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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자회사 3곳 출범에도 노조 점거 계속…생산 차질

- 통제센터 점거로 직원들 재택근무

- 철강업 호황에 제철소 생산 차질 우려

  • 기사등록 2021-09-02 17: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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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문성준 기자]

현대제철(대표이사 안동일)이 고용노동부의 시정 명령에 따라 자회사 3곳을 설립해 정규직 고용을 밝혔음에도 일부 노조의 집회 및 파업이 이어져 어떤 속사정이 있는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노조측은 현대제철 직고용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당진제철소 통제센터를 점거하고 있다. 통제센터 마비에 따라 공장의 생산, 관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서초대로 현대제철 사옥. [사진=더밸류뉴스] 

◆당진제철소 통제센터 점거…’자회사 입사’ 놓고 노사 이견


지난 달 23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당진제철소 통제센터를 점거했다. 이후 정문과 후문에 수십 명씩 모여 건물 출입을 통제하고 주변에도 천막과 텐트 40여개를 설치했다. 


이들은 현대제철 자회사 고용을 거부하고 본사 직고용을 주장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불법 파견 시정 명령을 받은 현대제철은 지분 100%를 출자한 자회사 현대ITC 등 3곳을 설립해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7000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비정규직 근로자중 4400여명이 자회사 입사에 동의했다. 


일부 협력업체 직원들은 “현대제철 자회사는 ‘간판만 다른 사내하청’과 마찬가지”라며 지난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회사 입사를 집단 거부했다. 현재 집회에 참여중인 금속노조 조합원인 당진제철소의 협력업체 직원들은 총 2600여명인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은 “현대제철 공장에서 차별이 잔재한다는 권익위의 결정이 있었지만, 사측은 불법파견 노동을 지속하고자 자회사라는 해괴한 수단을 꺼냈다”며 “자회사라는 이름으로 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통을 받았는데, 그걸 민간기업인 현대차그룹에서 답습하고 있다”라는 입장을 언론을 통해 표명했다. 


실제로 2017년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 이후 약 4만7000여명이 공공기관 자회사 방식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후 공공기관 자회사 곳곳에서 “공공기관 자회사는 용역회사(하청)와 다를 것이 없다”며 "허울만 달라졌을 뿐 현장에서는 바뀐 것이 없다"고 주장해 갈등이 심화되기도 했다.   


이에 현대제철 측은 “자회사 정규직 고용을 통해 급여 수준, 업무 환경 등 분명히 바뀌는 점들이 많다”는 입장이다.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의 당진제철소 전경. [사진=더밸류뉴스]

◆통제센터 직원 재택근무 전환…제철소 생산 차질 우려


비정규직 민노총 노조가 통제센터를 점거하면서 1주일 넘게 통제센터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당진제철소 통제센터는 제철소 내 모든 공장과 설비의 운영을 관리하고 안전∙환경∙에너지∙물류∙품질 등 유관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일종의 제철소 전체를 관할하는 ‘컨트롤 타워’ 개념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던 직원 500명은 사무실로 출근을 하지 못해 재택근무를 하거나 제철소 내 다른 사무실에서 임시로 업무를 받고 있다. 점거로 사업소내 분위기가 어수선한데다, 갑작스럽게 사무실을 못 나가게 돼 업무에 필요한 자료, 서류 등을 챙길 수 없어 업무의 효율성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컨트롤 타워인 통제 센터가 제 힘을 못쓰니 사업장내 공장과 설비의 운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비정규직 노조가 통제센터를 점거한 것 역시 사업장내 핵심 시설을 마비시켜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하는 이유로 바라볼 수 있다. 


점거 및 집회가 장기화되면서 당진제철소의 생산 차질 우려도 대두된다. 당진제철소는 쇳물부터 철강재까지 다양한 공정능력을 보유한 일관제철소로 자동차에 쓰이는 냉∙열연강판과 조선에 쓰이는 후판 등을 생산하는 현대제철의 핵심 사업장이다. 파업 중인 민노총 근로자들 2600명이 업무에서 이탈하면서 공장의 운영에도 무리가 생겼다. 파업 초기 해당 업무에 나머지 직원들을 투입시켜 임시적으로 일을 진행했지만 최근 제품 포장과 같은 일부 작업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빈 자리의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직원들도 업무 과중으로 인한 피로가 쌓일 수 밖에 없다. 


현대제철 담당자는 “현재 생산 차질을 겪고 있는 수준까지는 아니다”라며 “해당 사태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생산 차질이 발생할 여지는 존재한다”라고 우려 섞인 설명을 했다. 이어 “현재까지 해당 파업으로 인한 피해 규모를 측정한 적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현대제철 최근 5년간 별도기준 실적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당산제철소의 효율성 저하와 생산 및 공급 차질로 인한 산업 분야의 피해까지 예상된다. '산업의 ‘쌀’ 철강은 자동차, 건설, 조선 등 주요 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중요한 기초산업분야다. 현대제철의 올 상반기(1~6월) 별도기준 매출액이 9조1178억원으로 전년비 16.55% 증가했다. 건설, 자동차, 조선 등 전방산업의 수요가 살아나며 당진제철소의 생산량을 늘려 부지런히 공장을 가동할 계획을 가지고 있던 현대제철로서는 당혹스러운 부분이다.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열연 강판. 자동차 등 산업 전반에 널리 쓰인다. [사진=현대제철]

현재 현대제철의 국내 철강품목의 평균 공장가동률은 81.44%로 높은 편에 속한다. 통상 공장가동률이 80%가 넘으면 공장 가동이 과부화돼 공장 증설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염려되는 이유다. 현대제철은 약 8000억원을 향후 당진을 포함한 국내 5곳에 신설 및 기존설비개량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대체 근로자 못 뽑고 직접 대응도 못해


현대제철은 비정규직 노조의 점거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현행법상 노조가 사업장 내 중요 시설을 무단 점거하더라도 공권력 개입 외에는 회사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현재 노조에 퇴거 요청을 하고 경찰에 시설물 보호 요청을 한 상태다. 현장에 투입된 경찰은 노사간 충돌을 막기만 할 뿐 노조원들을 강제 해산시키지는 않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현대제철의 사태는 한국에서 노사의 힘의 균형이 지극히 노조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제철이 직접 나설 수 없다는 점도 해결책이 쉽사리 나오지 않는 이유이다. 원청인 현대제철이 협력사(하청) 소속인 노조원들을 직접 지휘∙관여하게 되면 파견법 위반이 되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해당 협력사 대표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진행해왔지만 현 상황에서 뚜렷한 해답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급하게 제철소를 돌리기 위해 대체 근로자를 투입할 수도 없다. 현행 노조법에 따르면 대체 근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 43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3조. [이미지=국가법령정보센터]

현대제철의 자회사 고용에 동의한 이들은 이달 1일부터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출근을 시작했다. 이에 민노총 노조가 자회사 직고용에 동의한 이들을 대상으로 비판을 하면서 노동자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현대제철 보안업체 소속 1명이 지난달 29일 코로나 확진이 되면서 방역 체계에도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현대제철은 “해당 민노총 노조 파업은 현대제철의 관할이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돼 있다”며 “해당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업체 대표단과 적극 소통∙협의하는 등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a854123@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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