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주 황기수 기자
2021년만 해도 네이버는 한국 주식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뜨거운 종목'이었다. 그해 7월 30일 네이버 주가는 46만원 5000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그렇지만 이후 네이버 주가는 끝없이 추락해 31일 현재 17만원 2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3년이 채 되지 않아 주가가 3분의 1토막 난 것이다. 시가총액 75조원의 코스피 3위에서 이제는 10위권 바깥으로 밀려났다(12위).
네이버의 존재감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이용자들 사이에 직관적으로 이해되고 있다. MZ세대가 아니어도 이제는 검색을 하려면 네이버 대신 유튜브를 찾는다. 그렇지만 네이버는 IT 스타트업에서 출발해 처음으로 대기업집단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혁신 DNA'를 쌓아온 것도 사실이다. 네이버웹툰의 해외 상장 추진, 리셀 플랫폼 크림(CREAM) 성과가 이를 보여준다. 네이버가 이같은 혁신 DNA로 향후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기업집단 23위, 2017년 첫 지정 7년만에 28단계↑
네이버는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23위를 기록했다. 전년과 순위가 동일하다. 그룹 매출액 10조 7610억원, 순이익 1조1980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9.01%,33.87% 증가했다(이하 K-IFRS 연결).
계열사는 네이버, 라인(일본. 이상 상장), 네이버 파이낸셜, 네이버웹툰, 크림 등 44개로 전년비 3개 감소했다.
이들 계열사 가운데 매출액이 가장 큰 곳은 네이버다. 지난해 기준 네이버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매출액을 살펴보면 네이버(9조6706억원)가 압도적 1위이고 이어 네이버파이낸셜(1조4765억원), 네이버 클라우드(1조 1970억원), 네이버 웹툰(7542억원) 순이다.
◆실적 양호하지만 본업(서치 플랫폼) 정체→주가↓
네이버는 존재감이 예전같지 않은 데다 주가가 바닥권이지만 실적을 보면 양호하다.
네이버는 올해 처음으로 매출액 10조원 돌파가 예상되고 있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티몬 위메프 사태의 반사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매출액 10조 6340억원, 영업이익 1조7910억원, 당기순이익 1조3760억원을 전망했다. 최근 5년(2018~2023) 매출액 연평균증가율(CAGR)은 두 자리수를 기록하고 있고(11.60%) 대기업집단 순위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네이버가 2017년 공정위 대기업집단 리스트에 처음 이름을 올릴 당시 51위였다. 이후 순위를 살펴보면 49위(2018~2019)→41위(2020)→27위(2021)→22위(2022)에 이어 지난해 23위를 기록했다. 2017년 첫 대기업집단 지정 7년만에 28단계 점프한 것이다. 지표만 놓고 보면 나쁠 게 없다.
그럼에도 네이버가 주식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본업의 미래가 불확실해진 것이 꼽힌다. 다시 말해 네이버 본업에 해당하는 검색 서비스(서치플랫폼)가 성장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 네이버의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서치플랫폼(37%), 커머스(네이버쇼핑, 크림 등) 27%, 컨텐츠(네이버웹툰, 스노우 등) 18%, 핀테크(네이버페이) 14%, 기타 4%이다. 여전히 서치플랫폼 비중 가장 높지만 2020년까지만해도 절반을 훌쩍 넘었던 것에 비하면 비중이 축소됐다. 서치플랫폼은은 지난해 사상 가장 낮은 0.4%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자리를 커머스, 콘텐츠, 핀테크가 채워주고 있다.
수익성이 나빠진 것도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 영업이익률은 15.4%로 수치상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2020년 이전까지만 해도 어지간하면 20%대를 넘었던 것과 비교해 네이버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리셀 플랫폼 '크림', 사진앱 '스노우' 등으로 신사업 진출... MZ세대에 인기
이같은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네이버 전략 1순위는 분사, M&A(인수합병) 등을 통한 신시장 진출이다.
대표적으로 리셀(resell) 플랫폼 크림(KREAM)으로 나이키, 아디다스 등 개인이 소유한 물품을 원하는 가격에 입찰하면 구매자가 입찰하는 C2C 모델로 국내 리셀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받았으며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2020년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의 스니커즈 거래 플램폼으로 시작했고 2021년 물적분할했다. 태국 리셀 플랫폼 사솜(Sasom) 말레이시아 리셀 커뮤니티 스니커라(SneakerLah)에 투자하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아직은 자본잠식 상태에 있고 최근 네이버파이낸셜로부터 단기차입금 250억원을 받았다.
사진앱 스노우(SNOW)는 네이버가 2015년 개발한 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16년 네이버에서 분사했다. 지난해 최태원 SK 회장이 눈길을 끈 에픽(EPIK) 앱의 ‘AI 이어북’도 스노우가 개발했다. 미국 졸업사진 풍으로 프로필 사진을 합성해주는 ‘AI이어북’은 한국은 물론이고, 특히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네이버웹툰은 ‘WEBTOON Entertainment’라는 종목명으로 연내 미국 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이버 웹툰의 기업가치는 약 5조원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네이버 웹툰의 연간 거래액은 1조8000억원에 달한다. 네이버는 이같은 신사업으로 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 50%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네이버는 AI(인공지능) 신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 큐(QUE)라는 AI검색 서비스를 내놓았는데 이용자가 대화형으로 답변을 얻는 방식으로 아직은 정확하지 않은 답변도 있지만 사용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해진 GIO, 네이버 지분 낮고 가족경영 없어
네이버가 IT 스타업에서 시작해 대기업집단에 등극하는 과정에서 '혁신 DNA'를 내재화했고 여전히 이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네이버는 2000년 무렵 닷컴붐 시기에 'IT 스타트업'으로 세상에 등장해 가장 먼저 대기업집단에 진입한 기록을 갖고 있다. 창업 당시 프리챌, 네띠앙, 라이코스 코리아보다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2002년 지식IN 서비스로 판도를 뒤엎고 네이버 카페와 블로그 성공으로 지금의 압도적 포털 1위로 성장했다. 당시 이를 주도했던 이해진 GIO(최고투자책임자)를 비롯한 임직원들도 여전히 네이버에 남아있다. 주식 투자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네이버에 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네이버그룹 동일인은 이해진 GIO이지만 네이버 지분이 낮은 한자리수(3.70%)이고 가족 경영(family business)을 하는 것도 아니어서 흔히 말하는 '재계 총수와는 차이가 있다.
삼성SDS에 근무하다 1999년 네이버컴을 창업했다. 부친은 이시용 전 삼성생명 대표이고 외아들 이승주는 가수(예명 로렌)로 활동하고 있다. 이해진 의장 인맥으로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 신중호 일본 라인 공동대표,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대표 등이 꼽힌다.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과 삼성SDS에 같이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