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에너지 생명선을 위협하는 호르무즈 봉쇄가 구조적으로 반복될 전망이라 우려된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이번 호르무즈 사태가 올해 하반기에나 수습 국면에 진입해 에너지 가격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낙관적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다.
물류 종사자와 에너지 전문가들은 설령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형식적으로 재개되더라도 이미 충격을 받은 물류 체계와 공급망이 정상화되기까지는 낙관적 시나리오보다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붐비는 호르무즈 해협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
◆ 호르무즈 다시 열려도 위험은 고착화
우선 국제 유가가 들썩이며 그 변동 폭이 커지는 문제가 고통스러운 데 앞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더라도 유가에 시장의 공포가 위험 프리미엄으로 고착화될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지는 형국이다.
미국의 에너지정보청(EIA)은 초기에는 호르무즈 봉쇄가 금융시장의 일시적 변동성으로 나타나지만, 장기화될 경우 기업의 재고 감소와 생산 위축을 초래해 실물경제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구조적 악재로 변모할 것으로 전망했다. 위기가 일시적 충격을 넘어 세계 에너지 시장의 뉴 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에너지 자립도가 낮은 한국에 호르무즈는 경제적 생명선이자 가장 위험한 약점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KEEI)은 이곳이 하루 평균 2000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통과하는 세계 최대의 병목 지점으로 보았다.
특히 카타르발 LNG 수송이 차단될 경우에 전 세계 교역량의 약 19%가 즉각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중동 의존도가 압도적인 아시아 국가들, 그중에서도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입 원자재를 가공해 수출하는 우리 경제 구조상 호르무즈의 불안은 단순한 에너지 문제를 넘어 국가 산업 전체의 위기로 직결된다.
원유공급이 차단되는 상황을 보여주는 이미지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
◆ 공급망 불확실성과 마주한 형국
정부가 최근 대체 경로를 통해 3개월분 이상의 원유와 나프타를 확보한 것은 충격 파장의 속도를 늦추는 완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파이프라인 우회 능력은 하루 550만 배럴 수준에 불과한 점은 이런 기대를 허물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잠시 열린다는 것과 우리 경제의 원유 공급 구조가 안정화된다는 것은 결국 크게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선박이 다시 움직이고 유가 그래프가 잠잠해져도 시장의 공포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높아진 보험료와 뒤엉킨 물류 스케줄, 그리고 '중동발 공급망 쇼크'라는 학습효과는 우리 산업 전반에 보이지 않는 비용을 누적시키고 있다. 호르무즈의 안개 속에 갇힌 우리는 단순히 해협의 정상화를 기다리는 것을 넘어 '불확실성' 그 자체와 마주하고 있다.
공급망을 둠으로 안전하게 보호하는 이미지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
◆ 어렵지만 근본적인 문제점 드러내
지난주에 원유를 적재하고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발이 묶였던 한국 유조선이 처음으로 홍해를 안전하게 빠져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회로인 홍해를 통해 국내로 원유를 운송하는 사례가 되겠다.
홍해 루트는 예멘 후티 반군의 영향력 아래에 있어 항해가 제한됐지만 에너지 공급망 위기가 고조되면서 정부는 제한을 풀고 선원과 선박의 안전을 지원한 것이다. 그간 정부의 위기 관리 노력이 성과를 낳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맞닥뜨릴 가장 현실적이고도 고통스러운 시나리오는 수개월간 이어지는 불확실성의 상수화다.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풀기에는 거의 불가능하고 또 엄중한 문제를 우리에게 던졌다.
호르무즈가 언제 다시 열리느냐 보다 우리에게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문제는 호르무즈 위기는 다음에 또 발생할 것이고 그때에도 여전히 우리는 지금과 같이 흔들릴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