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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노후 자산 모으기보다 잘 쓰는 게 핵심”...보험사, ‘연금전환’ 시장서 승부수 던져야

- 보험연구원 제67회 산학세미나 개최...“국내 퇴직연금 90% 일시금 수령, 노후 파산 위험 커”

- 장덕진 박사 ‘하이브리드 Annuity TDF’ 제안...연금 결합 시 노후 소비 최대 19.04% 늘어나는 효과

- “70세 연금 개시 시 효과 극대화...여성 맞춤형 설계 및 종신연금 자본규제 완화 절실”

  • 기사등록 2026-03-26 16: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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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김도하 기자]

보험연구원(원장 김헌수) 산학보험연구센터는 26일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 컨퍼런스룸에서 ‘연금전환 시장 현황과 보험사의 경쟁력 강화’를 주제로 제67회 산학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퇴직연금을 단순히 모으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은퇴 후 죽을 때까지 안정적인 생활비를 받을 수 있는 ‘연금전환’을 보험업계의 생존 전략이자 노후 대책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보험사가 해결해야 할 숙제를 점검하고 경쟁력을 높일 실질적인 방안을 찾기 위한 그 현장에 다녀왔다.


[현장] “노후 자산 모으기보다 잘 쓰는 게 핵심”...보험사, ‘연금전환’ 시장서 승부수 던져야보험연구원 산학보험연구센터가 주최한 제67회 산학세미나에서 장덕진 연금솔루션랩 경영학박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 미국은 벌써 ‘인출’ 전쟁 중…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주제발표를 맡은 장덕진 연금솔루션랩 경영학박사는 “퇴직연금의 본질은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만드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아직 돈을 불리는 ‘정립’ 단계에만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퇴직연금 401(k) 투자액의 38%가 이미 생애주기 펀드(TDF)에 들어가 있고, 이를 다시 평생 연금으로 바꾸는 상품 시장이 약 40조원 규모로 급성장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퇴직연금 수령자의 90%가 여전히 연금 형태가 아닌 ‘일시금’으로 돈을 한꺼번에 찾아가고 있어, 나중에 돈이 떨어지는 ‘노후 파산’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장 박사는 해결책으로 ‘하이브리드 연금 타겟데이트펀드(Annuity TDF)’를 제안했다. 이는 투자형 상품인 TDF와 평생 월급을 보장하는 연금보험을 합친 혁신 상품이다. 장 박사 연구팀이 한국의 평균적인 근로자를 가정해 10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이 상품을 이용하면 은퇴 기간 전체 소비량이 퇴직연금만 쓸 때보다 19.04%나 늘어났다.

 

특히 연금을 60세보다 70세부터 받기 시작할 때 소비 증대 효과가 약 2.2배(8.8%→19.7%)나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이 노후 자금이 바닥날 위험을 막아주는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하는 셈이다.

 

다만 성별에 따른 차이도 있었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 살기 때문에 같은 돈을 넣어도 매달 받는 연금액이 적게 책정되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장 박사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여성 전용 연금 설계 등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규제 풀고, 보험사 체질 바꿔야 노후 산다"

 

장 박사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늘리기 위해 정책과 산업 전반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먼저 정책적 지원 측면에서는 현재의 '절세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단순히 세금을 아끼기 위해 10년 동안만 나누어 받는 '기간 지정형 연금' 방식은 실질적인 노후 파산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장 박사는 "이제는 죽을 때까지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는 ‘종신연금’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추를 옮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동시에 보험업계의 혁신과 체질 개선도 주문했다. 가입자들이 연금을 ‘내 돈이 장기간 묶여버리는 상품’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상품의 유연성을 높이는 등 인식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보험사들이 종신연금을 공급할 때 겪는 자본 규제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리스크 분담 모델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장] “노후 자산 모으기보다 잘 쓰는 게 핵심”...보험사, ‘연금전환’ 시장서 승부수 던져야산학세미나 토론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이경희 상명대학교 교수, 강성호 보험연구원 실장. [사진=더밸류뉴스]

◆ 실행상의 제약과 법적 문턱..."해지 없는 연금 전환 구조 마련돼야"

 

이경희 상명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패널토론에서 전문가들은 하이브리드 TDF의 이론적 우수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국내 시장 안착을 위한 실질적인 제도적 걸림돌을 집중적으로 쏟아냈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실장은 현재 국내 퇴직연금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강 실장은 "현행 제도상 IRP 계좌를 유지한 채 거치연금을 구입하기가 어려워, 가입자가 연금 전환을 원할 경우 계좌 해지에 따른 불필요한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등 연금 선진국처럼 계좌 내에서 연금보험으로 매끄럽게 전환되는 상품 개발의 시급성을 역설하며, 최근 주식시장 활성화가 이러한 혁신 상품 도입의 적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영 신영증권 이사 역시 자본시장법과 보험업법의 분리로 인한 규제 환경을 지적했다.

 

민 이사는 "펀드 내에 보험의 보증 기능을 결합하는 것이 법적으로 까다롭고, 연금 보증을 위해 가입자가 지불해야 하는 보수 비용이 상승할 우려가 있다"며 하이브리드 상품이 유동성 상실이라는 단점을 넘어설 만큼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장] “노후 자산 모으기보다 잘 쓰는 게 핵심”...보험사, ‘연금전환’ 시장서 승부수 던져야산학세미나 토론 참가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배주한 신한라이프 상품기획본부 상무, 박성철 미래에셋생명 연금영업지원본부 상무,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 [사진=더밸류뉴스]

◆ 상품 공급자 넘어 '솔루션 제공자'로...'톤틴연금' 등 혁신 라인업 확대 주문

 

업계 관계자들은 보험사만이 줄 수 있는 ‘보증’의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성철 미래에셋생명 상무는 "2030년 퇴직연금 시장의 급격한 구조 변화와 IRP 시장의 고성장에 대비해 보험사는 단순 운용을 넘어 '인출기 보증 솔루션' 제공자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전문가 일임 운용과 구조적 보증을 결합해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보증형 실적배당보험' 등을 대안으로 꼽으며, 보험사가 플랫폼 파트너십을 통해 연금 솔루션 공급자로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주한 신한라이프 상무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8.7% 성장한 미국의 리테일 연금 시장 사례를 들며 '톤틴연금'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배 상무는 "기존 연금보험이 소비자 니즈와 규제 환경 변화로 외면받는 상황에서, 일본의 성공 사례처럼 생존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톤틴 구조가 소득 공백기 노후 소득의 새로운 정책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보험사가 단순한 자산 관리자를 넘어 국민의 평생 소득을 책임지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연금 인출 시장의 구조적 혁신과 정책적 지원이 맞물릴 때, 은퇴자들이 안정적인 노후를 설계할 수 있는 진정한 연금 생태계가 완성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hsem5478@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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