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한국신용평가(대표이사 이재홍, 이하 한신평)가 제시한 2026년 금융업계 일기예보는 '맑음'도 '폭우'도 아니었다. 증권, 손해보험, 캐피탈 등 일부 업권은 금리 환경과 제도 변화 속에서 체력을 회복하며 구름 사이 햇살을 기대할 수 있지만 저축은행, 부동산신탁 등은 부실 정리와 수익성 회복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업권별로 회복 속도와 리스크 노출 정도가 엇갈리면서 2026년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흐린 하늘 아래 간헐적인 햇빛이 비치는 '부분 흐림'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평가다.
한신평은 2026년을 앞두고 증권, 저축은행, 부동산신탁, 생명보험, 손해보험, 캐피탈 6개 금융업권의 산업 및 신용 전망을 점검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 증권, 자본시장 훈풍 속 선별적 수혜...대형사 쏠림은 더 강해진다
한국신용평가 2026년 핵심 이슈 요약(KEY ISSUE SUMMARY) : 증권. [자료제공=한국신용평가원]
윤소정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2026년 증권업이 자본시장 훈풍을 타고 선별적 회복 국면에 들어서겠지만 자본력과 사업 영역을 앞세운 대형사 중심의 쏠림 구조는 한층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거래대금과 신용공여금 증가 등 투자중개 부문 환경이 우호적이고 자산관리 부문도 상품 경쟁력과 정책·세제 요인으로 완만한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IB는 정책적 역할 강화와 대형화 촉진, 기업금융 비중 확대 등으로 수익구조가 바뀌면서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금리 하방 경직이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시장 유동성과 투자심리가 유지되면 거래는 양호하겠지만 금리 변동성이 커질 경우 채권 트레이딩 손익 변동성 확대가 부담 요인으로 제시했다.
증권 산업의 핵심은 양극화이다.
IMA·발행어음 사업자 증가로 자본시장 내 대형사 역할이 강화되며 집중화가 심화될 수 있고 중소형사는 시장 위축과 이익체력 한계로 수익기반 회복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진단을 제시했다.
규제 측면에서는 NCR·유동성 관리 규제 개편이 단기적으로 영업을 둔화시킬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밸류업 프로그램, 상법 개정 효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증시 부양책이 투자심리에 긍정적일 수 있는 반면, IMA·발행어음·모험자본 공급자 역할 확대는 경쟁력 제고와 동시에 리스크 확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 저축은행, 바닥다지기 이후 제한적 회복…연체율 개선 폭은 크지 않다
한국신용평가 2026년 핵심 이슈 요약(KEY ISSUE SUMMARY) : 저축은행. [자료제공=한국신용평가원]
곽수연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2026년 저축은행업이 부실 정리와 비용 부담 완화로 바닥을 다진 이후 제한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서겠지만 가계신용대출과 부동산PF 부담이 이어지며 연체율 개선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화된 대출 규제로 가계신용대출 공급이 축소되고 부동산PF도 정리·재구조화가 이어지며 자산 감소가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체율은 PF 건전성 관리 지속과 부실채권 매각 확대 영향으로 전체적으로는 소폭 개선이 예상되지만 가계신용대출 부문 연체율 상승 부담이 남아 개선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용 부담이 내려가 대손비용률이 낮아지며 흑자 기조는 정착될 가능성이 있으나, NIM(순이자마진)이 소폭 하락해 수익성 회복은 제한적인 이유 때문이다.
연체율이 비교적 빨리 하락한 배경도 업황 반등보다는 적극적인 부실채권 매각 노력의 결과라고 해석했다. 2026년에도 PF 건전성 관리 기조가 이어지며 전체 연체율은 개선되더라도 가계신용대출 연체율 상승 부담으로 폭은 크지 않을 것이고 분석했다.
부동산PF는 2026년에도 경공매, 정상화펀드 등을 통한 정리·재구조화가 이어지며 양적 부담이 줄고 일부 지표 개선이 가능하지만 부동산 경기 양극화로 지방 PF 정리 지연, 비수도권·비주거 본PF 추가 부실 가능성, 장기 브릿지론 정리 지연 등이 부담으로 지목했다. 또 가계신용대출은 공급 제한으로 전체 잔액이 줄더라도 연체율이 소폭 상승 전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부동산신탁, 책임준공 늪에 빠진 수익성…회복까진 ‘가시밭길’
한국신용평가 2026년 핵심 이슈 요약(KEY ISSUE SUMMARY) : 부동산신탁. [자료제공=한국신용평가원] 오지민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지방 분양 경기 침체와 수주 위축으로 수익 기반이 약화되며, 재무건전성 회복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진단했다.
현재 부동산신탁업계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방 분양 시장의 부진이 장기화되며 투입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신탁계정대 회수 지연’ 문제가 심화됐다. 이는 부채비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핵심 수익원인 토지신탁보수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도입으로 책임준공형 신탁의 보장 범위가 '실제 손해액'으로 축소된 점은 신규 수주 회복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가장 큰 재무적 부담은 책임준공형 개발신탁에서 발생한 대규모 대손 인식이다. 최근 신탁사들이 기록한 적자의 주된 원인은 책임준공 기한 도래가 집중된 사업장에서 PF 원리금 손실을 대거 인식했기 때문이다.
특히 책임준공 미이행과 관련 1심 패소 사례가 누적되며 신용도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올해는 과거 대비 대손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이나, 여전히 남아있는 우발부채와 사업 지연 가능성은 재무건전성 회복을 늦추는 변동성 요인으로 지목된다.
◆ 생명보험, 자본관리 부담 덜었지만 ‘예실차’에 갈리는 희비
한국신용평가 2026년 핵심 이슈 요약(KEY ISSUE SUMMARY) : 생명보험. [자료제공=한국신용평가원] 이재우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보장성 보험 중심의 양호한 영업 성장세가 예상되지만, 리스크 관리 능력에 따라 업체별 실적 차별화가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생명보험업계는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 핵심 이익원인 보장성 보험 위주의 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장기 금리 상승세로 보험부채 규모가 줄어들며 자본비율 관리 부담을 덜게 된 덕분이다. 또 당국이 보험부채 최종관찰만기 확대 일정을 2035년까지로 늦추며 규제 속도를 조절한 점도 업계에는 숨통을 틔워주었다.
다만 보험사 간 실적 격차는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 확보를 위한 출혈 경쟁이 심화되며 수익성은 오히려 저하되는 떨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특히 실제 보험금 지급액과 예상치의 차이인 ‘예실차’ 손실이 커지고 있어, 이를 얼마나 정교하게 관리하느냐가 성패를 가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향후 도입될 기본자본 킥스(K-ICS) 비율 및 듀레이션갭 규제에 대응하려면 이익창출력을 바탕으로 자본의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 손해보험, 제도 변화 대응 전략에 ‘수익성 방어’ 시험대
한국신용평가 2026년 핵심 이슈 요약(KEY ISSUE SUMMARY) : 손해보험. [자료제공=한국신용평가원]
김예은 한신평 애널리스트는 장기 보장성 보험 위주의 성장세는 견조하나, 제도 변화와 규제 강화에 대응하는 차별화된 자본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해보험업계는 제도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에 따라 수익성과 자본적정성이 차별화될 전망이다. 장기 보장성 보험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내수 부진과 자동차 등록대수 증가율 저하로 자동차·일반 보험 시장은 비우호적인 상황이다.
생명보험과 마찬가지로 할인율 규제 완화와 금리 하방 경직 기조는 킥스 비율 관리에 긍정적이지만, 내부적인 수익성 관리는 더욱 까다로워졌다. 수익성 면에서 CSM 기반 보험 수익은 유지되고 있으나, 제도 변경과 경쟁 심화로 인한 예실차 발생이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법인보험대리점(GA) 시장 내 가격 경쟁으로 손해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보험료 인상 및 손해율 관리를 통한 수익성 방어가 절실한 시점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기준에 맞는 자본 규제가 도입되는 만큼, 금리 리스크를 완화하고 자본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자산·부채 종합관리(ALM)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 캐피탈, 성장 둔화 속 수익성 유지…PF·가계 건전성 관리가 재도약 관건
한국신용평가 2026년 핵심 이슈 요약(KEY ISSUE SUMMARY) : 캐피탈. [자료제공=한국신용평가원] 전세완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2026년 캐피탈업이 자산 성장 둔화 국면에서도 수익성은 대체로 유지되겠지만 부동산PF와 가계·개인사업자 건전성 관리 성과가 향후 재도약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업권 전반의 자금조달 여건은 대체로 안정적일 것으로 보면서도, 최근 시중금리 변동성 확대에 따라 여전채 수요 감소와 발행금리 상승 가능성이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 PF 구조조정은 완만하게 진행되지만 성장동력 확보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며 전반적으로 2025년 수준의 자산 성장세와 수익성을 유지할 전망이며 대규모 대손 인식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지속적인 건전성 리스크 관리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6년 핵심 이슈로는 금리 하방 경직, 자본배분 효율화, 내수 부진과 부동산 경기 양극화, 정책·규제가 제시됐다. 고금리 차입부채가 잔존해 조달비용률의 하향 안정화 효과는 이어질 수 있으나 금리 상승 시 개선 효과가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는 점이 리스크로 제시했다.
금융지주 계열을 중심으로 주주 요구수익률과 포트폴리오 위험 관리의 균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사업전략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고 배당 강화나 조건부·선별적 자본확충 기조가 확대될 경우 자본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을 제시했다. 건전성 측면에서는 비주거·지방 부동산 침체로 회복이 지연되고 차주 상환능력 저하로 개인·개인사업자 부문 연체율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어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커진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