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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민 칼럼] ‘부동산은 막고, 주식은 키운다’...금융 규제의 위험한 착각

- '대출을 죄고 투자를 늘리라'는 정책, 시장은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 부동산·증시 동반 위축되면 야기될 ‘이중 침체’의 그림자

-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정책의 틀'이다

  • 기사등록 2026-04-27 08: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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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소성민 금융증권부장 부국장]

정부는 한쪽에서 대출을 조이고, 다른 쪽에서는 투자를 늘리라고 말한다. 부동산은 막고, 주식은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시장은 이 메시지를 다르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결국 어디로 가라는 것인가.” 지금 한국 시장의 자금이 던지는 질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금융 정책은 방향이 분명하다. 부동산으로 향하던 과도한 레버리지를 차단하고, 대신 자본시장을 키워 자금을 돌리겠다는 구상이다. 한 줄로 줄이면 “부동산은 막고, 주식은 키운다”는 전략이다. 얼핏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이 두 목표가 같은 궤도에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소성민 칼럼] ‘부동산은 막고, 주식은 키운다’...금융 규제의 위험한 착각대출은 조이고 투자는 늘리라는 엇갈린 정책 주문 속에서, 올바른 정책의 틀부터 마련되지 않으면 자금의 흐름이 갈라지고 시장이 갈 길을 잃을 수 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 AI생성]

대출은 막고 투자는 늘려라?


정부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강한 대출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다주택자 신규 대출은 물론이고,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까지 규제 테이블에 올려놓는 분위기다. 금융 시스템 안정이라는 명분은 분명하다. 한국 경제에서 가계부채는 여전히 가장 민감한 위험 변수다.


그런데 동시에 정부는 정반대 신호를 보낸다. 증시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 참여를 확대하고,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순환시키겠다는 방향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기업 자금 조달 구조를 시장 중심으로 바꾸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목표도 포함된다.


문제는 현장에서 이 두 정책이 충돌한다는 점이다. 대출을 조이면 투자 여력도 줄어든다. 주식 투자 역시 결국 ‘가용 자금’의 문제다. 부동산으로 가던 돈이 그대로 증시로 이동할 것이라는 가정은 정책의 기대일 뿐, 시장의 현실이 아니다.


시장 자금은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 수익률을 따른다. 부동산을 막는다고 해서 그 돈이 자동으로 주식으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투자자는 언제나 위험과 수익, 변동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계산한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경험은 단순하지 않았다. 증시는 오르기도 했지만, 적잖이 출렁거리기도 했다. 4월 들어서 24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이 순매도한 주식 액수만 14조7670억 원에 달했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에서 “부동산 대신 주식으로 가라”는 메시지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그래서 불어나는 것이 ‘대기 자금’이다. 투자 대신 관망이다. 대출은 막히고 시장 방향은 불확실하다.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정체는 부동산과 증시에서 동시에 나타난다. 거래는 줄고 참여도 줄어든다.

[소성민 칼럼] ‘부동산은 막고, 주식은 키운다’...금융 규제의 위험한 착각서울 아파트 거래량과 매물 건수가 함께 줄어들며, 시장이 전반적으로 움츠러드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출처=국토교통부 | 그래프=더밸류뉴스]

[소성민 칼럼] ‘부동산은 막고, 주식은 키운다’...금융 규제의 위험한 착각전월세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주거 임대시장의 구조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출처=국토교통부 | 그래프=더밸류뉴스]

부동산·증시 동반 위축되면 ‘이중침체’ 쓰나미


문제는 그 다음이다. 부동산과 증시가 동시에 식으면 충격은 시장에 머물지 않는다. 실물경제로 번진다.


부동산이 얼어붙으면 건설 투자부터 흔들린다. 연관 산업이 줄줄이 영향을 받는다. 자산 가격 상승에 기대던 소비도 대폭 줄어든다. ‘부의 효과’가 사라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증시까지 힘을 잃으면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 투자와 고용이 위축된다.


결국 맞이하는 건 ‘이중 침체’다. 자산시장과 실물경제가 동시에 식는 구조다. 일본이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이후 겪은 장기 침체가 이를 증명한다. 부동산과 주식이 함께 무너졌고, 금융기관이 흔들렸으며, 소비가 얼어붙었다. 그 여파는 ‘잃어버린 20년’으로 이어졌다.


한국도 이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미 가계부채가 큰 상황이다. 여기에 자산시장까지 동시에 위축되면 그 충격은 더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그렇다면 대비책은 있는가. 겉으로는 가계부채 관리와 증시 활성화라는 두 축이 존재한다. 그러나 두 정책이 충돌할 때 이를 조정할 구체적 전략은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을 강하게 억제하면서 증시로 자금을 유도하려면 세제, 연금, 투자 인프라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경제 현실은 그만큼 정교하게 설계돼 있지 않다.


해외는 다르다. 미국은 퇴직연금(401k)을 통해 장기 자금이 자연스럽게 증시로 유입되도록 만들었다. 싱가포르는 중앙연금기금(CPF)을 통해 자산 축적과 투자 참여를 동시에 설계했다. ‘투자하라’고 말하기 전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먼저 만들었다.


반면 규제 중심 접근은 그 부작용도 분명하다. 중국은 부동산을 강하게 억제하는 과정에서 자산 가격 하락과 소비 위축이 동시에 나타났다. 내수 경기가 크게 흔들렸다. 자산 시장을 급격히 누를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소성민 칼럼] ‘부동산은 막고, 주식은 키운다’...금융 규제의 위험한 착각주요 국가 연금시장 구조 비교: 미국은 자동 유입, 싱가포르는 제도 설계, 한국은 규제 중심 구조를 보인다. [도표=더밸류뉴스]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정책의 틀'


결국 질문은 단순하다. 시장을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가 아니라, 시장이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있는가다.


지금처럼 대출을 막고 거래를 제한하는 방식만으로는 자금의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 자금은 멈추거나 우회한다. 정책이 기대한 ‘건전한 이동’은 현실에서 ‘이동하지 않음’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의 강도가 아니다. 자금이 움직일 수 있는 대안이다. 장기 투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연금과 증시의 연결, 개인 투자자의 리스크를 분산할 제도 설계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그래야 “부동산은 막고, 주식은 키운다”는 구상이 현실이 된다.


부동산과 증시를 동시에 건드리는 정책은 위험하다. 한쪽이 흔들릴 때는 다른 쪽이 버텨야 한다. 지금은 두 시장 모두 불확실성 속에 있다. 이 상태에서 규제만 강화되면 시장은 살아나지 않는다. 더 움츠러든다.


자산은 명령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흐름을 억누르면 방향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멈춘다. 멈춘 시장은 언제나 더 큰 충격을 준비한다. 지금의 정책이 그 위험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문제를 풀기 어려운 건 정책 당국이 이를 몰라서가 아니다. 알지만 발목을 잡는 존재가 '정책의 틀'이다. 가계부채를 줄이려면 신용을 조여야 하고, 증시를 키우려면 자금을 풀어야 한다. 두 목표는 동시에 강하게 밀기 어렵다. 여기에 단기성과를 요구하는 정치 일정과, 책임을 피하려는 관료적 관행이 겹치면서 정책은 ‘안전한 억제’로 기운다.


부처 간 분절된 정책 체계도 문제다. 한쪽은 부동산을 잡으라고 하고, 다른 쪽은 증시를 키우라고 한다. 그러나 자금은 하나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밀어붙이면 멈추거나 빠져나간다. 실제로 자금이 대기하거나 해외로 이동하는 흐름도 나타난다.


결국 현 정부의 정책 딜레마는 방향보다 정책의 틀 자체의 문제다. 시장을 어디로 이끌 것인지보다, 시장이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 조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부동산은 막고, 주식은 키운다”는 구상은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정책은 의지로 완성되지 않는다. 정책의 틀이나 판이 받쳐주지 않으면, 어떤 규제도 시장을 건전하게 바꾸지 못한다. 오히려 멈추게 만든다. 그리고 멈춘 시장은 언제나 더 큰 대가를 요구한다.


smso21@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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