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순항하던 KB금융그룹이 안주 대신 ‘세대교체와 체질 개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차기 대표이사 회장 최종 후보로 만 60세의 ‘전략·영업통’ 이재근 KB금융지주 부문장(전 KB국민은행장)을 낙점하면서다. 주요 금융지주들이 안정적인 연임 체제를 이어가던 것과 달리, KB금융은 급변하는 대내외 금융 환경에 맞서 선제적 쇄신을 택했다.
KB금융그룹 본사 전경. [사진=KB금융그룹]
양종희 현 회장은 취임 이후 그룹 당기순이익 5조 원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젖히며 명실상부한 ‘리딩금융’의 입지를 다졌다. 비은행 부문 이익 기여도를 40% 안팎까지 끌어올리는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뒀고, 강력한 밸류업 정책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주도해 주주가치 제고와 견고한 주가 방어력도 증명해냈다.
하지만 KB금융은 이러한 화려한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세대교체를 통한 체질 개선을 선택했다.
회추위의 판단 기준은 ‘과거의 실적’이 아닌 ‘미래 생존력’에 있었다. 금리 인하기 진입에 따른 이자마진 축소, AI 기반의 디지털 대전환,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겹친 복합 위기 속에서 기존의 성공 공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이번 결단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재근 KB금융 차기 회장 프로필. [이미지=더밸류뉴스]이 내정자의 발탁과 체질 개선 선언은 곧바로 연말 계열사 사장단 인사로 번지고 있다. 지주 회장의 세대교체가 확정된 상황에서, KB국민은행을 비롯한 주요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 10명이 오는 12월 말을 기점으로 동시에 임기 만료를 맞기 때문이다.
KB금융그룹 2026 연말 임기 만료 계열사 CEO 현황. [이미지=더밸류뉴스ㅣAI 생성]
현재 임기 만료를 앞둔 10명의 CEO는 크게 기본 임기 2년을 채운 5명(이환주 국민은행장, 김재관 국민카드 대표, 정문철 KB라이프생명 대표, 박찬용 KB데이타시스템 대표, 윤법렬 KB인베스트먼트 대표)과 첫 2년 임기 후 1년 연임까지 마친 5명(이홍구 KB증권 대표,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 빈중일 KB캐피탈 대표, 성채현 KB부동산신탁 대표)으로 나뉜다.
금융권에서는 통상 계열사 대표 취임 시 첫 2년 임기를 보장한 뒤 경영 실적에 따라 1년을 추가 연임시키는 이른바 '2+1년' 관례를 적용해왔다. 통상 3년(2+1년)을 채운 CEO들은 교체 수순을 밟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새 사령탑이 첫해부터 친정 체제를 구축하고 ‘역량 중심의 쇄신’을 예고한 만큼, 기본 2년을 채운 CEO군 역시 관례적인 연임을 장담하기 어려운 분위기이다.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어온 현직 회장 체제에서도 파격적인 세대교체가 단행된 만큼,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CEO 10명 역시 대대적인 재편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향후 단행될 인사에서는 비은행 경쟁력 강화와 AI·글로벌 도약을 이끌 ‘실행형 인재’가 전면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