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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민 칼럼] 부동산 억제, 주식 올인?...화약고 위의 자산정책

- 보유세·거래세 강화 시사…부동산 압박은 더 강해진다

- 부동산 억제와 증시 부양의 모순…돈은 멈추거나 우회한다

- 현금살포, 국민연금·자산시장 개입…한국 경제의 새로운 화약고

  • 기사등록 2026-06-22 08: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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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소성민 금융증권부장 부국장]

최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등 세제 전반을 다시 손봐야 한다고 밝혔다. 초고가 주택 보유세를 뉴욕·런던 수준으로 인상할 것을 연구하고 있고, 다주택자의 기존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과 대환까지 규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한국의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며 기대수익률 자체를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보유세와 거래세, 금융 규제를 총동원해 부동산 보유 자체를 압박하겠다는 뜻이다.


정부의 문제의식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과도한 부동산 쏠림은 오랜 난제였다. 가계 자산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고, 집값 상승이 세대 갈등과 양극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틀리지 않다. 부동산보다 주식과 자본시장 중심으로 국민의 자산 형성 방식을 바꾸겠다는 정책 방향 역시 원론적으로는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방법이다.

[소성민 칼럼] 부동산 억제, 주식 올인?...화약고 위의 자산정책부동산 규제와 증시 부양, 재정 확대와 연금 개입 등이 겹치면서 한국 경제의 잠재적 위험이 누적되고 있다. [이미지 = 더밸류뉴스 | AI 생성]


6·3 서울시장 선거가 던진 메시지 - 흔들리는 민심


최근 6·3 지방선거에서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집값을 잡겠다는 명분만으로는 민심을 얻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공급 확대에 대한 청사진 없이 세금 인상과 대출 규제만 반복된다면 유권자들은 불안해진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경험이 이를 보여준다. 다주택자 세금 인상과 대출 규제가 수십 차례 이어졌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은 '똘똘한 한 채' 선호와 매물 잠김이라는 역설적 현상을 낳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보유세 강화가 주요 지역의 집값 상승 압력을 진정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수요가 잠시 증발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일시적으로 짓눌려 있다가 다시 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은 오래전부터 가격 통제와 금융 억제의 부작용을 누누이 경고해 왔다. 주택은 사치재가 아니라 필수재다.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요만 강제로 억누르면 거래가 줄고 임대료는 오를 수밖에 없다. 주택을 가진 사람보다 갖지 못한 사람의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


더구나 현 정부는 부동산을 억누르면서 동시에 증시를 키우겠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여기서 첫 번째 모순이 발생한다.


돈은 명령보다 수익과 신뢰 중시


정책 당국은 부동산에서 빠져나온 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돈은 반드시 정부가 정한 방향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수익과 위험, 신뢰와 기대를 따라 움직인다.


지금 증시에는 벌써 과열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레버리지 ETF와 각종 고위험 상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고,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관련 종목에는 포모(FOMO) 심리가 번지고 있다. ‘지금 안 사면 영영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일반 국민의 투자 심리를 좀먹기 시작했다.


문제는 정부가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명분 아래 이러한 과열을 방치하거나 오히려 더 부추길 가능성이다. 올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포트폴리오 확대나 레버리지 ETF 허용 등이 그 비근한 사례다. 자본시장 선진화와 투기적 자금 쏠림은 전혀 다른 문제다.


미국 역시 장기적으로는 주식 투자 문화가 강한 나라다. 그러나 그 기반은 다양한 연기금과 ETF, 장기 적립식 투자 문화다. 시장 참여자들이 하루하루 시세에 매달리지 않도록 오랜 시간에 걸쳐 제도를 다듬어 왔다.


반면 우리 현실은 부동산은 강하게 억누르면서, 주식은 지나치게 빠르게 띄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투기적 자금이 몰리면 주식시장은 자산 형성의 장이 아니라 또 다른 투기판이 될 수 있다.


한꺼번에 쌓여 가는 위험한 정책들


지금 한국 경제를 불안하게 만드는 정책은 어느 하나가 아니다. 서로 다른 위험들이 정책이란 이름으로 계속, 한꺼번에 쌓여가고 있다.


한쪽에서는 소비쿠폰과 현금 지원 등 확장적 재정 정책이 추진된다. 다른 한쪽에서는 가계부채를 잡겠다며 금융을 조인다. 증시를 키우겠다며 국민 생존의 최후 보루인 국민연금까지 동원하면서도, 부동산은 보유세와 대출 규제로 더욱 강하게 압박한다.


개개의 정책은 각각 명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것들이 동시에 작동할 경우에 예기치 않은 큰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시장의 방향을 지나치게 설계하려 한다는 인식이 커지면 사람들은 투자를 줄이고 방어적으로 움직인다. 돈은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가지 않고 현금으로 머물거나 해외 자산으로 이동한다. 기업은 투자를 미루고 가계는 소비를 줄인다.


화약고 같은 자산정책, 가장 위험한 뇌관은 신뢰 상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이 밀려오면 상황은 갑자기 심각해질 수 있다.


가장 현실적인 위험 중 하나가 미국 기술주의 거품 붕괴다. 지금 한국 증시 상승은 AI와 반도체 활황 지속에 대한 기대감에 크게 기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형주가 증시 전체를 끌어올린 형국이다. 하지만 미국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형성된 AI 랠리가 꺾이거나 미국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는다면, 외국인 자금은 가장 먼저 변동성이 큰 신흥시장부터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2022년 미국이 급격한 긴축 정책을 시행하자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출되며 코스피가 급락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다시금 불안해진 국내 부동산 시장도 또 다른 뇌관이다. 서울 강남권과 일부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재차 들썩이고 있는데, 정부가 보유세 강화와 금융 규제를 더욱 밀어붙일 경우에 거래 위축과 투자 심리 냉각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소비와 투자 심리를 함께 짓누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자산 효과가 약해지면 내수 회복도 더 멀어진다.


국가 재정 부담 역시 위험 요인이다. 소비쿠폰과 현금 지원 등 확장 재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경기 둔화나 세수 부족이 겹치면 정부의 위기 대응 여력은 예상보다 빠르게 약화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반복되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위험은 이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발생하는 경우다. AI 랠리가 식으면서 증시가 조정을 받고, 부동산 시장은 규제 충격으로 얼어붙고, 세수 부진으로 재정까지 경직된다면 한국 경제는 자산시장과 실물경제가 동시에 흔들리는 복합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그때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지나치게 늘린 상태라면 노후 자산마저 큰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지금 작은 불씨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화약고와 비슷하다. 아직은 반도체 활황과 증시 상승이 그 위험을 시야에서 가리고 있다. 하지만 화약고가 조용하다는 사실이 폭발 위험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부동산 상승을 막고 주식 가치는 높이겠다는 정책 구상 자체가 그릇된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명령대로 움직이지 않는 돈의 생리를 잊어선 안 된다. 더구나 시장을 지나치게 통제하려는 유혹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낳았다.


정책의 목표는 돈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생산적인 곳으로 스스로 흘러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강한 통제가 아니라 더 큰 신뢰다. 신뢰가 사라진 시장은 언제나 정책이 기대한 방향과 정반대로 움직였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은 이미 여러 번 경험했다.


smso21@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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