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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62.카카오, 국내 최초 재계 10위권 진입한 'IT 스타트업'

- 김범수 위원장, 자수성가형으로 가장 높은 순위(15위) '대기업집단 총수' 올라

- 정신아 카카오 대표, '김범수 인맥'이 아니며 카카오 첫 대표 취임. 향후 혁신 관심 ↑

  • 기사등록 2024-07-29 15: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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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편집자주]
[더밸류뉴스=이민주 박지수 기자]

한국의 대기업집단 총수를 상속형(inherited)과 자수성가형(self-made)으로 분류할 경우 자수성가형으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라있는 인물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나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아니다. 


주인공은 김범수(57)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다. 

 

김범수 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카카오는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일명 대기업집단) 15위를 기록했다. 1987년 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 발표가 시작된 이래 김 위원장만큼 높은 순위에 오른 자수성가형 총수는 없었다. 셀트리온(19위. 서정진), 미래에셋(22위. 박현주), 네이버(23위. 이해진), 하림(29위. 김홍국)을 앞섰다.


또, 카카오는 KT를 제외하면 공정위 대기업집단 리스트에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라있는 ICT(정보통신기술) 그룹이다. 그간 한국 경제를 주도해온 제조 기업의 시대가 저물고 첨단 ICT 시대가 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시그널이 카카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한국 재계에서 이같은 기념비적인 역사를 쓰고 있는 카카오그룹이 최근 김범수 위원장 구속을 비롯한 갖가지 도전을 받으면서 향후 어떤 길을 걷게 될 지 관심을 끌고 있다. 


◆대기업집단 15위, 자수성가형 ICT그룹으로 순위 가장 높아 


올해 초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순위에서 카카오는 15위로 전년과 동일했다. 매출액 11조 4420억원, 순손실 1조 6010억원으로 전년비 매출액은 8.14% 증가했고 순손익은 적자전환했다. 계열사는 카카오,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페이, SM엔터테인먼트(이상 상장사),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128개로 전년비 19개 감소했다.


[대기업집단 탐구] 62.카카오, 국내 최초 재계 10위권 진입한  \ IT 스타트업\ 카카오 지배구조와 현황. 2023. 12.  단위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카카오그룹이 그간 얼마나 가파르게 성장했는지는 카카오그룹의 대기업집단 순위를 살펴보면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그룹은 2016년 공정위 대기업집단에 65위로 처음 이름을 올렸고 이후 50위(2017년)→39위(2018~2019년)→23위(2020년)→18위(2021년)에 이어 2022년 15위에 등극했다. LS(16위), 두산(17위), DL(옛 대림산업. 18위) 같은 수십년 역사를 가진 대기업집단을 앞선 것이다. 


향후 성장도 기대되고 있다. 최근 5년(2018~2023) 카카오의 매출액 연평균증가율(CAGR)은 25.61%이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가 올해 매출액 8조4015억원, 영업이익 5800억원, 당기순이익 386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카오의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7조5570억원, 영업이익 4609억원, 당기순손실 1조8167억원이었다. 


[대기업집단 탐구] 62.카카오, 국내 최초 재계 10위권 진입한  \ IT 스타트업\ 최근 10년 카카오의 실적과 연혁. K-IFRS 연결. 단위 억원, %, [자료=카카오 사업보고서]

◆'PC→모바일 변화'에 베팅... '선점자의 이점' 강점 

 

지난해 카카오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을 살펴보면 카카오(7조5570억원)가 압도적 1위이고 이어 카카오뱅크 2조4940억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1조8735억원, 카카오게임즈 1조251억원, SM엔터테인먼트 9611억원, 카카오페이 6154억원, 카카오모빌리티 6018억원 순이다.


이 가운데 매출액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카카오의 성공 스토리를 살펴보면 신기술이 얼마나 세상을 요동치게 하고 있는지, '선점자의 이점(first-mover advantage)'이 기업 성패에 얼마나 결정적인 지를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의 전신은 2006년 12월 설립된 아이위랩으로 직원 10명 가량의 스타트업이었다. 아이위랩은 창업 이후 4년 가까이 글자 그대로 '돈만 까먹었다'. 김범수 위원장은 이런 저런 아이템들을 시도했지만 성과가 없었고 존폐를 고민했다. 이같은 앞이 보이지 않는 과정에서 내놓은 것이 2010년 3월 선보인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었다. 카카오톡은 출시 하루만에 앱 시장 1위에 오르며 가입자 3만명을 모았고 김 위원장은 이것이 될 것 같다는 직감으로 밀어 부쳤는데 지금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카카오톡은 2011년 4월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했고 2012년에는 5000만명을 넘었다. 한국 국민 모두가 사용하는 서비스로 점프한 것이다. 2019년 ‘카카오 게임하기’로 수익모델에 나섰고 이어 친구에게 선물하기, 플러스친구, 이모티콘, 카카오스토리, 카카오게임, 카카오프렌즈, 카카오페이지 등을 내놓으며 우량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중국 샤오미 창업주 레이쥔이 언급한 "태풍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는 격언을 보여준다


[대기업집단 탐구] 62.카카오, 국내 최초 재계 10위권 진입한  \ IT 스타트업\ 카카오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 2023 K-IFRS 연결.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김범수 위원장 구속되며 카카오 미래 불투명해져

 

카카오의 이같은 빛나는 성과에 김범수 위원장이 결정적으로 기여했음을 의심하는 이는 거의 없다. PC에서 모바일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고, 이를 사업으로 연결시켰으며, 장기간의 어마어마한 적자를 버텨낸 것은 김 위원장이 아니고서는 해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해 주식시장에 진입하고, 또 하나의 '빅 아이템'에 해당하는 카카오뱅크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키고(2022. 7) 인터넷뱅크 1위로 점프시킨 것은 김범수 위원장의 경영 능력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김 위원장의 이같은 성과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말을 맺을 것인지는 이제부터라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되면서 카카오그룹의 미래가 시계 제로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김범수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SM엔터 인수과정에서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12만원보다 높일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카카오그룹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김범수 의장에게 벌금형 이상이 확정될 경우 카카오그룹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카카오페이증권을 비롯한 금융계열사의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그룹 사세는 위축되고 대기업집단 순위도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신규 금융업 진출도 어렵게 된다. 


한국 정치의 민주화가 진행된 2000년대 이후 재계에서 퇴출된 대기업집단을 살펴보면 정권에 밉보였다는 등의 외부 요인이 아니라 경영자의 잘못된 의사 결정(decision making)이 결정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대우건설의 무리한 인수로 그룹이 사실상 해체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기업집단 탐구] 62.카카오, 국내 최초 재계 10위권 진입한  \ IT 스타트업\ 30대 대기업집단 변천사.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카카오는 최근 경영 혁신과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카카오는 최근 그룹 내 컨트롤 타워 조직인 ‘CA협의체’ 새롭게 구성했다. ‘CA협의체’는 카카오,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뱅크 등 13개 주력 계열사가 참여하며 그룹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의사결정을 융합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김범수 인맥' 아닌 첫 카카오 CEO 

 

카카오 혁신의 일환으로 김범수 위원장 인맥도 교체되고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는 이른바 '김범수 인맥'과 무관한 첫 CEO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신아 대표는 미국 미시간대 MBA(경영학석사)를 졸업했고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를 거쳐 올해 3월 카카오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그간 김범수 인맥으로 분류되던 남궁훈·임지훈·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등은 정리되고 있다. 그 자리를 정윤종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한상우 카카오게임즈 대표 등이 채우고 있다. 


지금의 사태가 문제없이 마무리된다면 카카오그룹은 한국 재계 역사의 새 장을 다시 한번 열어 젖힐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성립된다.


[대기업집단 탐구] 62.카카오, 국내 최초 재계 10위권 진입한  \ IT 스타트업\ 김범수 카카오 위원장 인맥지도. 2024. 7. [이미지=더밸류뉴스]

카카오그룹의 지배구조는 김범수→카카오(13.4%)→에스엠엔터(22.8%)·카카오게임즈(40.6%)·카카오인베스트먼트(100%)·카카오모빌리티(57.3%) · 카카오엔터테인먼트(30.5%)로 이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부인 형미선씨와의 사이에 장남 김상빈, 장녀 김예빈을 두고 있다.  


parkjisu09@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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