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외국인의 8조원대 순매수와 반도체 대형주의 수직 반등에 힘입어 역대 최대 상승폭과 상승률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 삼성전기가 가격제한폭까지 올랐고 삼성전자도 26% 넘게 급등했다. 미국 빅테크 실적을 통해 인공지능(AI) 투자 지속성이 재확인된 데다 최근 증시 급락을 키웠던 레버리지 포지션의 청산 부담이 완화되면서 양대 시장에서는 개장 직후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서울시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더밸류뉴스]
◆ 코스피 1001.89포인트 급등…상승폭·상승률 모두 역대 최고
3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01.89포인트(17.91%) 오른 6595.4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74.98포인트(11.63%) 상승한 719.76으로 마감하며 4거래일 만에 상승 전환했다.
이날 코스피의 상승폭과 상승률은 모두 역대 최고 기록이다. 전 거래일 5500선까지 밀렸던 지수는 하루 만에 1000포인트 넘게 뛰며 6500선을 회복했다.
양대 시장은 갭 상승으로 출발한 직후 나란히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한국거래소는 오전 9시6분 유가증권시장에 매수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당시 코스피200 선물은 기준가격 867.60에서 997.50으로 14.97% 상승했고 프로그램매매 순매수 규모는 1조8958억원에 달했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사이드카 발동은 44번째로 매수 21회, 매도 23회다.
같은 시각 코스닥시장에서도 매수 사이드카가 작동했다. 코스닥150 선물은 전일 종가보다 9.33%, 코스닥150지수는 7.91% 상승하며 발동 기준을 충족했다. 올해 코스닥시장 사이드카 발동은 28번째로 매수 15회, 매도 13회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8조6355억원, 기관이 1조6774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은 급반등을 차익실현 기회로 활용하며 10조5017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503억원, 3043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5558억원을 순매도했다.
◆ SK하이닉스 등 3종목 상한가…삼성전자 26.81% 급등
반등의 중심에는 반도체 대형주가 있었다.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39만6000원 오른 171만800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거래량은 1034만7154주에 달했으며 장중 고가와 종가가 모두 상한가에 형성됐다.
SK스퀘어도 23만9000원 오른 103만8000원으로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했다. 삼성전기는 26만3000원 오른 114만2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상한가 대열에 합류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2~4위 종목이 동시에 상한가를 기록하는 이례적인 장세가 펼쳐졌다.
하나은행 딜링룸 화면. [이미지=더밸류뉴스]
삼성전자도 상한가에 근접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5만5500원(26.81%) 오른 26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초가는 25만7000원으로 형성됐으며 장중 26만7000원까지 올랐다. 거래량은 5788만3859주, 거래대금은 14조7691억원에 달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대규모 매수세가 반도체주 급등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3조5883억원, 삼성전자를 2조1030억원 순매수했다. SK스퀘어와 삼성전기에도 각각 3348억원, 2220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
기관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9318억원, 5447억원 순매수했다. 삼성전기에도 809억원의 기관 매수세가 들어왔다.
◆ 미국 반도체주 급등·AI 투자 우려 완화…“바닥 다지기 진입”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 투자심리가 급격히 회복된 점이 국내 증시 반등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시장 예상에 부합한 데 이어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AI 수익화에 대한 우려가 완화됐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8.19% 급등했다.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AMD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SK하이닉스 ADR도 17.52% 올랐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 전망 상향으로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누그러지면서 국내 반도체주에도 매수세가 집중됐다.
최근 국내 증시 급락을 키웠던 레버리지 포지션의 강제 청산이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인식과 과매도권 진입에 따른 저가 매수세도 반등에 힘을 보탰다. 반도체 외 업종에서도 AI 전력 수요 확대 기대에 LS ELECTRIC이 22% 넘게 올랐고 거래대금 급증에 힘입어 키움증권 등 증권주도 강세를 나타냈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전례없는 반등의 하루>에서 “미국 증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어닝 서프라이즈로 AI 투자심리가 급반전됐고 국내 증시도 AI 수익화 우려 완화와 디레버리징 해소 기대, 과매도권 인식 확산에 반도체 중심의 수직 반등을 나타냈다”라고 전했다.
다만 이날 역대 최대 폭등에도 코스피의 주간 수익률은 1%대 하락, 월간 수익률은 22%대 하락으로 집계됐다. 전 거래일까지 고점 대비 약 38% 급락했던 만큼 이번 반등이 추세 전환으로 이어질지는 외국인 수급과 반도체 실적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임 연구원은 “전일까지 고점 대비 약 38% 급락한 뒤 강한 아랫꼬리를 형성하며 저가 매수세 유입이 확인됐다”며 “수급 불안 요인이 걷히는 가운데 증시 상방 재료가 우위에 서며 바닥 다지기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다음 주에는 팔란티어와 AMD 등 주요 AI·반도체 기업의 실적 발표와 미국 7월 비농업 고용지표가 예정돼 있다. 시장은 역대 최대 폭등이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에 그칠지, 외국인 수급과 반도체 이익 전망 회복을 동반한 추세 전환으로 이어질지를 확인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