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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탐구]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AI·수소' 승부수...재계 톱5 탈환할까

- 조선 넘어 에너지·건설기계까지...3대 사업축 중심 신성장동력 마련

- 정기선 수석부회장 경영 참여 HD현대 자산규모 12.6%↑...재계 8위로 1단계 상승

  • 기사등록 2024-11-20 07: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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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혜지 기자]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HD현대를 '재계 빅5'로 점프시킬 수 있을까. 


지난 14일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부회장이 HD현대 수석부회장, HD한국조선해양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현대그룹이 부동의 재계 1위였던 시절, 1988년 이후 30여년 만에 오너 경영체제를 본격화한 것이다. 이에 정 수석부회장의 행보와 성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2년 HD현대그룹을 이끌며 글로벌 1위 조선해양 기업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특히 조선해양·건설기계·에너지 3대 축을 기반으로 조선 부문 호실적에 힘입어 재계 순위 상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다만 건설기계 부문의 실적 둔화와 지분 승계라는 과제를 안고 있어 이제 출항한 정기선호(號)의 새로운 항해가 재계의 큰 바다에서 어떤 항적을 그려낼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CEO탐구]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 AI·수소\  승부수...재계 톱5 탈환할까[일러스트=홍순화 기자]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1982년생(42)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2005)·미국 스탠퍼드대 MBA △동아일보 기자(2007) △현대중공업 입사(2009) △보스턴 컨설팅그룹 컨설턴트(2011)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부장(2013)∙재무팀 상무·경영기획팀 선박영업부 수석부장(2015)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2017) △현대중공업그룹 선박해양영업부문 대표이사(2018) △HD현대·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2021) HD현대·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부회장(2023) HD현대·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수석부회장(2024. 11~현재)


◆대기업집단 9위→8위...정기선 경영참여 이후 실적 점프


정기선 수석부회장의 경영 성과는 어떨까. 


그는 2009년 회사를 떠났다가 2013년 재입사한 뒤 지난 2021년 HD현대 및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2년 만인 지난해 부회장, 1년만인 지난 14일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HD현대그룹의 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며 뚜렷한 실적 개선을 보여줬다.

[CEO탐구]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 AI·수소\  승부수...재계 톱5 탈환할까HD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약 33.2%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자료=글로벌 리서치 전문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  특히 조선 부문에서 성과가 두드러졌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223억2천만달러(약 31조원)를 수주해 조선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중 유일하게 수주목표를 달성했다. 78조5109억원의 3.5년간 일감을 확보하며 안정적인 실적 기반도 구축했다.


전력기기 부문도 성과를 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2019년 말 그룹 사상 첫 외부출신 대표인 조석 사장 부임 이후 저가수주 물량을 취소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2021년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CEO탐구]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 AI·수소\  승부수...재계 톱5 탈환할까HD현대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이런 실적 호조에 힘입어 HD현대의 재계 순위는 9위에서 8위로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HD현대의 자산 규모는 지난 2021년 75조3020억원, 2022년 80조6680억원, 지난해 84조7920억 원으로 성장했다. 2021년에 비해 자산 규모는 12.6%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년 연속 60조 원을 넘기며 61조3313억원을 기록했다. 취임 첫해와 비교해 38.9%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정유 부문과 건설기계 업황 악화로 2조316억원에 그쳤으나 역시 같은 기간 52% 증가했다.

[CEO탐구]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 AI·수소\  승부수...재계 톱5 탈환할까HD현대 최근 분기별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추이. [이미지= 더밸류뉴스]

올해 3분기 매출액은 16조5991억원, 영업이익 4315억원을 기록했다(K-IFRS 연결). 이는 전년동기대비 각각 21.0% 증가, 35.4% 감소한 수치다.


조선 및 전력기기 부문이 사업 호조세에 힘입어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갔으나, 글로벌 긴축으로 에너지 및 건설기계 부문 수요가 둔화된 탓이다. 업계 전문가는 "향후 조선 부문의 수익성 확대와 에너지 부문의 정제마진이 안정화되면 빠른 실적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에너지·건설기계의 3대 사업축 완성...과감한 '혁신과 확장'으로 신성장 도모


정기선 수석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혁신과 확장'으로 요약된다. 지난 2021년 8월 HD현대인프라코어(옛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마무리 짓고 건설기계 중간지주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옛 현대제뉴인)을 출범시켜 조선·에너지·건설기계의 3대 사업축을 완성했다. 


올해는 STX중공업을 HD현대마린엔진으로 재탄생시킨데 그치지 않고 지난 5월 선박 유지관리와 친환경 개조, 벙커링 등을 담당하는 HD현대마린솔루션을 상장시키며 해운·조선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그룹으로 확장했다. 이는 단순한 사업구조 재편을 넘어 오너경영체제로의 본격적인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EO탐구]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 AI·수소\  승부수...재계 톱5 탈환할까▲ HD현대 매출액 비중. [자료=전자공시]


조선해양 부문에서 정 수석부회장의 기술 혁신 드라이브가 돋보인다. LNG 운반선과 원유 운반선 등 친환경 고효율 선박에 주력하며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자율운항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그가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 사내벤처 1호 '아비커스'가 자율운항 기술을 이끌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런 정 수석부회장의 미래 기술 드라이브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223억2천만 달러 규모의 수주를 달성하며 조선3사 중 유일하게 수주목표를 달성했다.


건설기계와 전력기기 부문에서도 정 수석부회장의 혁신 리더십이 발휘되고 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건설기계 업계 최초로 'RE100'에 가입하는 등 친환경 경영을 선도하고 있으며,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무인자동화 기술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인도, 브라질 등 신흥시장 개척에 성공하며 글로벌 시장 둔화 속에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CEO탐구]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 AI·수소\  승부수...재계 톱5 탈환할까지난 6월 정기선(왼쪽 두번째) HD현대 사장이 현대베트남조선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HD현대] 정 수석부회장은 현장경영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격식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최근에는 한국국제건설기계전에 깜짝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는 등 수평적 리더십을 실천하고 있다. 



◆AI·수소로 미래 연다...정기선 부회장의 디지털 전환 시나리오 본격화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글로벌 시각과 전문성을 겸비한 차세대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MBA, 보스턴 컨설팅그룹을 거치며 글로벌 경영 역량을 다졌다. 이후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여러 계열사에서 현장 경험을 쌓으며 경영 능력을 강화해왔고, 2021년 말 HD현대 및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CEO탐구]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 AI·수소\  승부수...재계 톱5 탈환할까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사진=HD현대] 

그의 경영 전략은 명확하다. 기존 조선해양 사업의 글로벌 1위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건설기계와 에너지 부문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자율운항, 수소 등 미래 기술을 접목해 그룹 전체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의 리더십은 이미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7월 HD현대는 세계 선박 발주량 1위를 탈환했으며, HD현대일렉트릭은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건설기계 부문도 인도, 브라질 등 신흥시장 개척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다만 지분 승계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현재 정 수석부회장의 HD현대 지분은 5.94%로, 아버지 정몽준 이사장(26.6%)에 이어 2대 주주다. 정몽준 이사장의 HD현대 지분 가치가 상당한 규모인 만큼, 증여세 부담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정 수석부회장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친환경 선박과 자율운항 기술 등 미래 사업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으며, 신흥시장 개척을 통한 건설기계 부문의 실적 개선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한때 재계 1위였던 현대그룹의 DNA를 이어받은 정 수석부회장이 기술 혁신과 사업 다각화를 통해 재계 톱5에 진입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hyejipolicy@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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