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금리 인하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은행(Fed·연준)은 지난 3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긴급 개최하고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기존 1.50~1.75%에서 1.0~1.25%로 0.5%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영국 또한 11일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회(MPC)가 특별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0.75%에서 0.25%로 0.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시장 전문가들도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변수는 부동산이다. 일각에서는 금리인하가 부동산 시장을 더 자극할 가능성이 있어 이달에는 금리 카드를 아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로 정부의 ‘12·16 부동산 종합 대책’으로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가 시행됐지만 투자자들의 돈은 여전히 부동산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11일 한은이 발표한 ‘2020년 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65조7000억원으로 전월비 7조8000억원 증가했다. 한은은 지난해 12월과 1월의 수도권 주택 전세·매매 수요가 늘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통상 주택매매 계약을 체결한 직후 매매대금 조달까지 2~3개월가량의 시차가 있다.
12·16 부동산 대책 효과로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줄었지만 ‘풍선 효과’로 경기도 주택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올 1월 6000가구로 전월비 60% 수준이었지만 경기 아파트 매매량은 올해 12월과 1월에 각각 2만1000가구씩으로 지난해 9~10월 월별 매매량(1만2000~1만8000가구) 보다 크게 증가했다.
아울러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상품도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이 상품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연 1.85~2.20%대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로 바꿔준다. 이에 비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서 은행권 서민형 안심전환대출로 대출을 바꾸는 경우가 급증했고,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한 여파로 은행 가계대출은 901조3000억원으로 전월비 9조3000억원 늘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경제적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가 큰 만큼 시장에서는 이달 한은이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한은이 금리인하를 주저하는 이유는 부동산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저금리 여건이 부동산 가격을 밀어 올리는 역할을 일부 했다”며 “향후 기준금리 결정 때도 부동산 가격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12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개최하는 가운데 이날 회의는 금리결정을 위한 회의가 아니라고 밝혔다.
한은은 "금리결정을 위한 통화정책방향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며 “오늘 금통위 회의는 사전에 예정돼있던 금통위 정기회의”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금통위는 매월 2회, 연간 24회 열리는데 오늘 금통위는 비통화정책방향 금통위로 일반 안건을 처리한다"고 말했다.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통위는 올해 8번 개최된다. 다음 금통위는 오는 4월 9일 예정돼있다. 이에 한은이 긴급 회의가 아닌 다음달 정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는 분석도 나왔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임시 금통위 소집을 통해 긴급 금리 인하를 단행할 여지는 제한적"이라며 "한은이 2월 금통위에서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를 동결했음에도 금융중개대출한도를 5조원으로 확대하는 등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이미 취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긴급 회의보다는 정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