산하는 현 시점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468조6279억원에서 324조7562억원으로 약 144조원 감소했다.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은 매출 약 109조원, 영업이익 약 16조원, 특히 메모리는 20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추산한다. 11월에 비해 조금은 회복한 모습이다. 이 회복세가 내년에도 그대로 이어질지, 아니면 잠깐의 반짝임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AI 열풍이 몰고 온 관련주 강세...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


AI 기술의 본격화는 글로벌 주식시장에 강력한 상승 동력을 제공했다. 특히 엔비디아는 올해 미국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1위 기업으로, 그 규모가 298억 달러(약 43조4841억원)에 달했다. 한때는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돌파하며 애플을 제치고 시총 1위 기업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아듀~ 더밸류뉴스 선정 \ 2024년 자본시장 8대 뉴스\ 출처: PIXABAYAI 열풍은 반도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슈퍼마이크로 컴퓨터,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메타, 알파벳 등 빅테크 기업들도 AI 사업 확대를 통해 실적 개선과 함께 주가 상승을 이끌어냈다. 골드만삭스는 "AI가 향후 10년간 글로벌 GDP에 7조 달러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AI 관련주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AI 반도체 설계 기업들과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들이 주목받았으며, 대형 IT 서비스 기업들도 AI 사업 확대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서학개미의 새로운 도전...1000억 달러 시대 개막


지난 11월 미국 증시 소액 개인 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보유액이 1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아듀~ 더밸류뉴스 선정 \ 2024년 자본시장 8대 뉴스\ 지난 11월 7일 기준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단위:백만달러) [사진: 한국예탁결제원]

지난달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7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 규모는 1013억6570만달러(약 142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680억2349만달러(약 99조)와 비교하면 11개월 만에 49.02% 증가한 수치다. 국내 증시의 약세와 대조적으로 미국 증시의 강세가 지속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눈을 돌린 결과다. 이는 주식 뿐만 아니라 미국 채권 투자까지 다각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트럼프 2기의 출범도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중심주의 정책으로 뉴욕증시의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의 ‘대규모 법인세 감세’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 인하가 맞물려 S&P 지수, 나스닥종합주가지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등 미국 대표 주가 지수가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시장의 기대와 우려 공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의 세 차례 연속 금리 인하는 시장에 복잡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22년 3월부터 시작된 긴축 사이클이 마무리되면서 시장은 일단 안도했다. 8%에 달하던 물가 상승률이 3%대로 안정되고 실업률도 4% 초반을 유지하는 등 경제 지표가 개선되면서 연준의 연속적인 금리 인하는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내년 금리인하 전망이 4회에서 2회로 축소되면서 시장은 오히려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FOMC는 결정문에서 '정도와 시기'라는 문구를 추가하며 금리인하 속도 조절 의지를 분명히 했다. JP모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그로 인한 물가 상승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신중한 접근이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한다. 


◆티메프 사태...이커머스 업계를 뒤흔든 대규모 미정산 사건


지난 7월, 한국 이커머스 업계를 강타한 '티메프 사태'가 발생했다. 티몬과 위메프로 구성된 티메프는 약 1조3000억원의 판매대금을 정산하지 못하고 약 1300억원의 소비자 환불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에 직면했다. 이는 재무 건전성보다 판매 확대에만 급급했던 이커머스 업체들의 치부를 드러낸 사건으로 업계 전반에 큰 충격을 줬다.


아듀~ 더밸류뉴스 선정 \ 2024년 자본시장 8대 뉴스\ 티몬, 위메프 CI. [이미지= 각 사]

사태의 핵심에는 큐텐의 구영배 대표가 있었다. 구 대표는 티메프의 자금을 무단으로 유용하고 상품권 할인 판매 등을 통해 현금을 끌어모으는 등의 방법으로 회사 자금을 관리했다. 이러한 행위는 결국 티메프의 재정 악화로 이어졌고 판매자들과 소비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검찰은 구 대표를 비롯한 관련자들을 불법적인 자금 유출과 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정부와 금융기관은 피해 복구를 위해 긴급 대책을 마련했지만, 피해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커머스 업체의 정산 주기 단축, 판매대금 별도 관리 등을 골자로 하는 대책을 발표했으며, 소상공인을 위한 5600억 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그러나 넉 달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많은 피해자들이 정산을 받지 못하고 있어, 티메프 사태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cjil9237@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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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12-30 11: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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