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계에서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3일(현지시각) 연준은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기존 1.50~1.75%에서 1.0~1.25%로 0.5%포인트 내리기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연준은 "미국 경제의 기본은 여전히 강하다"면서도 "코로나19가 경제 활동에 점차 발전하는 위험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위험을 고려하며 최대 고용과 가격 안정 목표 달성을 지원하기 위해 FOMC가 오늘 FFR 목표 범위를 1.0~1.25%로 0.5%포인트 낮추기로 결정했다"고 금리 긴급 인하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이번 금리 인하는 이례적 조치다. 연준은 오는 17~18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OMC를 앞둔 상황에서 긴급하게 금리를 내렸다. 정례 FOMC 회의가 아닌 시기에 급하게 금리를 내린 것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인하 폭 또한 그 당시 이후로 가장 컸다.
연준은 "위원회는 상황 전개와 이 것들의 경제 전망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적절하게 도구를 사용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앞서 지난 28일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시장 역시 이달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파월 의장은 "여전히 미국 경제의 기본은 강하지만 코로나19가 경제 활동에 위험을 가하고 있다"며 "우리는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적절하게 도구를 사용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금리 인하 이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의 광범위한 확산이 나타나면서 경제에 대한 위험을 보게 됐고 행동하기로 선택했다"며 "미국 경제에 대한 전반적 영향의 규모와 지속성은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며 상황도 유동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원회는 미국 전망에 대한 위험이 실질적으로 변했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대응해 우리는 경제에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통화 정책 입장을 완화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7월 금리를 2.25~2.50%에서 2.00~2.25%로 0.25%포인트 내린 바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10년 7개월 만에 첫 인하였다. 이후 9월, 10월에도 0.25%포인트씩 내려 1.50~1.75%로 만든 뒤로는 금리를 동결해 왔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금리 인하에 대해 "연준의 결정은 전세계 다른 중앙은행의 완화 물결에 대한 전조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현재 20여곳의 신흥국이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호주도 이날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0.5%로 인하했다. 향후 코로나19가 더 확산되면 캐나다, 영국, 한국 등 선진국도 인하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코로나19 환자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9만명을 넘었고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중국 이외 국가들의 확진자 수도 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코로나19가 더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이는 글로벌 경제의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되며 전세계에서 금리 인하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연준이 내리고 있지만 더 완화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나라 경쟁자들과 맞추는 일"이라고 이번 금리 인하를 반겼다.
이어 "우리는 공평한 장에서 플레이하고 있지 않다. 미국에 공평하지 않다. 드디어 연준이 이끌 시간이 왔다. 추가 완화와 인하"라고 덧붙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지난해 11월보다 0.5%포인트 낮게 제시하면서 최악의 경우 1.5%로 내려앉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