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철 KB라이프생명보험(이하 KB라이프) 대표이사가 신년 경영 기조로 내세운 ‘실질적 전환’과 ‘내실 있는 확장’이 보험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과거 푸르덴셜생명 시절부터 ‘종신보험의 명가’로서 시장을 호령했던 KB라이프가, 이제는 건강보험을 필두로 영토를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포트폴리오를 늘리는 차원을 넘어, 새 회계제도(IFRS17) 하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고 급변하는 인구 구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승부수로 풀이된다. 통합 출범 4년차를 맞은 KB라이프가 전통의 자부심 위에 ‘실용주의 노선’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 IFRS17 체제 대응…재무적 결단과 CSM 확보
KB라이프가 종신보험 위주의 사업 구조를 건강보험으로 확대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
KB라이프는 변화의 핵심 동력을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서 찾고 있다. IFRS17 체제에서는 보험 계약 시 예상되는 미래 이익을 부채가 아닌 수익으로 인식한다. 건강보험은 종신보험에 비해 CSM 산정에 유리하며, 금리 변동에 따른 부채 부담도 적어 수익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선택지다.
재무 지표에서도 이런 전략적 피벗(Pivot)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KB라이프의 CSM은 신계약 유입으로 3832억원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2672억원을 기록했으며, 자본 효율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수익률(ROE)은 8.08%로 전년 동기 대비 0.16%p 상승하며 견조한 수익성을 입증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자본적정성이다. 부채 평가 할인율 제도 변경 등 대외적인 변동성 속에서도 지급여력비율(K-ICS) 253.54%를 기록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공격적인 건강보험 영토 확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체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재무적 완충력을 바탕으로 미래 이익의 기초 체력을 다지며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 ‘손보사 DNA’ 이식과 고객 중심의 채널 다각화
KB라이프가 지난해 11월 ‘KB 딱좋은 e-건강보험 무배당(갱신형)’을 출시했다. [이미지=KB라이프]
전략적인 측면에서 KB라이프는 ‘손해보험사식 DNA’를 이식하며 정면돌파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3분기 무배당 건강보험 포트폴리오의 보험계약마진이 2145억원 규모를 형성하며 새로운 수익 축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대형 손보사 출신의 전문가들을 영입하며 조직의 전문성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생보사 특유의 무겁고 복잡한 상품 구조를 걷어내고,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체계를 갖췄다.
특히 ‘KB 딱좋은 건강보험’ 시리즈는 암·심장·뇌혈관질환 질환 등 발생 빈도가 높은 질병을 세분화해 보장하며 흥행을 이끌었다. 유병자나 고령자도 쉽게 가입할 수 있는 간편심사형 모델을 강화하며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특히 3분기 중 일반운영위험액 증가의 원인이 된 수입보험료 익스포져 확대는 건강보험을 필두로 한 신계약 성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영업 현장의 변화도 눈에 띈다. 정예 설계사(LP) 조직을 통한 프리미엄 대면 영업이라는 전통적 강점은 유지하되, 최근 건강보험 수요가 늘어난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을 공략하며 고객 접점을 넓혔다. ‘사후 보상’에 머물던 보험의 역할을 ‘사전 예방 및 관리’ 중심으로 진화시켜야 한다는 정문철 대표의 철학이 현장의 영업 기조 변화와 맞물리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 2026 비전 '전환과 확장'…종합 라이프 플랫폼으로의 도약
정문철 KB라이프 대표이사(앞줄 왼쪽 여섯번째)가 지난 15일 진행된 ‘2026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KB라이프, KB라이프파트너스, KB골든라이프케어 3사 임원 및 부서장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KB라이프]
KB라이프는 올해를 기점으로 ‘전환(Transition)’과 ‘확장(Expansion)’이라는 비전을 더욱 구체화할 방침이다. 특히 지난 20일 개소한 ‘KB라이프 역삼센터’는 고객 라이프 전반의 확장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기존의 복합점포를 업그레이드해 은행과 보험은 물론, 요양 서비스 상담까지 연계하며 차별화된 시니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다.
정문철 대표이사는 “2026년에는 말이 발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마부정제(馬不停蹄)의 자세로, AI 기반의 일하는 문화 전환과 새로운 시장과 고객 확장을 통해 고객에게 가장 신뢰받는 평생 행복파트너로 도약하겠다”라고 밝혔다.
정 대표의 포부처럼 KB라이프는 기존의 성공에 머물지 않고 AI 기반의 업무 혁신과 시니어 라이프 플랫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순히 보험 상품을 파는 회사를 넘어,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와의 연계로 고객의 건강한 삶을 전방위적으로 관리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KB라이프 관계자는 “2026년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건강보험 상품 업그레이드 진행이 예정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종신보험이라는 견고한 헤리티지 위, 수익성 높은 건강보험과 시니어 케어 서비스를 결합하며 균형 잡힌 사업 모델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