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돈'에 대한 집착이 외국 보다 훨씬 강하다는 연구결과가 나타났다. 코로나19를 겪으며 한국 사회 내 미래에 대한 불안이 급증했고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조사 기업 칸타는 8일 오전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어 세계 최대 규모의 소비자 조사 '칸타 COVID19 바로미터'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칸타 COVID 바로미터'는 코로나 19 팬데믹 시기의 소비자 인식과 행태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60여 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행해왔다. 이번 9차 조사는 한국을 포함한 21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 결과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를 평가하는 모든 항목에서 한국은 '글로벌 평균' 대비 부정적인 응답률이 현저히 높았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은 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에 대한 글로벌 동의율은 63%, 한국은 78%로 나타났으며, '미래가 많이 걱정된다'의 항목에 대해서는 글로벌 47%, 한국 58%였다. 한국의 감염률은 조사 대상 21개국 중 5번째로 가장 낮았음에도 한국인의 우려도는 글로벌 평균 응답 대비 10%p 이상 높았다.
한국에서 1년 전 진행된 3차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미래가 많이 걱정된다' 항목의 응답률을 연령대 별로 분석하면 18~34세는 3차 46%에서 9차 62%, 35~54세는 3차 46%에서 9차 57%, 55세 이상은 3차 53%에서 9차 55%로 모두 증가했다. 18~34세 연령층의 동의 응답률에서 16%로 가장 큰 폭을 보이며 젊은 층에서의 미래 불안에 대한 수준이 높아진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장기화된 코로나 상황으로 예측 불가능성이 증가했고 조사 기간 동안 불거진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이슈가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칸타가 이번 조사와 별개로 25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칸타 글로벌 모니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돈에 대한 열망이 글로벌 평균 대비 2배 이상이나 높았다. '시간, 열정, 돈, 정보, 공간 중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산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한국인은 돈(53%), 시간(20%), 열정(19%), 정보(7%), 공간(1%) 순으로 응답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돈을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답한 것이다. 글로벌 평균은 시간(35%), 열정(25%), 돈(23%), 정보(16%), 공간(2%) 순이었다.
또 '2021년 1-4월'과 '2020년 1-4월' 기간 중 한국인이 소셜미디어에서 언급한 '돈과 관련된 키워드 Top 30'을 추출해 비교 분석한 결과, 주식이 매우 중요한 자산관리 수단으로 급부상했다. 언급량 기준 1~3위 키워드가 지난해에는 부동산, 투자, 경매 순이었으나 2021년에는 투자, 주식, 부동산 순으로 주식 언급량이 가장 많았다. 특히 1년 전 대비 순위 상승률이 두드러진 키워드는 해외 주식(20위->6위), 금리(29위->16위), 삼성(18->12위) 등이었고, 새롭게 순위권에 진입한 키워드는 분양권(13위), 세금(21위) 등이었다.
한국인은 팬데믹 종료 후에도 마스크 착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안전하게 느껴지기 위해서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를 묻는 질문에서 한국인의 선택은 마스크 착용 필수화(69%), 백신 접종(67%), 사회적 거리 두기 지속(53%), 내가 가는 장소의 정기적 방역(47%), 정기적 코로나19 검사 의무화(43%) 순이었다. 한국인들이 글로벌 평균 대비 12%p 높게 마스크 착용 필요성에 대한 응답을 보이며 한국 사회 내 마스크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최문희 칸타코리아 상무는 "코로나19가 한국인이 자산관리 및 투자, 경제적 안정감을 더욱 중요하게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됐으며, 앞으로 한국에서 금융교육과 재테크 서비스가 매우 중요한 사업영역으로 등장할 것"이라며 "한국인의 과도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사회안전망 강화 등 안정감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