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더밸류뉴스=최성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산 원유 금수 제재에 대한 예외 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2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성명에서 밝혔다. 다만 미 국무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이란산 원유 금수 조치에 대해 한국, 중국, 인도, 일본,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등 8개국에는 한시적 예외를 계속해서 인정하기로 했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산 원유 금수에 제재를 가해 이란을 압박했지만 예외 조치를 발휘해 어느 정도 완화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예외 조치를 연장하지 않는다는 말은 이란산 원유의 수출에 대한 경제제재를 다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이란산 원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들어, 이란 정권의 주요 수익을 없애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우리의 우방들과 함께 이란산 원유가 글로벌 시장에서 모두 사라지면 충분한 공급량이 유지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의 발표에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2일 오전에 "오는 5월 2일부로 현재 이란산 원유나 콘덴세이트(초경질유)를 수입하고 있는 그 어떠한 나라도 더이상 제재 예외를 승인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발표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마약 규제 관련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미 백악관 홈페이지] 

미 국무부의 이러한 조치에 당장 원료 공급 압박을 받게 된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단기적 수급충격은 없겠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오일뱅크, SK인천석유화학, SK에너지, 한화토탈 등 4개사가 이란산 원유를, SK인천석유화학, 현대케미칼, 한화토탈 등 3개사는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수입해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사는 이란산 콘덴세이트는 품질이 좋고 가격이 싸기 때문에 정유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이란산 원유의 수입 비중이 높다. 한 석유화학사 관계자는 "공장이 지속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다 저장탱크의 한계도 있어 재고를 미리 마련해두기 어렵다"라며 "그간에도 이란산 물량 확보가 어려웠는데 그나마도 못 받게 되면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정유사들은 상대적으로 사정이 낫지만 역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가 국제 유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 정유사들 역시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다행히 기존 수입선 다변화를 이뤄 놓은데다 미국의 경고에 미리 대비하고 있던 터라 단기 수급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콘덴세이트를 수입해 올 대체지역이 있다 해도 공급은 줄어드니 단기적으로 유가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의 발표에 이란은 즉각 반응했다. 이란 준관영 통신사 타스님은 이날, “미국은 이란의 석유 수출을 제로로 만들지 못할 것”이라며 “이란은 이란산 원유 금수 예외 연장을 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결정에 준비가 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의 석유 수출을 지속하기 위해 모든 시나리오와 여건을 검토하고 분석했으며, 필요한 조치를 이미 취했다”며 “우리는 오랫동안 적의 공격을 무력화해 온 경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란혁명수비대의 알리레자 탕시리 사령관은 이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미국의 이란산 원유 금수 제재 결정에 따라 22일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미 국무부의 결정에 대한 워싱턴포스트(WP)의 21일 보도 이후 국제유가는 이미 3% 이상 급등하여 2018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와 OPEC의 다른 회원국이 이란에 대한 우리의 완전한 제재에 따른 원유 공급 차이를 메우는 것 이상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트윗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존 케리(전 국무장관)와 그를 몹시 나쁜 이란의 핵 협상으로 이끌었던 사람들에게서 매우 나쁜 조언을 듣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은) 로건법(Logan Act) 위반이 아닌가?”라고 적었다. 로건법은 민간인이 외국 정부와 협상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산업에너지 광물부 장관은 미국 정부의 발표 이후 성명을 통해 “사우디는 이란 원유 수출 제재와 관련한 미국의 발표 이후 원유시장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사우디는 (원유) 소비자들에게 적절한 원유 공급이 이뤄지게 하는 한편 세계 원유 시장이 균형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른 회원국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csy@thevaluenews.co.kr

[저작권 ⓒ 더밸류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19-04-23 15:32:15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특징주더보기
버핏연구소 텔레그램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