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을 앞두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임금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성과급 재원의 부문·사업부 배분 비율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노조 지도부가 제시한 ‘부문 70%, 사업부 30%’ 배분안에 대해 사내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성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중노위 핵심 쟁점 된 ‘7대3 배분안’…“성과급 성격 자체 달라진다”
삼성전자 성과급 배분 비율 갈등 요약 자료. [자료=더밸류뉴스 | AI 생성]1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개최된 중노위 협상에서 성과급 재원 배분 비율 문제가 최대의 쟁점이었다.
현재 노조 측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조성한 뒤 이를 ‘부문 70%, 사업부 30%’ 비율로 배분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DS부문 성과급 재원의 70%를 전체 사업부에 공통 배분하고, 나머지 30%만 사업부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다.
반면 회사 측은 부문 공통 재원 비중이 과도하게 커질 경우 적자 사업부 직원들도 흑자 사업부와 유사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 갈등의 핵심은 어떤 비율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성과급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현재 노조가 주장하는 '부문 70%, 사업부 30%'는 사업부 간 격차를 줄여 적자 사업부에 유리한 반면, 반대로 '부문 30%, 사업부 70%'의 비율로 정하면 실적을 낸 사업부에 보상이 집중되는 구조가 된다.
재계에서는 현재 노조측 '부문 70%, 사업부 30%' 구조는 사업부 간 성과 격차를 줄이는 대신, 적자 사업부인 시스템LSI와 파운드리(Foundry) 부서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흑자를 낸 메모리사업부와 공통조직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구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메모리가 돈 벌었는데 왜 같나”…성과주의·프리라이더 논란
금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업로드 된 삼성전자 성과급 관련 게시물 캡쳐. [이미지=블라인드 캡쳐]실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사내 게시판 등에서도 노조 지도부 요구안에 대한 반발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자신을 반도체연구소 소속이라고 밝힌 한 직원은 “실제 수익을 낸 곳이 메모리인 만큼 메모리가 더 많이 받는 것은 납득할 수 있다”면서 “적자를 지속하는 시스템LSI·Foundry가 메모리와 유사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정작 열심히 일한 사람들을 제대로 챙겨주려면 최소한 부문 30%, 사업부 70%는 돼야 한다”며 “노조 지도부가 부문 70%를 계속 고집한다면 메모리와 공통조직 직원들은 등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원은 “공통조직 업무 상당수가 메모리 관련 업무인데 적자 사업부와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는 구조가 합리적인지 의문”이라며 “성과를 낸 메모리사업부와 공통조직에 우선 보상이 이뤄진 뒤 남는 재원으로 적자 사업부를 지원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사내에서는 현실적 절충안으로 ‘부문 40%, 사업부 60%’ 또는 ‘부문 30%, 사업부 70%’ 수준이 거론되고 있다. 한 직원은 “적자 사업부는 향후 실적 개선을 통해 보상받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며 “흑자 사업부와 동일한 수준으로 보상받는 방식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 현실적 절충안 부상…“적자 사업부는 실적으로 증명해야”
재계 일각에서도 현재 노조안이 성과주의 체계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오랜 기간 유지해 온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기조와 달리, 공통 재원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성과급의 동기부여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시스템LSI와 Foundry 사업부가 올해도 적자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공통 재원 비중 확대가 결과적으로 프리라이더(무임승차)를 양산하고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등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재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미 현대차, 카카오 등 여러 대기업에서도 노사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오히려 ‘부문 30%, 사업부 70%’ 방식이 성과주의 원칙에 보다 부합하다고 주장했다. 적자를 기록한 사업부까지 과도한 성과급이 지급될 경우 ‘임직원 동기부여’라는 성과급의 본질적 기능이 사실상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 노동계·재계 “초기업 노조 취지 무색”…최승호 위원장 발언 논란
최승호 노조위원장의 텔레그램 메세지 발언이 노동계 및 사내에서 논란을 발생시켰다. [이미지=더밸류뉴스]한편 최승호 노조위원장이 전날 협상 이후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노조 분리를 고민해보자”, “DX는 솔직히 못 해먹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해당 발언은 블라인드 등 사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으며, 일부 직원들은 “DX부문 조합원들로부터 조합비를 받으면서도 사실상 배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노동계와 재계 일각에서도 삼성전자 노조가 DX부문보다 DS부문, 특히 적자 사업부 중심의 이해관계에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초기업노조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부문 간 칸막이를 더욱 견고히 하고 있다"며 "5만 명에 달하는 DX부문 직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DS부문 내에서도 적자 사업부 챙기기에만 몰두하는 행태는 노조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