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 "원화 스테이블코인, 글로벌 금융 전략의 일부로 봐야”

- 위험 규제 방식의 한계 지적...온체인 금융 확장 속 원화 생태계 수축 위험

- 7년간 산업 배제·법인·외국인 이탈…인프라 붕괴 우려

- 규제 공백이 더 큰 리스크…컨트롤타워 강화·2단계 입법 시급

  • 기사등록 2025-12-05 15:06:10
기사수정
[더밸류뉴스=윤승재 기자]

디지털자산·금융 전문가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를 한국 금융의 글로벌 확장 전략과 연결된 국가 과제로 격상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미국과 유럽이 스테이블코인을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활용해 금융 영토를 넓히는 동안, 한국은 여전히 ‘금기 분리’ 기조와 그림자 규제에 머물러 디지털자산 산업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강국 도약을 위한 디지털자산 정책 대전환’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왜 필요한지, 어떤 금융 생태계를 만들 도구인지에 대한 전략적 그림 없이 위험 규제부터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런 접근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스스로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규제 논의보다 상위에 놓이는 ‘미래 금융 전략’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는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강국 도약을 위한 디지털 자산 정책 대전환'에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이종섭 서울대 교수, 정상훈 전북은행 부행장, 박민규 민주당 의원, 이정문 민주당 의원,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김종승 엑스크립토 대표, 유신재 디에셋 대표이사, 김재진 DAXA 상임부회장. [사진=더밸류뉴스] 

◆ “원화 생태계 수축 막으려면, 플랫폼 위에 ‘원화 슈퍼앱’ 세워야”


이종섭 서울대 교수는 온체인(On-chain) 금융이 지향하는 바를 △분절된 기존 금융 인프라를 블록체인 플랫폼 안에서 통합하고 △지폐·증권 등 금융상품을 ‘가치 있는 데이터’로 재정의해 데이터 거래를 활성화하며 △축적된 데이터를 국가 안보 자산으로 활용하는 구조로 정리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는 모델보다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온체인 금융은 데이터 기반 글로벌 금융 생태계로 가는 출발점이라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 \온체인 금융의 지향점. [자료=더밸류뉴스]

그는 미국 사례를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의 전략적 의미도 짚었다. 미국이 블록체인을 글로벌 금융 직거래망으로 깔고, 가장 매력적인 통화인 달러와 자본시장을 그 위에 얹는 방식을 택했으며,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했다. 플랫폼 금융 환경에서 미국의 금융 생태계가 팽창할수록 상대적으로 원화 금융 생태계는 수축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단기적인 금융 안정성만을 목표로 한 정책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안정성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부재가 초래할 기회비용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달러 스테이블코인만 광범위하게 사용될 경우, 국내·외 투자자들이 원화를 팔고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글로벌 자산을 거래하는 흐름이 굳어질 수 있고, 그만큼 원화가 설 수 있는 자리와 원화 기반 자본시장의 비중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역할과 확장 전략을 먼저 설계한 뒤, 그에 맞춰 리스크 관리·감독 프레임을 정비하는 방식의 정책 순서를 주문했다. 이 순서가 뒤바뀌면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사례와 혁신 기회를 오히려 스스로 제한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 \이종섭 서울대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부재할 경우 국내·외 투자자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글로벌 자산을 거래하는 흐름으로 굳어져 원화 기반의 자본시장 비중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자료=더밸류뉴스] 

한국의 문화 경쟁력을 활용한 전략적 방향도 제시됐다. 그는 K-컬처(K-Culture)를 전 세계 자본과 이용자를 한국으로 끌어당기는 ‘문화적 중력’으로 평가하며, 블록체인 위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매개로 해외 자본이 별도의 허가나 예금 계좌 없이도 한국의 무형자산과 인재에 투자할 수 있는 구조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제조업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전통 제조 기반의 성장 여력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금융이 이러한 무형자산 투자 채널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의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한 그는 실제 한국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블록체인 상에서 한국 경제의 이해관계자로 기능하는 인구를 ‘코리안 레지던시(Korean residency)’라는 개념으로 정의하며, 이들을 어떻게 원화 금융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일지에 대한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는 크립토(암호자산)·스테이블코인·토큰증권이 동시에 존재하는 블록체인 공간 안에 ‘원화 슈퍼앱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해외 투자자가 비트코인을 들고 국내 거래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환전한 뒤, 한국의 토큰증권 등 신종 자산에 투자하는 구조를 통해 글로벌 크립토 유동성이 국내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는 그림이다.


◆ “7년간 유흥업과 같은 취급…규제 공백·갈라파고스 우려”


디지털자산 업계는 지난 7년을 ‘가혹한 시간’으로 규정하며 규제 환경의 부작용을 짚었다. 김재진 디지털자산업권협회(DAXA) 부회장은 2025년에 체감한 가장 큰 변화로 ‘벤처기업 인증에서의 배제 해소’와 ‘법인 시장 참여 개시’를 꼽으면서, 그 전까지의 경로가 산업 인프라 형성에 큰 상처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그는 2018년 시행령 개정으로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자산 매매·중개업’이 유흥주점업, 무도장 운영업, 사행시설업 등과 함께 벤처 인증 제외 업종에 포함됐고, 이 상태가 2024년 10월까지 7년간 유지됐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 기간 디지털자산 인프라를 구축할 국내 스타트업들은 세제·상장 특례 등 핵심 지원에서 배제되며 사실상 성장 발판을 잃었고, 우수한 기업 상당수가 해외로 빠져나간 결과 현재 국내 시장의 가장 큰 약점이 ‘인프라 부족’으로 지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 \디지털자산 산업의 7년간 규제 타임라인. [자료=더밸류뉴스]

김 부회장은 당시 조치가 위험 대응·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도입됐을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위험 수준이 어떻게 변했는지 단계별로 점검하고 과도한 규제는 제때 해소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막연한 부정적 인식에 기반한 조치가 장기간 유지되면서 국내 산업에 과도하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평가다. 그는 이미 한 차례 골든타임을 놓친 경험이 있는 만큼, 현 시점 논의도 5년·7년 뒤 같은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속도감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인·외국인 시장 참여 문제는 향후 디지털자산 시장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김 부회장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실태조사를 인용해 2021년 하반기 국내 거래소의 법인 고객 수가 약 4500개였던 반면, 2024년 상반기에는 220개 수준으로 줄었다고 소개했다. 제도 불확실성과 법인 참여 제한이 지속되면서 법인 자금이 시장에서 이탈한 결과라는 진단이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 이후 외국인 고객도 썰물처럼 빠져나가 사실상 거주 외국인까지 배제된 상황도 지적됐다. 국내 거주자는 해외 거래소 등 외부 플랫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외국인은 국내 플랫폼에 역진입하지 못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온라인 기반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사업자가 ‘로컬 마켓’에 갇힌 형태가 됐다는 평가다. 그는 증권시장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며, 디지털자산 시장 역시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해 외화를 벌 수 있는 또 다른 장으로 바라보고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강한 규제라도 불확실성보다는 낫다"


전통 금융권에서는 규제의 강도보다 ‘규제 공백’과 제도적 불확실성을 더 큰 리스크로 인식하는 시각이 두드러졌다. 정상훈 전북은행 부행장은 올해 디지털 분야에서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로 인공지능(AI)과 스테이블코인을 꼽으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디지털자산 정책 기조 변화로 업계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현장에서는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반응이 여전히 많다고 전했다.


정 부행장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디지털자산을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규정하고 시장 선점에 나선 가운데, 디지털 전환에 뒤처졌던 일본도 정책적 지원 아래 속도감 있게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은 2017년 가상자산 규제 가이드라인 이후 ‘금기 분리’ 기조와 그림자 규제가 계속 유지되고 있고,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금지를 담은 1단계 법은 시행됐지만 산업 육성을 위한 2단계 입법은 미비해 규제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업계에서 “강한 규제라도, 규제 자체가 없는 불확실성보다는 낫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며, 입법 지연이 계속될 경우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이 ‘갈라파고스’처럼 세계 흐름에서 고립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 구조에 대해서는 혁신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거버넌스 구상이 제시됐다. 정 부행장은 혁신 DNA를 가진 테크 기업과 신뢰·자본력·자금세탁방지(AML) 역량을 갖춘 은행이 컨소시엄 형태의 조인트벤처를 구성해 초기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을 담당하는 모델이 적합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울러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 아래 국내 은행들도 온체인 결제, 토큰화 예금, 가상자산 담보대출, 현물 ETF 등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확장하는 ‘크립토 뱅킹’ 영역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길을 열어줄 것을 요청했다.


◆ 범정부 컨트롤타워·2단계 법 정비 시급


금융당국도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김성진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장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에 근거해 설치된 가상자산위원회를 언급하며, 현재 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법무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금융감독원과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법정 기구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회가 올해 초에는 정책 자문을 넘어 실질적인 정책 논의·발표 기능까지 수행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확장했고, 최근 발의된 법안 상당수가 가상자산위원회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2단계 법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디지털자산 정책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2017년 행정지도와 당시의 규제 기조가 여전히 시장에 많이 남아 있는 현실도 인정했다. 다만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2단계 입법을 통해 규제 불확실성을 줄이는 작업과, 법 개정 없이도 조정할 수 있는 시장 관행·규제 기조를 점검해 바로잡는 작업을 투트랙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이용 제한,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제도, 가상자산 파생상품 허용, 금기 분리 재검토 등의 쟁점에 대해서는 모두 제도적 틀과 엮여 있는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방향 언급은 자제했지만, 디지털자산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법인·금융회사 참여 확대와 제도적 불확실성 해소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ric9782@thevaluenews.co.kr

[저작권 ⓒ 더밸류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밸류뉴스'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광고성 정보 수신

제휴 콘텐츠, 프로모션, 이벤트 정보 등의 광고성 정보를 수신합니다.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5-12-05 15:06:1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더밸류뉴스TV
그 기업 궁금해? 우리가 털었어
더밸류뉴스 구독하기
버핏연구소 텔레그램
리그테이블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