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사면 대부업체 아니야?”
생각보다 자주 듣는 말이다. 캐피탈업계 관계자들이 억울하다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법과 감독 체계로 보면 캐피탈사와 대부업체는 엄연히 다른 업권이다. 캐피탈업계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의 적용을 받고, 대부업체는 대부업법의 적용을 받는다. 여신전문금융회사는 금융감독원이 관리하고, 대부업체는 규모에 따라 금융감독원과 지방자치단체 양쪽에서 관리를 받는다.
하지만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간판만 보고 두 업종을 구분하기 어렵다. 이름이 헷갈리면 업권도 헷갈릴 수밖에 없다. 이 혼선은 우연히 생긴 게 아니다. 대부업체가 굳이 ‘캐피탈’이라는 이름을 쓰는 이유는 ‘대부’라는 단어가 오랫동안 부정적으로 사용돼온 탓이다.
과거 대부업법 개정 이유에서도 대부업자들이 ‘캐피탈’이나 ‘파이낸스’ 같은 상호를 사용해 다른 여신금융기관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그래서 대부업자는 상호에 ‘대부’, 대부중개업자는 ‘대부중개’라는 문자를 쓰도록 규제가 들어갔다. 이름으로 인한 소비자 혼선을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거기서 정리가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한국대부금융협회 회원사 명단에는 ‘캐피탈’을 상호에 넣은 등록 회원사가 적지 않다. 기자가 협회 공개 명단을 기준으로 확인한 결과, 상호에 ‘캐피탈’을 포함한 회원사는 150개에 달했다. ‘대부’라는 표기를 붙이더라도 ‘캐피탈’이 함께 쓰이면 소비자는 제도권 캐피탈사와 등록 대부업체를 한눈에 구분하기 어렵다.
캐피탈업체들만 피해의식이 있는 게 아니다. 대부업체들이야말로 더 큰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명칭 문제가 있다. 바로 '불법대부업'과 '불법사금융'의 혼용이다.
대부업은 불법일 수 없다. 불법으로 대출 영업행위를 하는 업체를 지칭하는 '불법사금융'이라는 용어가 별도로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혼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최근 한국대부금융협회는 자체 조사 결과를 인용해 '불법사금융'을 '불법대부업'이라고 표기한 언론 보도가 730건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등록 대부업체와 미등록 불법업자를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 자체는 타당하다. 실제로 정부와 국회도 등록 없이 불법으로 대부업을 하는 이를 ‘미등록대부업자’가 아니라 ‘불법사금융업자’로 명칭부터 정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꿨다. 불법성을 더 분명히 드러내자는 취지다.
다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볼 필요가 있다. 대부업계가 정명(正名)을 요구한다면, 그 정명은 불법사금융과의 구분에서만 멈춰서는 안 된다. 등록 대부업체와 캐피탈사의 이름 혼선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대부업계도 반박하지 않는다. 다만 오랜 세월 사용돼온 '대부'라는 명칭 역시 함께 정리돼야 한다고 주장할 따름이다. 대부 명칭을 바꾸지 않는 한, 이 용어에 밴 '불법' 같은 이미지 역시 어두운 그림자처럼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정성웅 한국대부금융협회 회장도 “대부업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금융회사인 점을 쉽게 알 수 있도록 명칭 변경을 서둘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금처럼 대부라는 이름을 기피해 캐피탈이라는 이름을 빌려 쓰는 현실이 지속되면 소비자들의 혼선은 줄어들지 않는다. 금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뢰’다. 소비자에게 혼선을 줘 신뢰를 흔드는 행위는 대부업계에도 캐피탈업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행동은 단순한 금지나 비난이 아니다. ‘대부’라는 이름이 지나치게 낡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업권의 실제 역할을 반영하는 새로운 명칭을 검토할 때가 됐다.
'생활금융'이든 '소비자금융'이든, 실질적 역할을 설명하면서도 캐피탈과는 분명히 구분되는 새 명칭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불법사금융은 불법사금융대로 분명히 선을 긋고, 등록된 업권은 등록된 업권대로 제 이름을 바로 잡는 노력. ‘정명’ 작업은 그때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더밸류뉴스 홍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