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이동통신사에 단말 광고비와 무상 수리 비용을 떠넘기는 등 '갑질' 혐의를 받고 있던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애플코리아가 국내 이동통신사와 광고비·수리비용을 분담하겠다는 등의 시정 방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18일 공정위는 전일 전원 회의에서 애플코리아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건과 관련,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제도는 공정위가 제재를 내리는 대신 사업자가 제시한 원상회복 또는 피해구제 방안을 받아들여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앞서 공정위는 애플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여 2018년 4월 애플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바 있다. 애플이 단말기 광고 비용, 무상수리 서비스 관련 비용 등을 통신사에 넘기고 통신사 보조금 지급, 광고 활동에 간섭하고 특허권, 계약 해지 등으로 통신사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거래 조건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후 공정위는 2018년 12월, 2019년 1월과 3월 등 3차례 전원회의를 열어 해당 내용을 심의했다. 지난해 6월 4일 애플은 공정위가 심사하고 있는 거래상지위남용 건 관련 동의의결 개시를 신청했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해 9월 이를 심의했지만 애플의 자진시정방안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절차 개시를 미뤘다. 이후 애플이 자진시정방안을 보완해와 올해 5월 다시 심의에 들어갔다. 결국 애플이 동의의결을 신청한지 1년 만인 17일 전원회의에서 절차 개시를 최종 결정했다.
애플은 법적 판단을 다투기보다는 이통사와 거래관계를 개선하고, 중소사업자·소비자 등과 상생을 도모하고자 공정위에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단말기와 이동통신 시장은 대표적인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으로서 변화가 빠르고 동태적인 시장이라는 점,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시장으로 신속한 거래질서 개선이 중요한 측면이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의의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시정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이해관계인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다시 심의·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한다는 입장이다. 빠른 시일 내에 애플과 협의해 시정방안을 보완·구체화해 잠정 동의의결안을 마련한 뒤 이해 관계자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렴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추후 검찰과 관련 부처, 이통사 등의 의견을 들어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잠정동의안을 마련하고 이를 공개하기로 했다.
이날 애플코리아는 입장문을 통해 "애플은 그동안 어떠한 법률 위반도 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지만 이제는 우리의 고객과 지역사회에 집중하겠다"며 "교육 분야 및 중소사업자에 대한 기여를 확대하고, 한국 소비자들이 미래의 일자리를 준비하는 것을 도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