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대표이사 장병호)이 올해 배당 지급을 유보하며, 단기 주주환원보다는 디지털 자산·온체인 거래 중심의 디지털 증권사 전환에 자본을 재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 실적 회복에도 불구하고 장기 밸류업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 볼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고심 끝에 주주 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
◆ 4년만에 1000억 순이익 재진입…배당 없지만 ‘성장 발판’ 마련
한화투자증권은 2025년 연결 기준 순이익 약 102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3배에 달하는 실적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이후 첫 1000억원이 넘는 실적 반등이어서, 올해는 배당 지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주들의 기대도 있었다.
한화투자증권 순이익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그러나 회사는 2022년 이후 무배당 기조를 이어왔다. 올해 정기주주총회 소집 공고에도 배당 관련 안건은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이는 '글로벌 디지털 금융 리더'라는 원대한 기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기적인 희생은 감수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 증권사 빈부격차, '디지털 자산'으로 극복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중소형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장이 제대로 공략하지 않은 시장을 노려야 하는데 디지털 자산이 바로 그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대형사가 전통 비즈니스 영역에 집중하는 동안, 빠르게 성장하는 웹3·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금융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 증권업계의 자기자본 비중. [자료=더밸류뉴스]
실제로 한화투자증권은 대형사에 비해 자본 규모는 작지만 디지털 자산 전문 증권사로의 전환을 중장기 목표로 제시하며 특화된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 단순한 ‘온라인·모바일 트레이딩 강화’에 그치지 않고, 블록체인 기반 온체인 거래·실물자산 토큰화(RWA) 등 새로운 금융 분야를 선제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온체인 거래: 발행·보관·거래가 모두 블록체인 상에서 처리되는 구조)
◆ 이미 재투자 실행 중…'실물자산 토큰화' 통한 성장 전략 제시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디지털자산 플랫폼 구축에 착수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온체인 거래를 지원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플랫폼 구축은 단순히 금융상품을 토큰화하는 수준이 아니라, 투자 환경 전반을 블록체인 기술로 전환하는 ‘온체인화’ 전략의 핵심 과제다.
장병호(가운데)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이 경영전략회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투자증권]
아울러 지난해 12월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는 ‘디지털 자산 전문 증권사’로 전환하겠다는 목표, 그리고 실물자산 토큰화를 필두로 한 '글로벌 No.1 RWA(Real World Asset) 허브'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전략적 파트너십 확보, 디지털 자산 생태계 조성, 해외법인과 연계한 상품 소싱을 위한 ‘디지털 실크로드’ 구상도 함께 제시하며 국내외 금융시장을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강조했다.
한화의 디지털 증권사 전환은 대형사와의 직접적인 자본·리테일 경쟁을 지양하고 디지털 자산·온체인 거래·RWA 토큰화 등으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MZ세대와 디지털 투자자 층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디지털 자산 플랫폼·온체인 거래 인프라·정책 인사이트 발간 등으로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성공한다면 중소형 증권사가 디지털 전환으로 ‘생존 전략’을 추월해 ‘성장 전략’으로 직행한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
◆ "배당 위한 배당을 경계하라"...버핏의 투자철학 적용
세계적 투자가인 워렌 버핏은 배당을 좋아하지만 회사가 “배당을 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배당을 주는 것을 경계한다. 만약 배당을 하느라 회사의 현금이 빠듯해지거나 좋은 M&A나 사업 확장 기회를 놓친다면 오히려 주주에게 손해라는 것이 그의 관점이다.
버핏은 이런 상황을 현금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의 원인 중 하나로 본다. 그가 생각하는 핵심은 ‘유보이익의 가치 창출’이다. “회사가 유보하는 1달러의 이익은 적어도 1달러 이상의 시장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워렌 버핏.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즉, 배당 대신 사내에 남겨 두는 1달러가 향후 투자·성장에 의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배당을 유보한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이는 단기 현금 배당보다 장기 성장·주주 가치 창출을 우선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현금배당 대신 확보한 자본을 차세대 성장 축에 재투자하는 것은 버핏이 말한 ‘유보이익이 1달러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원칙과 궤를 같이 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한화투자증권의 이번 배당 유보가 성공적 선택이 되려면 디지털 증권사 전환과 글로벌 RWA 허브 구축이라는 비전의 실현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