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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O 레이더] ⑤ '깜깜이' 판관비 총액에 가려진 이면…이제는 공시 패러다임 바꿀 때

- 투자자 보호 위해 배당 공시 세분화한 금감원…CSO 비용 세부 내역 기재도 개선해야

  • 기사등록 2026-06-23 16: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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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판매대행업체(CSO, Contract Sales Organization) 신고제가 도입된지 2년째지만 CSO 거래체계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제약사들이 외형성장을 위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급하고 있는 반면에 주주와 투자자들은 그 구체적인 내역을 확인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획을 통해 자본시장의 공시 사각지대를 조명하고, 진정한 의미의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개선 방향을 집중 분석한다.
[더밸류뉴스=권소윤 정지훈 기자]

정부와 국회의 의약품 판매대행업체(CSO)를 향한 감시의 시선이 매서워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주요 제약사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현장 실태조사에 착수하고, 국회가 1인·페이퍼컴퍼니 등 불법 CSO 난립을 막기 위한 약사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하는 등 규제의 고삐는 갈수록 조여지고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투자자들은 여전히 안개 속에 갇혀 있다. 외형 성장 이면의 ‘비용의 질’과 ‘자본 배분의 효율성’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로 부상했음에도, 현재 자본시장 공시는 이를 전혀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규제 전환기 속에서 금융감독원의 자본시장 공시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IFRS의 허점'자의적 계정 분류'가 낳은 정보 비대칭성


[CSO 레이더] ⑤ \ 깜깜이\  판관비 총액에 가려진 이면…이제는 공시 패러다임 바꿀 때미국·한국 공시 체계 비교 도표. [자료=더밸류뉴스]

현재 상장 제약사들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제출하는 사업보고서를 보면 CSO 관련 비용은 대부분 판매비와관리비(이하 판관비) 안에 포함돼 있다. 일부 기업은 지급수수료나 판매촉진비 항목을 별도로 공개하지만, 상당수는 용역비·기타관리비 등 여러 계정에 분산돼 있어 실제 영업대행 비용 규모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이는 현행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이 원칙 중심 체계를 채택하고 있어 기업에 일정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계 기준상 중요한 것은 총액과 재무제표의 적정성이지, 특정 영업 비용을 반드시 별도 계정으로 분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결과적으로 기업마다 공시 방식이 달라 투자자들이 서로 다른 기업의 비용 구조를 비교·분석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됐다. 


어떤 기업은 지급수수료를 독립 항목으로 공개하는 반면, 어떤 기업은 여러 계정으로 분산해 인식한다. 회계 기준상 문제는 없지만 정보 이용자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영업 구조와 비용 효율성을 판단할 자료가 부족한 셈이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위탁계약서와 재위탁 구조, 수수료 체계 등을 직접 점검하고 있지만 정작 주식시장에서는 해당 기업의 영업비용 구조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정보 비대칭'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CSO 관리 논의 역시 이 같은 정보 부족과 무관하지 않다. 비용의 실체를 시장이 확인하기 어렵다 보니 규제를 통해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CSO 규제 강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남희 의원의 개정안은 의료기관과 특수관계에 위치한  CSO에 관련된 정보를 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도록 규정했다. 


◆ 금감원, 배당 공시 세분화 선례…CSO 비용 구조도 공시 강화 필요 


금융감독원이 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 정보의 질 제고를 위해 공시서식을 재정비한 사례는 이미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배당 관련 공시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사업보고서에 '배당 예측가능성 제공에 관한 사항'을 신설해 기업들이 배당절차 개선 여부와 배당정책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유가·코스닥 상장법인 중 배당성향 상위 100개사를 대상으로 2024년 사업보고서를 점검한 결과, 상당수 상장사가 배당금 결정요인을 '경영실적과 재무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라는 수준의 원론적 문구로 기재하거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필요시 검토'라고만 적는 등 투자 판단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형식적 공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은 배당절차 개선 여부와 정관 개정 현황을 잘못 기재하거나 결산배당 외 분기·중간배당 정보를 누락하는 등 오류까지 드러났다.


이에 금감원은 다시 공시서식을 개정해 배당정책을 재무제표와 산출방법, 향후 배당 수준의 방향성, 배당 제한 관련 정책 등 세부 항목별로 구분해 작성하도록 했다. 


[CSO 레이더] ⑤ \ 깜깜이\  판관비 총액에 가려진 이면…이제는 공시 패러다임 바꿀 때상장사의 배당 관련 사업보고서 공시사항 점검결과 및 기업공시서식 개정 안내 발췌. [자료=금융감독원]

또한 결산배당뿐 아니라 분기·중간배당에 대한 정보까지 모두 기재하도록 의무화했다. 단순히 공시 여부를 넘어 투자자가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과 자본 배분 방향성을 보다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공시의 질과 세부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이다. 


이는 투자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금융감독원이 공시서식을 재개정해 구체적인 정보 공개를 요구한 사례로 여겨진다.


금감원이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배당 공시의 세부 기재를 요구한 만큼, 기업의 수익성과 자본 배분 효율성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CSO 비용 구조 역시 공시 개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 금감원이 먼저 나서야…CSO 수수료 세부 공시 체계 마련 필요


CSO 규제 강화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현장점검과 사후 제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자본시장에서도 투자자가 기업의 영업 구조와 비용 효율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 접근성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제약업계는 연구개발(R&D) 투자와 영업 전략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지는 산업이다. 동일한 매출 규모를 기록하더라도 CSO 의존도와 지급수수료 수준에 따라 영업이익률과 현금창출력, 장기 성장 여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 사업보고서만으로는 기업별 CSO 비용 규모와 지급 구조, 특정 CSO에 대한 의존도 등을 비교·분석하기 어려워 투자자들이 기업의 실질적인 경쟁력과 자본 배분 효율성을 판단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이는 단순히 회계 처리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자 보호와 시장 투명성의 문제로 볼 필요가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투자자의 예측 가능성과 정보 접근성 제고를 위해 CSO 비용의 구체적인 공시 체계 마련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사업보고서에 총 CSO 지급수수료 규모와 매출 대비 비중, 주요 지급 대상 및 거래 구조, 재위탁 여부 등 핵심 정보를 별도 항목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정부가 리베이트 근절과 CSO 관리 강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자본시장 역시 이에 걸맞은 정보 공개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금감원이 먼저 나서 CSO 수수료 세부 내역에 대한 표준화된 공시 기준을 마련하고 기업 간 비교 가능성을 높여야만 투자자는 비용의 실체와 영업 효율성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 규제 강화와 공시 개선이 함께 이뤄질 때 비로소 제약산업의 영업 투명성과 자본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vivien9667@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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