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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 1200원’짜리 SPC 내세운 고려아연

- 5600억 동원된 SPC, 알고 보니 ‘페이퍼컴퍼니’

  • 기사등록 2026-04-17 19: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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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영기 기자]

국내 A증권사가 고려아연 지분 2%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자본금이 1200원인 특수목적법인(SPC)을 내세워 설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형식은 기업 간 거래지만 실질은 법으로 금지된 ‘개인 신용공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IB업계에 따르면 A증권사는 ‘피23파트너스’라는 비등록 유동화 SPC를 통해 베인캐피탈이 보유하던 고려아연 지분 약 2%(5140억원 규모)를 인수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그런데 이 SPC의 설립 자본금은 1200원이며, 개인 2명이 각각 600원씩 출자해 만든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이다. 


이 SPC는 A캐피탈 등으로부터 5693억원의 자금을 대출과 사모사채로 조달했다. 이는 자본금의 약 4억7000만배이다. 자체 자금이 1200원인 SPC가 이 금액을 빌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려아연 지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증권사는 일반적인 주식담보대출 비율(140~160%)을 넘는 300%의 담보유지비율을 설정했다. 이를 맞추기 위해 고려아연 주식 62만 주 이상이 담보로 제공됐다. IB업계 전문가들은 “300% 담보 요구는 대주(貸主)들이  SPC 신용을 믿지 않았다는 증거”라며 “사실상 개인 자산을 기반으로 한 ‘개인 대출’의 변종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고려아연 최 씨 일가는 SPC 보유 지분에 대해 ‘콜옵션’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가 오르면 개인이 수익을 독점하고, 내리면 개인 담보가 처분되는 구조이다. 


‘자본금 1200원’짜리 SPC 내세운 고려아연고려아연 CI. [이미지=고려아연] 

법조계와 금융권에서는 이번 SPC가 1200원으로 5100억원 규모의 펀드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여서 대주주 지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고 있다. 이는 사모펀드가 일반적인 투자 활동에서 만드는 SPC의 레버리지 활동과는 구별된다. 


자본시장법은 대형 증권사가 개인에게 신용공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증권사 자본이 기업 생산적인 활동에 쓰이지 않고 대주주 개인의 지배력 확대나 사적 이익을 위해 악용되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이번 설계를 규제 회피를 위한 편법으로 밝혀질 경우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형식은 빌렸지만 실질적인 우회적 개인 신용공여 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측은 "A증권사가 딜(deal) 구조를 설계하지 않았고 차입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개인 신용 공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007@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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