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도입 과정에 대한 국정조사를 공식 요구하면서 정치권 공방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역대 최대 실적도 제도 도입에 따른 수혜 사례로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회사 손익구조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운용보수를 뜯어보면 둘을 직접 연결하기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해 상반기 906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2386억원에 그쳤고, 영업외에서 발생한 지분법이익이 7691억원에 달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자체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운용보수 역시 삼성자산운용보다 6배 이상 적었다.
서울시 종로구 종로 33에 위치한 미래에셋자산운용 본사 전경.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 국민의힘,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ETF 게이트' 공세 확산
국민의힘은 4일 국회 의안과에 '특정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에 의한 시장 왜곡과 개인투자자 손실에 대한 책임 소재 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의힘 당사 전경. [사진=더밸류뉴스]국회 정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서일준 의원과 원내대표단이 요구서 제출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정책 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국정조사를 통해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민의힘 정무위원들은 개인투자자 손실이 약 54조원에 달한다는 추정치를 언급하며 정책 결정 과정과 책임 소재를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54조원은 국민의힘 측이 제시한 추정치로, 확정된 투자자 손실액은 아니다.
정치권의 공세는 김용범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사퇴 이후 더욱 확대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김 전 실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한 배경에 미래에셋의 로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국정조사와 특검 추진 방침을 밝혔다.
장 대표는 김 전 실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추진한 배경에 미래에셋의 로비가 있었다면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해당 사안을 'ETF 게이트'라고 규정했다. 이는 장 대표가 제기한 의혹으로, 미래에셋의 로비나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부당한 개입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앞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김 전 실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아들들이 미래에셋에 재직하고 있다는 점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을 함께 거론하며 이해충돌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고위공직자 자녀 재직 문제와 정책 결정 과정, 미래에셋이 제도 도입을 통해 실제 어느 정도 경제적 이익을 얻었는지가 동시에 쟁점으로 떠올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지난 5월27일 처음 상장됐다. ETF의 경우 삼성·미래에셋·한국투자·KB·신한·한화·키움·하나 등 8개 운용사가 총 16개 상품을 출시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기초자산으로 삼았다.
◆ 상반기 순익 9063억…영업익보다 세전익 7689억 많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9062억6809만원을 기록했다. 세전이익은 1조74억7461만원이었다. 그러나 본업에서 발생한 영업이익은 2386억2335만원으로 세전이익과 약 7688억5125만원 차이가 났다. 이 차이의 대부분을 지분법손익이 설명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해 상반기 영업외수익 7697억1223만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지분법이익은 7690억7127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지분법손실은 5억4483만원으로, 이를 뺀 순지분법손익은 약 7685억2644만원이다. 이는 영업이익과 세전이익 사이 차이의 약 99.96%에 해당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올해 상반기 기록한 높은 순이익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관계회사 투자에서 발생한 지분법손익을 빼놓기 어려운 이유다.
회사의 영업수익은 같은 기간 3714억2255만원이었다. 수수료수익은 3015억4986만원으로 이 가운데 집합투자기구 운용보수가 2615억6745만원을 차지했다. 지분법이익은 집합투자기구 전체에서 거둔 운용보수보다 약 2.9배 많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재무상태표에서도 관계회사 투자 규모가 크게 나타난다. 지난 6월 말 기준 관계회사투자지분은 5조9177억원이다. 연결대상회사 투자지분이 3조5194억원, 비연결대상회사 투자지분이 2조3983억원이다.
◆ 정작 레버리지 운용보수는 삼성 27억·미래 4억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자체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운용보수에서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대 수혜자가 아니었다.
더밸류뉴스가 지난 5월27일부터 8월31일까지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개 상품의 평균 순자산총액과 각 상품의 운용보수율을 적용해 운용사별 운용보수를 추정한 결과 삼성자산운용 KODEX 상품의 운용보수는 약 27억4148만원으로 집계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추정운용보수. [이미지=더밸류뉴스]같은 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상품의 추정 운용보수는 약 4억3662만원이었다. 삼성자산운용이 미래에셋자산운용보다 약 6.3배 많은 수준이다. 16개 상품 전체의 추정 운용보수는 약 33억1481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삼성자산운용의 비중은 약 82.7%,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약 13.2%였다.
삼성과 미래에셋 간 격차에는 순자산 규모와 상품별 운용보수율이 함께 영향을 미쳤다. 분석 기간 삼성자산운용 KODEX 상품의 평균 순자산총액 합계는 약 5조6361억원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상품의 약 3조2630억원보다 컸다.
거래대금에서도 삼성자산운용 상품이 앞섰다. 같은 기간 KODEX 상품의 누적 거래대금은 약 281조6839억원으로 TIGER 상품의 약 143조7971억원보다 약 2배 많았다.
거래대금 자체가 운용사 수익으로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 운용보수는 펀드 순자산과 운용보수율을 기준으로 발생하는 만큼, 거래대금은 해당 상품에서 투자자 거래가 얼마나 활발했는지를 보여주는 별도 지표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전체 운용 규모와 비교해도 단일종목 ETF는 회사가 운용하는 상품 가운데 일부다. 지난 6월 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집합투자기구는 총 2749개로 설정잔액은 약 156조140억원, 순자산총액은 약 259조5847억원이었다.
이처럼 고위공직자 자녀의 미래에셋 재직이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서 실제 이해충돌 또는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는 아직 단정할 만한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 사실 여부는 국정조사 등을 통해 별도로 확인돼야 할 사안이다.
결국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최대 실적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의 직접적인 결과로 연결하는 데에는 아직 신중할 필요가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반기 영업이익과 세전이익 사이 차이는 지분법손익이 사실상 대부분 설명하고 있으며, 단일종목 ETF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운용보수 역시 삼성자산운용이 미래에셋자산운용보다 6배 이상 많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