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0%대로 내린 가운데 예∙적금 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5%포인트 파격 인하 한 이후 국내 은행들의 수신금리가 떨어지며 은행들의 주력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연 0%대로 내려갔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에만 ‘국민수퍼정기예금’ 금리를 1.15%에서 1.05%로 0.90%로 두 번에 걸쳐 인하한 바 있다. 일반 정기예금 금리도 1.00%에서 0.80%로 0.2%포인트 내렸다. NH농협은행도 ‘큰만족실세예금’ 금리를 1.00%에서 0.70%로 0.3%포인트, 큰만족실세예금 금리는 1.10%에서 0.75%로 0.35%포인트 내렸다.
하나은행은 하나원큐 정기예금과 일반 정기예금 금리를 1.10%에서 0.60%로 0.5%포인트나 낮추는 등 수신 금리를 0.2~0.5%포인트 내렸다. 우리은행도 원(WON)예금 금리를 0.75%에서 0.65%로, 원모아예금 금리는 0.75%에서 0.50%로 내렸다.
신한은행도 지난 16일부터 정기예금 금리를 0.1~0.2%포인트, 적금 금리를 0.1~0.4%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1년 만기 ‘신한S드림 정기예∙적금’, ‘쏠(SOL)편한정기예금’ 등의 기본금리가 기존 연 1.10~1.20%에서 0.90%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1년 만기 정기 예∙적금 기본 금리는 대부분 0%대로 급감하며 시중은행에 1000만원을 맡겨도 1년에 9만원도 못 받게 됐다. 연 이자 0.9%의 경우 1000만원을 1년간 정기예금으로 둘 때 받는 이자는 9만원이지만 이자소득세(15.4%)를 고려한 실제 금액은 8만원도 안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초저금리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은행 예·적금을 해약하는 고객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 1~2월 개인명의 정기 예·적금 중도 해지 건수는 134만2821건으로 전년비 8.7% 증가했다. 이중 상당 수가 돈이 급해진 서민들일 것으로 금융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역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3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26%로 전월비 0.17% 감소했다. 이는 2010년 2월 코픽스 공시 이후 10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자금을 조달할 시 지불한 비용(금리)을 바탕으로 계산한다. 이로 인해 은행 예∙적금이나 은행이 발행한 채권 금리가 내려가면 함께 내려가는 구조로 형성되어 있다.
17일 KB국민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 주택대출 금리는 연 2.47~3.97%로 전일비 0.17%포인트 떨어졌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연 2.66~3.66%, 연 2.843~4.143%으로 각각 전일비 0.17%포인트, 0.002%포인트 감소했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의 신규 코픽스 연동 주택대출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같은 날 NH농협은행의 경우 신규 코픽스 연동 주택대출 금리도 연 2.28~3.89%로 역대 최저 수준 기록과 함께 주요 5대 시중은행 중에서도 가장 낮았다. 신한은행의 신규 코픽스 연동 주택대출 금리는 연 2.55~3.70%였다.
최근 변동금리형 주택대출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급락한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한은이 3월 16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로 내리자 은행들도 정기예금 등 수신상품의 금리를 인하했고 이와 연동된 신규 코픽스도 떨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한은이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면 은행예∙적금 등의 금리가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