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밸류뉴스=조영진 기자]

현대제철(004020)이 수소 시장 선점에 나섰다. 대규모 투자를 계획 중이고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수소 충전 가격도 인하할 전망이다. 하지만 수소차 시장이 활성화될 때까지 적자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투자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00억 추가 투자·수소 가격 20%↓...먼 미래 본다

12일 현대제철이 5개 기업과 ‘수소차용 수소 유통산업 발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현대제철(수소생산) △현대글로비스(086280)(수소운송) △하이넷(충전소 공급) △SPG(058610)(수소유통자문) △한국가스공사(036460)(유통전담기관) △현대차(005380)(수소상용차 개발) 순으로 유통이 이뤄질 전망이다.

충남 당진제철소 수소출하센터. [사진=더밸류뉴스(현대제철 제공)]

이날 현대제철은 수소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비전을 발표했다. 수소 생산 및 유통시설을 확대하고 주요 사업장에 수소전기차를 도입하며, 친환경 연료전지발전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향후 수소전기차 시장 확대에 대비해 최대 2500억원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현대제철의 발표가 한 계열사의 단독 행보가 아닌, 현대 그룹의 조직적 움직임이란 점도 주목할 만하다. 수소 운송을 맡은 현대글로비스가 현재 ‘수소 공급망 관리 최적화 플랫폼’을 자체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유통 과정의 효율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이 경우 물류비용 절감이 가능해져, 수소 충전 비용이 현재 대비 약 20% 감소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올해 투자현금 1조원 예상...시가총액 약 30% 규모

문제는 투자금 회수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현대제철의 올해 투자현금은 1조5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지난 2분기만 해도 4848억원의 투자현금을 기록했다. 13일 현대제철의 시가총액이 3조6564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 투자금 규모는 시총의 27.3%에 육박하는 수치다.

수소차 시장이 활성화되면 현대제철은 빠른 시일 내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날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소 생산능력이 현재의 10배로 확장하게 되면 현대제철은 수소연료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에 더해 수소차 생산대수가 20만대 이상이 되면 연 매출은 4000억원 수준일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수소차 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하기엔 오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9월 15일 현대차는 수소차의 연간 생산목표를 올해 1만대 수준에서 △2022년 4만대 △2025년 13만대 △2030년 50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방 연구원이 제시한 기대 매출액을 충족시키기엔 먼 미래를 기대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된 분위기다.

7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자동차 등록 현황은 2410만대로, 현대차가 제시한 수소차 생산 계획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 기조에 따라 수소차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으나, 기존 자동차시장의 해자를 무너뜨리기 위해선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현대제철의 통 큰 투자가 단기간에 빛을 발하긴 힘들 것이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바, 투자자들에게 장기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해보인다.

 현대제철 최근 실적. [이미지=더밸류뉴스]

현대제철의 3분기 당기순손실은 전분기비 40.0% 증가한 178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당기순이익 부문 역시 전년비 적자전환해 1258억원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75.6%에 이르던 현대제철의 배당성향이 올해 -84.4%일 것으로 증권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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