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측이 또 다시 순환출자 카드를 꺼내들며 '상호주 제한'을 재시도하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이동은 최윤범 회장측이 쓸 수 있는 '카드'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보고 있다.
영풍(대표이사 박영민)∙MBK파트너스(부회장 김광일. 이하 MBK)는 13일 "고려아연 미국 자회사 썬메탈홀딩스(SMH)는 영풍과 단 1초도 상호주 관계에 있었던 적이 없다"며 "최윤범 회장은 주주총회를 파행으로 몰아가는 후안무치한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는 최윤범 회장측이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이 보유한 영풍 주식 10.3%를 그 모회사인 SMH에 넘기고 상호주 관계가 형성됐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영풍그룹 현황과 지배구조.
이날 영풍∙MBK는 "최윤범 회장측은 SMC가 보유한 영풍 주식을 SMH에 넘기면서 또 다시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됐다고 억지주장하고 있다"며 "이는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투자자와 자본시장은 물론 사법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존재는 안중에도 두지 않는 만행"이라고 밝혔다.
영풍∙MBK는 "최윤범 회장은 처음에는 SMC를 내세우고 그 다음에는 SMH를 이용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주주총회를 파행시키려는 악의적인 의도를 백일하에 드러냈다"며 "공정한 지분 경쟁으로는 승산이 없게 되자 50년간 멀쩡히 행사돼 온 최대주주 의결권을 위법한 방법으로라도 제한함으로써 자신의 지배력 유지하고자 하는 최윤범 회장에게 이제 독립적인 계열회사 자체의 이익이나, 주주총회에서의 주주들의 진정한 의사 실현, 상법의 질서 같은 것은 안중에 없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12일 고려아연측은 "SMC가 보유한 영풍 지분 10.3%를 SMH가 현물배당받았다"며 "이로써 고려아연과 영풍 사이에 새로운 상호주 관계가 형성돼 이달 말 열릴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영풍의 의결권은 여전히 제한된다"고 밝혔다. 영풍∙MBK는 "3월 예정된 고려아연의 정기주주총회일 당일에 영풍은 고려아연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라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된다는 주장은 억지"라고 덧붙였다.
이번 지분 이동으로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파행이 예상된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이미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을 신설 유한회사에 넘겨 상호주 관계 형성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영풍은 지난 7일 법원 판결 직후 보유하던 고려아연 지분 전량(25.42%)을 신설 유한회사 와이피씨(YPC)에 현물 출자했다. 더 이상 상호주 관계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YPC는 유한회사이며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이달 말 열리는 주주총회까지는 기존의 상호주 제한 관계가 성립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의 한 인사는 "이번 지분 이동은 최윤범 회장측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영풍 MBK가 임시 주총을 몇 차례 반복할 경우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