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대표이사가 한컴의 주력 비즈니스를 토종 오피스 SW에서 AI(인공지능)·클라우드를 비롯한 '빅테크(Big tech)'로 업그레이드해 향후 한컴이 어떤 길을 걷게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컴 주가는 최근 1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는...
△1983년생(41) △미국 보스턴대 경영학과·벱슨칼리지 경영학석사(MBA) △위지트(2006) △소프트포럼 투자기획팀장(2010) △한글과컴퓨터 이사(2012)·해외사업총괄(2016)·전략기획실장(2018) △다토즈 대표이사(2020)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2021.8~현재)
◆1Q 매출 전년동기比 30.62%↑…클라우드·웹 제품 '쌍두마차'
한컴은 올해 1분기 매출액 546억원, 영업이익 63억원을 기록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은 30.6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61.90% 급증했다(이하 K-IFRS 연결).
이번 호실적은 클라우드 및 웹 기반 제품군의 매출 증가가 견인했다. 지난해 1분기 한컴의 클라우드·웹 기반 제품군은 매출액의 8% 비중을 차지했는데, 올해는 19% 증가했다. '한컴오피스 2024' 출시 효과에 따른 온프레미스 제품 성장에 더해 B2G(기업-정부·공공기관 간 전자상거래), B2B(기업체 간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제품의 고성장이 기여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한컴은 '한컴독스', '웹기안기' 등과 같은 클라우드와 웹기반 제품 확장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매각 절차에 들어간 종속회사 '한컴라이프케어'도 한컴 실적개선에 기여했다. 올해 1분기 한컴라이프케어는 매출액 136억원, 영업손실 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은 58.2%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75.5% 감소해 적자폭을 줄였다. 한컴라이프케어는 호흡보호장비(공기호흡기), 구조장비, 구급장비를 비롯한 소방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주력 사업을 AI·클라우드로 재편... 부진한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
한글과컴퓨터는 1990년 10월 설립됐고 문서작성 프로그램 '아래아한글'로 이름을 알린 토종 SW 기업이지만 그간 오너가 프라임그룸, 삼보컨소시엄 등으로 9번 바뀌었다. 그러다가 김상철 소프트포럼 회장(현 한컴그룹 회장)이 2010년 한컴을 인수하면서 경영권이 안정됐다. 김연수 대표는 김상철 회장 장녀로 2021년 8월 한글과컴퓨터 대표 취임 이후 대형 M&A(인수합병)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을 진행하며 미래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한컴을 글로벌 빅테크로 점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무엇보다도 김 대표는 한컴의 주력 생산품을 기존의 오피스SW에서 클라우드 SaaS 및 AI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최근 PDF문서에서 AI데이터를 추출하는'한컴데이터로더'를 내놓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또, 질의응답 AI솔루션인 한컴피디아, AI자동문서 작성 기능을 추가한 문서 편집 서비스 '한컴독스 AI', AI활용 지능형 문서작성 도구인 한컴 '어시스턴트'를 하반기 내놓을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수익이 저조하거나 미래가 불확실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있다. 지난 2022년 한컴MDS를 포함해 한컴로보틱스, 한컴모빌리티, 한컴인텔리전스 등 11개 계열사를 매각 혹은 청산했다. 2022년 한컴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2420억원, 영업이익 250억원으로 전년비 매출은 그대로였지만 영업이익이 36.87% 감소했다. 이는 앞서 언급한 계열사 정리와 사업 구조 개편으로 인한 손상처리 때문이다.
김 대표는 계열사 매각 혹은 청산 과정에서 확보한 자금을 신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1월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 포티투마루(대표이사 김동환)의 시리즈B 투자에 참여했다. 포티투마루는 딥러닝 기술에 기반을 둔 시맨틱 QA(질의응답) 플랫폼을 통해 삼성전자, KT, 농협은행 등 80여 개 고객사에 AI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컴은 이번 투자를 통해 AI 기술력을 강화해 B2G에서 B2B까지 다양한 시장영역과 고객들을 대상으로 AI 서비스를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한컴은 2023년 클라우드 사업에서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며 매출액 2711억원, 영업이익 342억원을 기록해 반등했다. 전년대비 각각 12.02%, 36.80% 증가한 수치다. 올해 1월에는 전자문서 스타트업 클립소프트를 인수했다.
올해 1분기에 클라우드 기반 구독형 서비스 ‘한컴독스’ ‘웹기안기’ 등 SaaS와 웹 기반 제품 수요가 확대돼 전체 매출액 중 클라우드 제품군 비중이 10%를 돌파했다. 김 대표 주도의 '한컴 사업 포트폴리오 다이어트'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성과가 반영돼 한컴 주가는 최근 1년 사이에 2배 가까이 급등했다. 29일 현재 주가는 2만5950원으로 지난해 이맘 때는 1만 3000원대에 거래됐다.
◆국밥·찌개 즐기는 '워킹맘 CEO'... '5년내 글로벌 빅테크' 목표
김연수 대표는 국내 및 글로벌 AI 사업 확대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올 상반기에 AI 기반 질의응답 솔루션 '한컴피디아'의 정식 출시가 예정돼 있고, 올해 중으로 '한컴독스 AI'와 '한컴 어시스턴트' 출시도 계획돼 있다.
M&A와 투자가 진행되면서 한글과컴퓨터는 그룹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한컴그룹은 한컴위드, 한글과컴퓨터, 한컴라이프케어(이상 상장사), 한컴금거래소, 한컴피플 등 계열사 37개를 갖고 있다.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김상철 회장→한컴위드→한글과 컴퓨터의 구조를 갖고 있다. 김연수 대표는 한컴위드 2대주주(9.07%)이고 한글과컴퓨터 지분 1.57%를 보유하고 있다. 또, 자신의 개인 회사 다토즈 파트너스→HCIH를 통해 한글과컴퓨터 지분(10.3%)을 확보했다. 한글과컴퓨터의 사실상 2대 주주인 셈이다.
김연수 대표는 해외 유학파이면서도 돼지갈비, 국밥, 찌개 같은 소박한 한국 음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를 두고 있는 워킹맘으로 자녀 교육과 회사 경영으로 시간을 분초 단위로 쪼개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에는 치밀하지만 사석에서 임직원들에게 다정다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철 회장은 2000년 닷컴붐 시기에 주목받았던 '벤처 1세대'로 지금도 워크홀릭으로 야근을 빈번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멍난 셔츠를 입고 출근하는 등 외모에 무관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김정실 이사는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경기 남양주에서 악기박물관 운영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