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대표 박재현)이 최근 52주 최고가를 기록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H.O.P 프로젝트를 필두로 한 비만·대사질환 신약 성과가 시장의 기대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어 최근 발표한 3분기 호실적과 지난 2월, 2020년부터 진행된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며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도 주가 강세의 배경이 됐다. 향후 임상 결과 발표에 따른 신약 성과와 올해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
◆12일, ‘52주 최고가’ 경신…차세대 비만치료제로 주가 ‘훨훨’
한미약품은 지난달 12일 주가 49만40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2024.11~2025.11). 지난 8월 27만5500원의 최저가 대비 79.31% 상승한 것이다. 주가 상승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실적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며 안정적인 성장 구도가 재정립된 점, 두 번째는 비만·대사질환 신약 파이프라인의 진척이 뚜렷해졌다는 점이다.
한미약품 최근 3개월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 공시]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액 1조4909억원, 영업이익 216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0.31%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04%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516억원, 3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76%, 56.49% 감소했다.
이에 한미약품은 지난해 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MSD로부터 유입된 마일스톤에 따른 기저효과와 독감 유행 지연, 의정 갈등 장기화 등 통제 불가능한 요인들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약품 최근 10년 실적 및 주요 연혁. [자료=더밸류뉴스]그러나 최근 실적은 순항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공시한 3분기 실적은 매출액 3623억원, 영업이익 55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3%, 8% 증가했다. 매출은 소폭 증가에 그쳤지만 비용 통제와 고정비 부담 완화가 이익 확대로 이어졌다. 특히 순이익이 454억원으로 전년 대비 29.9% 크게 뛰었다. 이는 영업 외부문 개선과 재무 구조 안정화가 반영된 결과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은 한미약품의 올해 매출액을 1조5404억원, 영업이익을 2351억원으로 전망했다. 전년 대비 각각 3%, 9% 증가한 수치다. 매출 증가율은 크지 않지만, 주가 재평가의 핵심은 ‘매출 성장보다 이익 성장’에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로수젯, 아모잘탄 등 캐시카우 개량신약 중심의 매출이 견조하고 북경한미의 비용 효율화 작업이 영업이익률 개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북경한미가 올해 들어 판관비와 생산비 구조조정을 병행하며 수익성 회복 국면에 들어섰고, 내년에는 본격적인 이익 개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미약품 최근 분기별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이에 증권가에서는 한미약품의 내년 OPM(영업이익률)이 15%대로 진입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2년간 시장에서 제기됐던 ‘수익성 약화’ 우려가 해소되며, 투자자들은 다시 한미약품의 본래 경쟁력인 신약 파이프라인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신약 파이프라인 이벤트가 몰려 있는 시점도 주가 강세를 뒷받침한다. 올 상반기에는 MSD(머크)가 진행 중인 MASH 신약 후보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임상 2b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다. 또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올해 말 품목허가 신청서 제출이 예정돼 있어,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다.
◆H.O.P 프로젝트 본격화…비만 신약 5종 포트폴리오로 ‘한국형 GLP-1’ 가동
한미약품은 지난 2023년부터 비만·대사질환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H.O.P 프로젝트는 단순한 신약 후보 개발을 넘어, 비만의 예방-치료-관리까지 아우르는 전주기 포트폴리오 구축을 목표로 한다.
한미약품 'H.O.P 프로젝트' 최근 주요 성과 및 목표 요약 도표. [자료=더밸류뉴스]가장 주목받는 파이프라인은 한국인 맞춤형 GLP-1 비만 치료제로 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efpeglenatide)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최근 국내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위고비 대비 동등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9.75%), 더 낮은 이상반응 비율을 확인하며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는 한미약품 고유의 약물 지속형 기술 플랫폼인 랩스커버리(LAPS) 효과로, 일정한 혈중 농도 유지와 부작용 감소라는 차별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올해 말 품목허가 신청(BLA)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 출시가 예상된다. 한미약품은 오는 2027년 에페글레나타이드 매출 1000억원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데, 국내 대사질환 전문 영업 네트워크와 최근 늘어나는 ‘미용 목적 비만 치료제’ 수요를 고려하면 달성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H.O.P 프로젝트의 핵심 경쟁력은 에페글레나타이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미약품은 △GLP-1·GIP·글루카곤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삼중 작용제 HM15275 △근육량 손실을 최소화해 체중 감량의 ‘질’을 개선하는 HM17321 △폭식 등 섭식 장애를 겨냥한 신약 후보 △경구형 펩타이드 플랫폼 기반 ‘먹는 GLP-1 제제’ △디지털 치료제 등 총 5종 이상을 개발 중이다.
이 중 HM15275는 기존 랩스커버리가 아닌 새로운 독자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삼중작용제로, 글로벌 빅파마의 전략과 궤를 같이하는 파이프라인으로 평가받는다. 한미약품은 전임상에서 수술 요법에 준하는 25% 수준의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며,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한미약품 최근 3년 연구개발비용 비중. [자료=한미약품 2024년 사업보고서]
또 디지털치료제 개발에도 적극 나선다. 이는 약물 투여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 위험을 관리하며, 환자의 라이프스타일 교정을 돕는 방향으로 설계된다. 이처럼 H.O.P 프로젝트는 단일 신약 중심이 아닌 포트폴리오 기반 글로벌 전략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기대 역시 높아지고 있다.
◆경영권 안정화로 리스크 제거…신약 모멘텀 강화·글로벌제약사와 협력 기대↑
글로벌 제약사 머크(MSD)와의 이벤트도 주목된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epinopegdutide)는 한미약품이 개발한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후보물질로, GLP-1과 글루카곤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이중작용제다. 지난 2020년 머크에 기술수출돼, 현재 FDA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임상 2상 단계에 있다.
한미약품 매출액 비중. [자료=2025년 한미약품 3분기 보고서]특히 내년 초에 임상 2b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2a 단계에서 이미 세마글루타이드 대비 우수한 간섬유화 개선 효과를 보여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MASH 치료제 시장은 아직 형성 초기지만 성장성이 가파르다. 현재 시장 규모는 약 150억 달러(약 22조원)로 추정된다.
여기에 올 2월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며 기업 안정성이 회복된 점도 중요하다. 지난 2020년 창업주 별세 이후 장기간 이어진 경영권 갈등은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중심의 ‘4인 연합’이 54.42%의 지분을 확보하며 종결됐다. 송 회장이 다시 대표이사직을 맡으며 경영 정상화를 선언했고,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도 조직 재정비에 착수했다.
불확실성 해소는 시장 신뢰 회복으로 이어졌다. 시장에서도 리스크 요인 제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경영 안정은 R&D 투자와 장기 신약 프로젝트가 핵심인 기업에게 특히 중요한 기반이기 때문에, 향후 임상 결과나 기술수출 등 모멘텀 발생 시 주가 반응이 보다 탄력적으로 나타날 여건이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약품은 비만·MASH·대사질환 파이프라인 강화, 글로벌 파트너십 모멘텀, 지배구조 안정화라는 기반을 확보했고, 이는 주가의 구조적 상승 배경이 되고 있다. 향후 주가 방향성은 △ 에페글레나타이드 허가 및 출시 일정 △ HM15275 임상 진전 △ 에피노페그듀타이드 임상 2b 결과 △ MSD와의 파트너십 성과 등 주요 마일스톤이 결정할 전망이다. 오는 2026년~2027년이 신약 매출 본격화와 글로벌 확장이 동시에 펼쳐지는 시점으로 한미약품의 장기 성장성에 기대가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