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 IT기업인 애플과 구글이 홍콩의 반(反)정부 시위와 관련된 앱을 잇달아 차단하고 나섰다. 실시간 지도 앱은 물론이고 게임 앱도 차단됐다. 미국 IT업계를 대표하는 두 기업이 중국 정부의 눈치보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애플은 9일(현지시각) 앱스토어에서 ‘홍콩맵라이브(HKmap.live)’라는 제목의 앱을 삭제했다. 홍콩맵라이브 앱은 시위 참가자들이 텔레그램에 올려놓은 정보들을 모아 홍콩 경찰의 현재 위치나 최루탄 사용 여부 등을 알려준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0일 직원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악의적으로 특정 경찰을 타깃으로 삼아 폭력을 행사하고, 개인 및 공공의 안전과 재산을 훼손하는데 악용됐다”며 홍콩맵라이브 앱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이어 쿡 CEO는 “홍콩맵라이브 앱에 담긴 경찰 검문소의 위치나 주요 시위장소 등의 정보는 그 자체로 무해하지만, 시위대는 경찰을 공격하는 데 이용했다”며 “이 정보는 홍콩 사이버보안·기술 범죄국과 애플 사용자 양쪽으로부터 얻은 믿을만한 정보였다”고 덧붙였다.
앱을 폐쇄하는 게 애플 사용자를 가장 잘 보호하는 방안이라는 쿡 CEO의 해명에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지난 8일 “애플이 시위자들을 호위하고 있다”며 비판한 뒤에 내려진 조치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당초 이 앱의 판매 승인을 거부했다가 4일 다시 판매를 허가한 바 있다. 홍콩맵라이브 제작사 측은 “애플의 이번 조치는 홍콩에서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려는 명백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애플에 이어 구글 역시 10일 플레이 스토어에서 홍콩 시위대 역할로 플레이할 수 있는 ‘우리 시대의 혁명’이라는 게임 앱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심각한 갈등이나 비극을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은 회사 방침에 위반된다”고 삭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구글이 홍콩 정부로부터 해당 앱이 시위를 조장한다는 항의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애플과 구글은 앱을 삭제한 뒤 중국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과 구글의 조치에 대해 중국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의 규제 및 중국인들의 대규모 불매운동 등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상하이 시장조사회사인 차이나스키니의 마크 태너 국장은 “앱 삭제 결정은 중국 시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특히 애플의 경우 중국에서 민족주의가 부상하며 이미 브랜드 지위가 위태로운 상황이라 중국 소비자를 자극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