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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탐구] 셀트리온 서정진, 바이오시밀러 '레드오션'→ '혁신신약'으로 승부수

- '시밀러 명가' 셀트리온, ADC·이중항체로 신약 승부수... 업계 기대감↑

- 짐펜트라가 끌고 신약개발이 밀고... '제2도약' 시동

- '복귀 3년차' 서정진 회장, 셀트리온 재도약 이끈다

  • 기사등록 2025-01-14 10: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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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명학 기자]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일궈낸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또 한번의 도전을 시작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 그는 3년차를 맞아 신약 개발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투트랙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글로벌 경쟁사들의 공세 속에서도 지난해 3분기 누적매출 2조4936억원을 달성하며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그가 이제는 ADC·이중항체 신약 개발이라는 미지의 영역으로 향한다. 현장을 누비며 척박한 시장에서도 성공신화를 써온 서 회장의 미답지 개척은 현재진행형이다. 맨손으로 일군 '바이오시밀러 왕국'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CEO탐구] 셀트리온 서정진, 바이오시밀러 \ 레드오션\ → \ 혁신신약\ 으로 승부수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일러스트=홍순화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1957년생(68) △제물포고(1977)·건국대 산업공학 학사(1983)·동대학원(1990) 졸업 △삼성전자 입사(1983) △한국생산성본부 전문위원(1986) △대우자동차 기획재무부문 고문(1991) △넥솔 대표이사(2000) △셀트리온그룹 회장(2000)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2021) △셀트리온그룹 회장(2023~)


◆3Q24 영업익 2077억…전년동기比 줄었으나 회복세 


셀트리온이 지난해 3분기에 매출액 8819억원, 영업이익 2077억원을 기록하며 본격적인 실적 회복세에 돌입했다.


[CEO탐구] 셀트리온 서정진, 바이오시밀러 \ 레드오션\ → \ 혁신신약\ 으로 승부수셀트리온 최근 6개 분기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지난해 3분기 셀트리온은 매출액 8819억원, 영업이익 207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은 31.2% 증가, 영업이익은 22.3% 감소한 수치다. 얼핏 지난해에 비해 수익성이 감소해 실적 부진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직전분기(725억원)와 비교하면 186.5%나 증가한 것으로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영업익이 879억원에 그쳤던 것에 비해 3분기에는 이미 전년도 전체 매출을 뛰어넘는 2조4936억원의 누적 매출액을 달성하며 하반기 실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는 2023년 말부터 이어진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고, '짐펜트라'의 미국 시장 진출 등 주력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유럽·미국·일본 등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점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셀트리온의 실적은 지난 2023년 4분기부터 주춤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에 따른 바이오시밀러 공급량 감소, 단일판매·공급계약 규모 축소 등이 주된 이유다. 실제로 지난 2023년 상반기 365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에 비하면 지난해 상반기의 성적은 초라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를 일시적인 부진으로 봤다. '짐펜트라'의 미국 시장 진출을 기점으로 하반기 실적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 대다수였다. 그리고 이에 부응하듯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액(2조4936억원)이 전년도 전체 매출(2조1764억원)을 뛰어넘었다.


[CEO탐구] 셀트리온 서정진, 바이오시밀러 \ 레드오션\ → \ 혁신신약\ 으로 승부수셀트리온그룹의 지배구조와 현황. 2024. 6. 단위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지난해 실적은 당초 서정진 회장이 제시했던 '2024년 3.5조 매출' 목표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글로벌에서의 입찰수주 및 처방확대 등을 통해 성장 가속화가 기대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신데렐라'의 자존심 지키기 위한 투 트랙 전략


다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이 이른바 '레드오션화' 된 현 시점에서 서정진 회장의 돌파구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차세대 주력 먹거리로 삼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바이오시밀러들이 전 세계에서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암젠, 산도스, 노바티스 등을 비롯한 다국적 제약사는 물론이고, 삼성바이오에피스, 동아ST, 알테오젠 등 국내 중대형 기업들도 시밀러 시장에 합류하는 추세다. 이 중에서 셀트리온은 국내외를 막론, 바이오시밀러 시장 입지가 가장 큰 기업 중 하나로 공공연하게 인정받고 있다.

[CEO탐구] 셀트리온 서정진, 바이오시밀러 \ 레드오션\ → \ 혁신신약\ 으로 승부수셀트리온 매출액 비중. [자료=셀트리온 사업보고서]문제는 너무 많아진 바이오시밀러다. 한국바이오협회가 10일 발표한 '2025년 바이오산업 전망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최근 5년간 연평균 13.1%씩 성장했다. 국내로 한정해도 최근 5년간 연평균 18.4%의 성장률을 기록할 만큼 바이오 열풍이 지속되고 있어 바이오시밀러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그러나 과도하게 커진 시장 규모로 인해 높은 수익성을 내기 어려워진 것이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현주소다. 경쟁사가 계속 늘어나니 약값도 계속 떨어지는 것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결국 제네릭 의약품(복제약) 시장처럼 된다고 봐야 한다”며 “바이오시밀러를 계속 개발하기 보다는 생존을 위해 신약 개발로 돌아서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라 예측하기도 했다. 


포화된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정진 회장이 택한 전략은 '투 트랙(two track)' 전략이다. 이름 그대로 두 가지 길, 즉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램시마 피하주사(SC) 제형을 출시하면서 신약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램시마SC는 지난해 7월 기준 유럽에서 21%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고, 미국에서도 '짐펜트라'라는 이름으로 출시해 약 2500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셀트리온의 성공작으로 자리매김했다. 


[CEO탐구] 셀트리온 서정진, 바이오시밀러 \ 레드오션\ → \ 혁신신약\ 으로 승부수최근 10년 셀트리온 실적과 연혁. 단위 억원, %. [자료=셀트리온 사업보고서]

올해는 ADC(항체약물접합체) 3종과 이중항체 신약 1종에 대해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삼중항체 신약 후보물질도 개발 중으로, 내년 IND 제출이 목표다. 


셀트리온은 지난 2009년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입문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셀트리온의 주요 먹거리는 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이었으나, 브리스톨마이어스쿼브(BMS)와 맺은 CMO 사업을 종료하면서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12년, 세계 최초로 인플릭시맙 성분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개발에 성공하면서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셀트리온은 기존의 바이오시밀러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신약 개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함으로써, 포화된 시장 속에서 '시밀러 신데렐라'의 자존심을 지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 답 있다" 발로 뛴 서정진 회장...맨손으로 기업 일구다 


셀트리온 성장 핵심에는 서정진 회장의 경영 전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서정진 회장은 국내에 드문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일이 안 풀린다 싶으면 직접 현장으로 가 해답을 찾는 스타일이다. 가장 큰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해외출장 다니는 것'이라고 답한 일화는 유명하다.


[CEO탐구] 셀트리온 서정진, 바이오시밀러 \ 레드오션\ → \ 혁신신약\ 으로 승부수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사진=셀트리온]

180cm의 큰 키와 100kg이 넘는 체구로 인해 선 굵은 사업가로 오해받기 십상이지만, 실제로는 섬세한 성격과 과감한 결단력을 지닌 인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이 직원 내치지 않는 기업문화를 만든 것도 서 회장이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영 철학 덕분이다.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의 성공까지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상조서비스 사업을 위해 관 속에 들어가 누워보고, 당근 수입에 실패해 눈물을 머금고 폐기했던 일화는 그의 도전정신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그는 “관 뚜껑이 닫히기 전까지 실패란 없다”는 신념으로 모든 어려움을 이겨냈고, 지금의 셀트리온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현장 중심의 경영 전략과 사람을 중시하는 마인드가 있었기에, 레드오션 속에서도 셀트리온이 순항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myung092251@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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