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실이 주최하고 DAXA(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와 한국조세법학회가 공동 주관한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종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겸 한국조세법학회장이 발제를 맡았고 구성권 명지전문대 세무회계과 교수, 김갑순 동국대 교수, 김경하 한양사이버대 재무회계과 교수, 김태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국회의원회관에서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석진 동국대 교수, 김태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김갑순 동국대 교수, 김병일 강남대 교수,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구성권 명지전문대학 세무회계과 교수, 김경하 한양사이버대학교 재무회계과 교수, 김재진 DAXA부회장). [사진=더밸류뉴스]
현장에서는 오는 2027년 1월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현행 ‘기타소득 일괄 과세’ 체계를 다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세 차례 과세가 유예되는 동안에도 양도와 대여에 따른 소득을 하나의 기타소득으로 묶는 기본 구조가 유지된 가운데 채굴·스테이킹·랜딩·예치·유동성 공급 등 거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현행 소득분류 체계가 경제적 실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 박종수 “양도·대여만으론 한계…거래유형별 소득 구분 필요”
발제에 나선 박종수 교수는 현행 가상자산 과세체계의 가장 큰 문제로 다양한 거래를 모두 ‘기타소득’이라는 하나의 틀에 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가상자산 거래유형별 소득 구분과 과세체계 재설계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현행 제도는 가상자산의 양도·대여로 발생한 소득을 분리과세 기타소득으로 분류한다. 연간 250만원을 공제한 뒤 20% 세율을 적용하며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실효세율은 22%다. 오는 2027년 1월 과세가 시작될 경우 최초 신고는 이듬해인 2028년 5월 이뤄진다. 과세 시행은 납세자 신고 지원과 이용자 보호체계 구축, 취득가액 산정 등 과세 인프라 정비를 이유로 세 차례 연기됐다.
문제는 제도를 처음 설계한 이후 가상자산 거래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는 데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매매·교환 외에도 채굴과 스테이킹, 랜딩, 예치, 유동성 공급, 에어드랍, 하드포크 등 다양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박 교수는 매매·교환은 양도로 볼 수 있지만 랜딩·예치는 이자와 유사한 성격이 있다며 스테이킹과 유동성 공급은 여러 거래가 결합된 복합구조인 만큼 모두 기타소득으로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스테이블코인과 대체불가능토큰(NFT), 토큰증권 등 새로운 자산의 등장도 기존 과세체계에 과제를 던지고 있다. 박 교수는 각 거래 유형별 경제적 실질에 따라 소득을 나눌 필요가 있다며 가상자산 관련 소득을 양도·이자·배당·사업·기타소득 등으로 구분하는 ‘가상자산투자소득세(가칭)’ 형태의 재설계를 제안했다. 그는 매매·교환은 양도소득, 사업적 채굴은 사업소득, 랜딩·예치는 이자소득 등으로 구분하고 복합거래는 구성요소별 성격을 따져 과세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주식은 소액주주 비과세인데 가상자산은 과세…형평성 논란
다른 금융투자상품과의 과세 형평성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현행 제도가 시행되면 국내 상장주식 소액주주의 양도차익은 원칙적으로 비과세되는 반면 가상자산은 투자 규모와 관계없이 연간 이익이 기본공제액 250만원을 넘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
박 교수는 국내 가상자산 보유자가 약 1077만명이고 이 가운데 71%가 50만원 이하의 소액 보유자라며 “경제적 기능이 유사한 투자자산들 간에 세부담의 차이가 현격하게 나타나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해외 가상자산 ETF를 거래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으로 과세되는 반면 동일한 기초자산을 직접 거래하면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는 점도 조세 중립성 측면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성권 명지전문대 세무회계과 교수가 가상자산의 거래 실질에 따른 소득 구분과 손실 이월공제 등 과세체계 개선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구성권 교수도 동일한 기초자산이라도 가상자산을 직접 거래할 때와 ETF를 통해 투자할 때 소득분류가 달라지는 것은 조세중립성 측면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특히 거래 명칭보다 경제적 기능을 기준으로 처분손익과 보상소득을 구분하고 손실 이월공제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총평균법 시행 앞두고…“개인이 모든 지갑 거래 합산할 수 있나”
실제 세금을 계산하고 신고하는 과정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오는 2027년 시행되는 제도에서는 가상자산 취득가액을 거주자별 ‘총평균법’으로 산정한다. 국내 거래소뿐 아니라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 등에 흩어진 동일 자산의 취득수량과 취득가액을 모두 합쳐 계산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경하 한양사이버대학교 재무회계과 교수가 가상자산 취득가액 총평균법의 실무 적용과 국내외 거래정보 확보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김경하 교수는 취득가액 계산 방식 자체보다 거래소와 개인지갑 사이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취득 시기와 가격, 취득원인에 관한 정보가 계속 이어질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과세 시행 이후 가상자산의 이동과 함께 취득가액 정보가 지속적으로 이전·축적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사업자 간 가상자산을 이전할 때 취득가액 정보를 함께 넘길 수 있는 표준서식 마련을 제안했다. 해외거래소에서 국내로 옮겨오는 경우에도 객관적인 거래자료를 등록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국내와 해외 거래 간 정보격차도 문제로 꼽았다. 오는 2027년부터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는 이용자의 거래자료를 국세청에 제출하지만 해외거래소와 개인지갑은 같은 수준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OECD의 암호화자산 보고체계(CARF)가 이를 보완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국가별 이행과 정보교환 개시 시점에 차이가 있어 해외거래 정보를 완전히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정보 비대칭이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세부담을 집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동일한 경제적 소득에 대해서 가능한 한 유사한 수준의 과세소득 포착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을 과세제도 설계의 중요한 목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거래 장소나 거래 방식에 관계없이 합리적으로 유사한 수준의 과세 포착 가능성과 집행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 기타소득 분류 '재검토'…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반영해야
토론에서는 현행 기타소득 분류 자체가 만들어진 배경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갑순 동국대학교 교수가 가상자산을 기타소득으로 일괄 분류한 배경과 회계·세무 간 정합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김갑순 교수는 지난 2020년 가상자산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한 배경에는 국제회계기준에서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본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분류에 대해 “가상자산이 무형자산의 요건을 적극적으로 충족해서가 아니라 현금자산도, 금융상품도, 재고자산도 아니기 때문에 남는 범주인 무형자산으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의 경제적 실질을 적극적으로 판단했다기보다 기존 회계기준 안에서 분류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후 회계분야에서는 가상자산을 하나로 묶지 않고 보유 목적과 거래구조 등에 따라 회계처리를 달리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현행 기타소득 일괄 분류 역시 이러한 과거 회계상 분류의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봤다. 그는 “현행 기타소득 일괄 분류는 경제적 실질에 대한 적극적 판단의 산물이 아니라 잠정적 회계 분류를 이어받은 결과”라며 거래별 경제적 통제권과 활성시장 여부 등 현재 회계분야에서 활용하는 판단기준을 세법에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소득 구분과 시가 판단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태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가상자산의 기타소득 분류 문제와 현행 과세체계의 개선 필요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김태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 2020년과 현재의 가상자산 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2020년 당시의 소득 분류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가상자산 ETF와 이용자보호법, 기본법 논의 등 제도권 편입이 진행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조사관은 가상자산 매매차익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양도소득에 적용되는 일부 조세회피 방지장치가 적용되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에게 자산을 증여한 뒤 처분하는 방식 등을 통한 조세회피 가능성을 시행 전에 점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이날 논의는 과세 여부보다 거래 유형별 소득분류와 형평성, 취득가액 산정, 국내외 거래정보 확보 등 세부 제도를 얼마나 정교하게 마련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세 차례 시행을 미룬 만큼 내년 1월 시행 전까지 과세체계의 빈틈을 얼마나 보완할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