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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레버리지 ETF 예탁금 규제, 옵션시장 '개인 축출' 재연 우려

  • 기사등록 2026-07-23 08: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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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홍승환 기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이하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자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의 진입 문턱을 높이는 처방을 내놨다.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높이고 매매 단위도 1좌에서 20좌로 확대한다. 신규 상품 상장도 잠정 중단한다. 그러나 이 처방은 시장을 비효율적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위험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만큼 손실도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운용사의 리밸런싱 거래가 장 마감에 집중되면 기초주식의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상품 구조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판매와 무분별한 투자는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상품이 위험하다는 사실과 현금 3000만원을 보유한 사람에게만 투자를 허용해야 한다는 결론은 별개의 문제다. 돈이 많다고 상품을 잘 이해하는 것도 아니고, 돈이 적다고 위험을 판단할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현금 보유액을 투자 적격성의 기준으로 삼는 순간 투자자 보호는 자산 규모에 따른 투자 기회의 차등으로 변질된다.


특히 이번 조치는 소액 투자자에게 더욱 가혹하다. 기존에도 일반 개인투자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신규 매수하려면 기본예탁금 요건을 충족해야 했다. 미수거래나 신용을 활용하기도 어려워 자기자금이 적은 투자자의 접근은 이미 제한적이었다.


여기에 현금 3000만원 요건과 20좌 단위 매매가 더해지면 소액으로 상품 구조를 경험하거나 제한된 범위 안에서 투자하려는 개인은 사실상 시장 밖으로 밀려난다. 계좌에 주식이나 채권을 보유하고 있어도 별도의 현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투자를 위해 빚을 내도록 허용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투자와 과도한 신용 사용은 제한해야 한다. 하지만 손실 가능성을 투자한 금액 안으로 한정한 소액 투자까지 일률적으로 막는 것이 최선의 보호인지는 의문이다.


현금 3000만원을 가진 투자자의 큰 투자는 허용하면서, 현금 300만원을 가진 투자자가 10만원을 투자하는 것은 금지하는 제도라면 위험관리의 기준이 뒤바뀐 것이다. 투자 금액이나 거래 행태가 아닌 재산 규모가 시장 참여 자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높은 진입 장벽은 시장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시장은 다양한 전망과 자금 규모를 가진 투자자가 참여하면서 가격을 형성한다. 참여자가 많을수록 거래 상대방을 찾기 쉽고 매수·매도 호가의 간격도 좁아진다.


반대로 자금력을 기준으로 참여자를 걸러내면 거래량과 유동성이 줄고 적은 주문에도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 높은 자본 문턱으로 거래 참여가 제한된 부동산시장처럼 소수의 거래가 전체 시장가격을 좌우하는 비효율이 나타날 수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실제 수급도 개인만을 겨냥한 규제에 의문을 더한다. 한국거래소 자료를 토대로 지난 5월27일부터 7월21일까지 상장된 16종의 거래대금을 집계한 결과 외국인의 거래 비중은 약 40.5%로 개인투자자의 33.2%를 웃돌았다.


물론 거래 비중만으로 외국인이 변동성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외국인 거래에는 시장조성이나 헤지, 차익거래 목적의 주문도 포함될 수 있다. 그럼에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시장을 개인이 주도한다는 전제는 성립하지 않는다. 시장의 주요 참여자와 변동성 발생 구조를 구분하지 않은 채 개인의 진입부터 막는 것은 원인과 처방이 어긋난 규제다.


높은 문턱이 시장을 건전하게 만들지 못한 사례는 이미 있다.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2011년 거래계약 수 기준 세계 최대 규모였지만 이후 옵션 승수 인상과 기본예탁금 강화 등 규제가 잇따르면서 거래량과 국제적 위상이 빠르게 위축됐다.


물론 당시 규제와 시장 축소의 모든 인과관계를 단순하게 연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의 진입을 막아 거래를 줄이는 방식이 시장의 건전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지는 못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시장에서도 같은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시장을 줄이는 것과 시장을 건전하게 만드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거래량이 감소하면 사고도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시장 자체가 성장 동력을 잃고 투자 수요가 해외 상품으로 이동한다면 이를 규제의 성공이라 보기 어렵다.


더구나 금융당국은 국내외 상품 간 규제 차이로 해외에 빼앗겼던 투자 수요를 국내로 돌리겠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허용했다. 상장 직후 나타난 문제를 충분히 분석하기도 전에 신규 상장을 중단하고 높은 현금 장벽부터 세운다면 상품 도입의 정책적 목적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투자자 보호는 필요하다. 다만 보호의 기준은 재산이 아니라 이해도와 거래 행태가 돼야 한다. 심화 교육을 의무화하고 손실 가능성, 장기 보유에 따른 수익률 잠식 효과를 반복적으로 확인하도록 할 수 있다. 투자 경험과 손실 감내 수준에 따라 상품별 주문 한도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시장 변동성을 낮추려면 장 마감에 집중되는 리밸런싱 주문을 분산하고 상품 규모가 기초주식의 유동성에 비해 지나치게 커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외국인 고빈도매매와 선행매매 가능성, 유동성공급자의 호가 품질, 운용사의 헤지 방식도 함께 살펴야 한다.


문제를 만드는 거래 구조를 고치는 것이 시장에 들어오려는 사람의 통장 잔액을 검사하는 것보다 직접적인 처방이다.


개인투자자는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지만 금융당국이 모든 선택을 대신 내려줘야 하는 미성숙한 존재는 아니다.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고 손실 범위를 통제할 장치를 마련한 뒤 최종 선택은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시장을 지키기 위한 규제는 댐과 같아야 한다. 거센 물살은 다스리되 흐름까지 끊어서는 안 된다. 수문을 지나치게 닫으면 강은 메마르고, 쌓인 물은 언젠가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넘친다. 현금 3000만원이라는 댐이 투자자를 보호하는 방파제가 아니라 시장의 성장을 막는 벽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기자의 눈] 레버리지 ETF 예탁금 규제, 옵션시장 \ 개인 축출\  재연 우려                     더밸류뉴스 홍승환 기자  


hongsh7891@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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