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편의점 '빅2'로 꼽히는 GS리테일(브랜드명 GS25)과 BGF리테일(CU)을 비롯한 편의점 기업들이 전국 점포(매장) 4900곳을 대상으로 재계약에 들어가면서 편의점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인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4900곳 재계약... GS25·CU 집중
9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올해 가맹 계약이 종료되는 편의점은 약 4900곳이며 이 가운데 대부분이 편의점 1, 2위로 꼽히는 GS리테일과 BGF리테일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편의점은 약 5만개이며 이 가운데 CU(1만 4923개)가 GS리테일(1만4688개)을 200여개 차이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그렇지만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면 GS리테일(GS25)이 BGF리테일(CU)을 앞서고 있다. 두 회사의 지난해 추정 매출액을 살펴보면 각각 9조6395억원, 6조7429억원이다.
올해 재계약 점포 4900여곳은 편의점 업계에서 근거리 출점 규제 이전 공격적으로 가맹 계약을 확장한 2017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이번 가맹 재계약의 결과에 따라 편의점 업계 판도에 지각변동이 올 수도 있다. 편의점 업계에서 '매장 숫자'는 매출액이자 브랜드 파워이자 마케팅 파워이다. 다시 말해 점포수가 많을수록 입간판 마케팅, 퀵 커머스 시너지 효과가 커진다.
지난 2018년 편의점 업계가 근접 출점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지로 한 자율규약으로 신규 점포 출점이 까다로워진 만큼 가맹 재계약 여부가 더욱 중요해졌다. 기존 점포의 전환 출점은 자율규약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GS25, 점포 지원금 1800억 편성... 점주 지원나서
GS리테일은 올해 점포 지원금을 전년비 20% 늘린 18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점포 지원금의 수혜자는 당연히 점주다. GS리테일은 지난해 12월 2일 업계에서 가장 먼저 '2022년 가맹점 상생 지원안'을 발표하고 코로나19 등의 불확실성에 따른 ‘일상 회복 상생지원금’으로 전국 모든 점포에 20만원씩을 일괄 지급했다. 이밖에 사기 보상 피해 보험, 프레시푸드(FF) 판촉 지원, 뉴콘셉 점포 투자 강화 등을 약속했다. 10년 이상 장기 운영 경영주에게는 건강 검진 지원, 가맹 재계약 지원 등 혜택이 제공된다.
올해 재계약을 앞둔 GS리테일의 점포는 약 1700개로 추정된다. GS리테일은 이번 FA(Free Agent) 점포 재계약 성패에 따라 업계 1위로 확실히 올라설 수도, 2위로 밀려날 수도 있다. 점포 수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기 때문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점포당 일평균 매출 등 수익성 지표에서 GS25가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점주분들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홈쇼핑 합병·요기요 인수 공격 경영
GS리테일은 공격적인 투자에 따른 ‘성장 가능성’이 강점이다. GS리테일은 지난 7월 GS홈쇼핑과 통합해 연 매출액 10조원대의 대형 유통사로 발돋움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이라는 서로 다른 결을 합쳐 시너지를 낸다는 목표다. 이어 지난 10월에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배달 플랫폼 2위 ‘요기요’를 인수했다. 이 뿐만 아니라 지난 8월 반려동물 쇼핑몰 ‘어바웃펫’에 투자를 확대하는 등 반려동물 토탈 플랫폼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지난해 12월에는 베트남에 가맹 1호점을 오픈하고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GS25 맛있성(Castle)’을 오픈하는 등 사업다각화를 진행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홈쇼핑과 합병 후 2025년 매출액 25조라는 목표를 향해 한단계 한단계 나아가고 있다”며 “요기요와의 시너지 및 온오프라인 시너지 등 투자에 대한 성과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언급했다.
GS25는 지난해 1~3분기 매출액 5조3891억원, 영업이익 182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비 매출액은 2.7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90% 하락했다. 올해 GS25가 갖고 있는 리스크도 있다. 지난해 5월 GS25의 홍보 포스터의 남혐 논란이 붉어진 것이다. GS리테일의 한 디자이너가 제작한 포스터의 손 모양이 남성을 비하하는 그림과 유사하는 지적이 제기됐다. 논란은 소비자들의 GS25 불매운동까지 이어졌고 2분기 GS리테일의 영업이익은 전년비 약 27% 감소했다.
이에 GS리테일측은 해당 디자이너를 징계하고 마케팅팀장을 타 부서로 발령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경기도 평택에서 GS25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점포를 운영하는 점주들은 이러한 논란과 전혀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해당 브랜드의 편의점을 운영한다는 이유로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며 “가맹본사의 이슈를 가맹점주들이 책임지는 상황이 바람직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CU, "발주 지원 확대해 점포 수익성↑"
점포 수 1위인 BGF리테일의 편의점 CU 역시 발주 지원을 확대하고 신상품 도입 지원금 등을 신설해 점포의 수익성을 제고하는 상생안을 발표했다.
점포 수 2위인 GS25와의 격차가 좁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CU는 기존 도시락 등 간편식품에만 국한됐던 폐기 대상 품목이 반찬∙디저트∙냉장안주 등 41개 카테고리로 확대됐다. 또 적극적인 신상품 도입을 장려하고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해 점포의 신상품 도입률을 기준으로 등급에 따라 지원금을 지급한다. 또 청결∙서비스∙상품 운영 등 매장 운영 진단 결과에 따라 연2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가맹점 화재보험 가입 △기능성 부품 무료 교체 △점포 간판 및 조명 교체 지원 등의 방안들이 부가됐다. 올해 재계약을 앞둔 CU 편의점은 약 1600곳으로 알려졌다.
◆곰표밀맥주 마케팅 성과, MZ세대 관심↑ 성공
BGF리테일은 이색 마케팅으로 MZ세대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수제맥주 곰표 밀맥주가 소위 ‘대박’을 치면서 CU 방문객이 대폭 늘었다. 곰표 밀맥주는 지난 4월 CU 전체 맥주 매출 1위에 등극했고 폭발적인 판매량에 제품이 부족해 발주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나타났다. 후속으로 출시된 백양BYC 비엔나라거 역시 초도 물량 40만개가 모두 소진됐다.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도 적절하게 대응했다.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물성 참치를 이용한 채식주의 참치마요 김밥 등을 선보이면서 지난 12월 1일부터 8일까지 일주일 간 포켓CU(CU어플리케이션)에서 예약구매 판매량 1, 2위를 모두 ‘채식주의’ 제품이 차지했다. 올해 편의점사업부의 실적도 개선됐다. CU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5조253억원, 영업이익 1469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8.86%, 13.87% 증가했다.
편의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GS리테일은 공격 경영을 하고 있고, BGF리테일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보였다”며 “점주 성향에 따라 점포 재계약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