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다 보니 내 나이도 어느덧 만으로도 서른이 되었다. 서른이 되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아서 작년까지만 해도 이 악물고 아직 만 나이로는 이십 대라고 박박 우겼건만, 더 이상 우길 수도 없게 되어버렸다. 어린 시절에는 서른이 되면 사회적으로 멋진 지위도 좀 얻고 경제적으로도 독립되고 정서적으로도 성숙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어림도 없었다. 멋진 어른이 되긴커녕 여전히 길을 잃고 이십 대 언저리에서 헤매고 있다며 친구들과 성토대회를 열기 일쑤다. 

이제 막 서른을 맞이하는 우리들이 정말로 그 모든 걸 이루길 바란 건 아니다. 그래도 그중에서 조금 더 원한 게 있다면 조금 더 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 하지만 나이를 서른이나 먹었건만 신년 목표를 세우려고 하면 어쩔 줄 모르는 어른이 되었다. 여전히 올해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지, 내가 나아갈 길은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조차 잘 그려지지 않는 것이다. 어쩌다 정말 길을 잃었는지 몰라 낙담한 내 눈에, 이 책 <서른이 지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가 나타났다.

‘서른이 지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김윤나 지음, 오아시스. [이미지=알라딘]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남들은 어떻게 저만큼이나 이뤘을까 고민하는 삼십 대에게 말마음연구소 소장이자 베스트셀러 <말 그릇>의 저자로 익숙한 저자 김윤나 소장은 위로를 우선 건넨다.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했어도 괜찮다고 말이다. 지금이야말로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 용감하게 확인해야 할 때이니 말이다. 가치, 신념, 욕구, 감정, 강점이라는 다섯 가지 심리학적 접근법을 통해 흔들리는 나를 속속들이 되짚어 보고, 진정한 ‘어른’으로 나아갈 길을 탐구하는 법으로 안내한다.

지금의 삶을 흔들어 나만의 삶의 방식을 다시 만들어 가야 해요. (중략) 나 자신을 찾아가는 탐구의 과정을 통해 다시 나로 돌아오는 길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게 나다움에 가까워질 때 한결 삶이 가볍고 명쾌하게 느껴집니다. _ ‘서른이 지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중에서

고민 많은 서른, 모든 고민이 나와 연결된 것은 아닐 테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는 모든 고민의 답은 ‘나’에게 있다고 얘기한다. 아직은 학생이란 정체성에 가까웠던 이십 대와 다르게 삼십 대는 정말 사회인으로의 정체성을 가지는 시기이기에 기존에 쌓아온 사회와의 관계에도 변화가 찾아오며 흔들리기 마련이다. 내 삶의 중심이 서 있지 않다면, 갈팡질팡하며 세상이 나를 흔드는 대로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들의 눈에 맞춰 구색만 갖춘 인생을 살며 생기는 공허감에 외로워지지 않으려면, 용기 내어 나의 진실한 모습을 탐구해야만 한다. 이를 돕기 위해 책에서는 가치, 신념, 욕구, 감정, 강점이 무엇인지, 왜 그것을 알아야 하는지 알려줄 뿐 아니라 스스로 확인해 볼 수 있는 구체적인 워크시트도 제공한다.

유효하지 않는 비합리적 신념과 거리를 두고, 나를 묶어두던 틀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해 보세요. 그러다 보면 생각보다 내가 더 큰 사람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생각의 시야가 넓어질 때, 남은 인생도 더 광활해집니다. _ ‘서른이 지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중에서

자신의 진솔한 내면을 찾아내어 마주하는 일은 쉽지 않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실제 나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이 때때로 쥐어짜 낸 용기를 갉아 먹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내가 생각한 나의 틀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이를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비합리적인 면모를 받아들이고 변화하지 못해 어른이 아닌 나이만 많은 사람이 되곤 한다. 지난 삶에서 그 틀로 인해 내가 성장해 왔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법. 지난 세월에 유효했던 내 생각이 언제나 유효할 수는 없다. 이미 지난날의 나는 지나갔고, 그런 나를 인정해주던 날들도 지나갔다. 변화하는 나와 시대에 발맞춰 맞지 않아 충돌을 일으키는 관념의 굴레에서 벗어나 보자. 스스로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를 준다면 그토록 꿈꿔온 ‘어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작년보다는 더 나은 올해를 바라고 있다면, 한층 더 성장한 나를 만나고 싶다면 올해는 스스로를 점검해 보고, ‘나다움’을 실천하는 해가 되도록 목표를 잡아 보자. 내면 깊은 곳에 처박아두었던 나 자신을 꺼내어 보살피다 보면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내 삶의 재미도 의미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더 이상 한 해 또 한 해 나이 드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될 테다. 인생이란 바다를 더 즐겁게 항해하기 위한 나침반과 키를 모두 확실히 잡고 있으니 말이다.

황예린 문화평론가·출판마케터·비평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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