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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연 칼럼] AI 신약개발에 뛰어든 국내 제약사, 어떻게 글로벌 시장에 대응할 것인가?

- 글로벌 빅파마와 빅테크 기업 맞손...제약산업 지평 넓힌다

- K-멜로디 사업 공식 출범, 국내 제약사 신약개발 가속화

  • 기사등록 2024-04-11 09: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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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박수연 산업2부장]

AI(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이 제약업계의 신성장 엔진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와 빅테크 기업들도 AI 신약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AI 신약개발 세계 시장 규모는 연평균 45.7% 성장해 2027년 40억 달러(약 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제약사들이 AI 기술 도입을 서두르는 가운데 관련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전 세계적으로 AI 신약개발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후발주자인 한국 제약업계가 이 격변의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수연 칼럼] AI 신약개발에 뛰어든 국내 제약사, 어떻게 글로벌 시장에 대응할 것인가?AI 신약개발 세계 시장 성장률. [자료=한국제약바이오협회]

◆빅테크 기업과 제약기업 맞손…AI 신약개발이 대세


AI 신약개발의 가장 큰 동력은 제약사와 IT기업 간의 협업이다. 방대한 데이터와 고도화된 알고리즘을 갖춘 빅테크 기업들이 신약개발 노하우를 지닌 제약사들과 손을 잡으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는 2020년 AI로 단백질 구조를 완벽히 규명하는 알파폴드를 개발해 주목받았다. 이를 발판으로 딥마인드는 지난 1월 제약사 일라이 릴리, 노바티스 등과 잇따라 신약개발 협력을 체결했다.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도 제약사 암젠과 협업해 AI 기반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신약 연구에 착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바이오젠과 손잡고 AI 기술로 신경계 질환 치료제 개발을 추진 중이며, IBM은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에 자사의 AI ‘왓슨’을 활용하고 있다. 아마존 웹서비스는 노바티스, 길리어드 등 다수 제약사에 AI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 신약개발 과정은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빨라지고 있다. 머크(Merck KGaA)는 AI 기술로 실험과정을 자동화해 연구자 1명이 하루 1000개의 가설을 검증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화이자는 AI 기술을 총동원해 불과 8개월 만에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통적 신약개발 과정을 단축시키는 AI의 위력은 업계에 충격과 함께 새로운 변화의 동력이 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AI 신약개발 본격화…K-멜로디 출범으로 시너지낸다


국내 제약사들도 AI 신약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 지원 하에 40여개사가 참여하는 'K-멜로디(한국형 신약개발 플랫폼)' 사업이 공식 출범, 제약사와 ICT 기업, 스타트업, 정부가 협력하는 개방형 혁신 모델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K-멜로디는 5년간 348억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로, 제약사들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모아 AI 기술로 신약개발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박수연 칼럼] AI 신약개발에 뛰어든 국내 제약사, 어떻게 글로벌 시장에 대응할 것인가?2024년 국내외 AI 신약개발 현황. [자료=더밸류뉴스]

업계에서는 대웅제약이 가장 발 빠르게 AI 신약개발에 뛰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대웅제약은 국내 최초로 AI 신약개발 전담조직을 신설한 데 이어 미국 크리스탈 지노믹스와 협력해 주요 화합물 8억 종의 분자 모델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든 AI 플랫폼 '데이지'를 자체 개발했다. 이를 통해 면역항암제, 파킨슨병 치료제 등의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한양행도 아이젠사이언스와 AI 기반 항암신약 작용기전 규명 연구에 착수했다. JW중외제약은 지난해 독일 머크 라이프사이언스와 협력해 AI 신약개발에 나섰고, 동아에스티는 일레븐 테라퓨틱스의 AI 플랫폼 '테라'를 활용해 리보핵산(RNA) 기반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삼진제약은 인 실리코 팀을 꾸리고 전문가를 고용해 자체 AI 신약개발 역량을 구축했으며, 신테카바이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면역항암제 발굴에 AI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신테카바이오는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을 통해 유한양행 등12개 기업과 신약개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보로노이도 독자 AI 플랫폼 '보로노이 셀'을 기반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협력해 면역항암제 및 감염병 치료제 개발을 추진 중이다. HK이노엔은 자체 보유한 AI 기술로 신약 물질 최적화에 나서고 있다.


이렇듯 국내 제약사들은 내부 AI 조직을 육성하는 한편, 전문 AI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신약개발 경쟁력 제고에 힘쓰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K-멜로디 등 AI 신약개발 지원에 공을 들이고 있어, 국내 제약산업의 역량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된다.


◆AI기술 고도화 신약개발 가속화…효율성 높이고 비용 줄인다


AI 기술 고도화로 인한 신약개발 가속화가 눈에 띈다. 신약개발은 투입 비용에 비해 낮은 성공률로 대표적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사업이다. 전통 신약개발은 막대한 자금과 통상 15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미국바이오협회는 지난 10년간 신약후보 물질의 승인률이 7.9%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서는 "AI 기술만 있으면 신약개발 기간을 3년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박수연 칼럼] AI 신약개발에 뛰어든 국내 제약사, 어떻게 글로벌 시장에 대응할 것인가?전통 신약개발과 빅데이터 기반 신약개발 기간 비교. [이미지=한국보건산업진흥원]

실제 AI 신약개발사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내고 있다. 신약 발굴 전문기업 베나볼런트AI(BenevolentAI)는 AI로 개발한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가 불과 1년 만에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인실리코메디슨은 46일만에 특발성 폐섬유화증 치료 후보물질인 'INS018-055'의 표적을 발굴하고 지난해 임상 2상에 진입했다. 제넨텍은 이 약물과 동일한 계열의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데 약 8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AI 기술은 신약개발 전주기에 걸쳐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소요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혁신 신약이 AI 기술로 탄생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이 같은 AI 기술 발전이 신약개발에 가져올 부작용도 경계해야 한다. 우선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이 상업성 높은 적응증에 쏠리면서, 의료 수요는 있으나 시장성이 적은 질환은 소외될 수 있다. 실제 글로벌 제약사들은 블록버스터급 약물 개발에 AI 기술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 역시 만성질환이나 항암제 개발에 AI 기술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희귀질환이나 감염병 등 의료 수요 대비 개발 매력도가 낮은 질병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AI 신약개발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특정 질환에 특화된 데이터와 노하우를 확보하고, 이를 AI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AI 신약개발은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AI 기술과 인프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국내 제약산업이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박수연 칼럼] AI 신약개발에 뛰어든 국내 제약사, 어떻게 글로벌 시장에 대응할 것인가?박수연 산업2부장 



ynsooyn@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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