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의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절정에 달한 현재,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공단이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며, 경영진을 향해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올해 주총 시즌의 가장 큰 특징은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어떻게 행사할지 미리 알려주는 ‘사전 공개’ 범위가 확대됐다는 점이다. 기존 ‘지분율 10% 이상’에서 ‘5% 이상’으로 기준이 낮아지며, 주요 보험사와 증권사들이 국민연금의 직접적인 사정권에 포함됐다.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경. [사진=국민연금]
◆ 보수 체계·자사주 예외 조항에 반대…'선별적 견제' 나선 국민연금
국민연금은 최근 보험업계 주총에서 이사 보수 체계와 자사주 활용 방식에 대해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 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일제히 반대표를 던진 데 이어, 현대해상의 자사주 처분 방식에서도 주가 안정 목적에 어긋난다며 제동을 걸었다.
24일 열린 주총에서도 이러한 기조는 이어졌다. 한화생명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인선과 정관 변경에는 찬성했으나, 이사 보수한도에 대해서는 "실제 보수 금액에 비해 한도가 과다하다"며 반대했다.
미래에셋증권 주총에서도 자사주 소각 예외 조항을 담은 정관 변경안이 주주가치를 감소시킬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두 회사의 안건은 대주주 우호 지분 등에 힘입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으나, 국민연금의 반대는 시장에 강력한 경고음을 울렸다.
국민연금은 단순히 찬성과 반대 의견을 내는 수준을 넘어 △기업가치 훼손 이력 검증 △자사주를 임직원 보상으로 쓰는 행위 견제 △시차임기제 우려 등 전반적인 경영 감시망을 좁히고 있다.
이러한 ‘그물망 검증’은 보험사들에 단순히 배당을 늘리는 단기 처방을 넘어선 숙제를 안겼다. 이사회가 얼마나 독립적으로 운영되는지, 그리고 보수 체계가 실제 경영 성과에 비추어 합리적인지를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시 영등포구 미래에셋생명 본사. [사진=미래에셋생명]
◆ 시선은 26일 미래에셋생명으로…‘기업가치 훼손’ 검증 예고
국민연금의 시선은 이제 오는 26일 예정된 미래에셋생명 주총으로 향한다.
이미 국민연금은 24일 열린 미래에셋증권 주총에서 김미섭 대표 선임안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 이력’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이에 계열사인 미래에셋생명 주총에서도 경영진 인선에 대해 똑같은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게 제기된다.
최근 DB손해보험에서 주주가 제안한 인사가 사측 후보를 제치고 이사로 선임되는 이변이 일어난 점도 다른 보험사 주주들에게 자극이 되고 있다.
이번 26일 주총은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이 결합해 이사회의 독주를 견제하고 ‘주주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